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기도지사 출마가 확정됐다. 유시민 전 장관은 10일 오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국민참여당 광역단체장 후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다.

가능성만 제기됐던 유시민 전 장관의 경기도지사 출마가 확정됐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여야 정치권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등 야당까지 ‘유시민 카드’는 달갑지 않은 변수이다.

민주당은 김진표 최고위원과 이종걸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서울은 물론 경기도 광역단체장까지 반MB 후보단일화의 주인공은 민주당이 돼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지지도가 다른 정당 예비후보들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본선 경쟁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 선거구도만 놓고 보면 김문수 현 지사와 맞서 가장 높은 지지를 보이는 인물은 김진표 최고위원이다.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제는 김진표 최고위원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보이고 있지만 김문수 지사와 맞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시민 카드’는 민주당에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 반MB 단일후보의 주인공은 꼭 민주당이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도 마땅치 않다. 유시민 전 장관이 민주당 예비후보들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민주당 비교 우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진보신당은 심상정이라는 당의 간판급 정치인을 내세웠다. 서울이나 경기도 중 최소한 한 곳은 진보신당 쪽 후보가 단일 후보가 돼 주길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경쟁 후보들에 비해 정치적 잠재력이 뒤지지 않고 진보·개혁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아낼 경쟁력도 갖췄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유시민 카드는 심상정 후보의 장점을 상당 부분 상쇄시킨다는 점이 고민이다. 민주당에서 김진표 최고위원이 후보가 된다면 정치적 색깔을 놓고 김진표-심상정 맞대결 구도가 가능한데 유시민-심상정 맞대결 구도는 차별화 전략이 마땅치 않다. 진보신당 당원들의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한 호감도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고민이다.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불안한 서울시장 선거와 달리 경기지사 선거는 ‘김문수 카드’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전략을 짜고 있지만, 유시민 카드는 고민을 가중 시킬 수밖에 없다. 유시민 전 장관이 김문수 지사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한나라당은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 자체가 부담 요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모두를 야권 후보에게 내준다면 ‘이명박 대통령 레임덕’은 막기 어려워 보인다. 유시민 카드가 한나라당과 야당의 선거 전략에는 달갑지 않은 변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야권이 추진하는 ‘반MB 선거연대’에 부정적인 변수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민주당과 진보신당 등 유시민 변수에 직격탄을 맞은 이해당사자의 반응도 흥미롭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은 “유시민 전 의원을 비롯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지방선거출마를 오늘 선언한다고 한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국민의 심판의 날이 다가오는데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국민참여당이 가장 강력한 민주당 후보가 있는 경기도, 충청북도에 당대표였던 사람과 대표적인 정치인이 출마하겠다면 이것이 무슨 노무현 정신인가. 정말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영남에 민주당 뿐 아니라 민주당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선 국민참여당 조차도 당의 지도급 인사가 한명도 출마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돌아가신 두 분의 대통령을 생각할 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유시민 전 장관의 영남 출마를 권유했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의 반응도 주목할 대목이다. 심상정 전 대표는 “(유시민 전 장관이) 지식소매상이란 말씀도 하시던데 원래 장터에는 사람이 북적대야 한다. 경기도 장터에 전국적 유명한 ‘방물장수’가 왔으니 장터가 더 커질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6․2 지방선거 중심이 경기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명박 정권의 독선정치를 심판하고, 과거 정권의 공과 실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바랐던 대안을 중심으로 한 ‘역동적 선거’가 가능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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