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인가, 트러블 메이커인가”



최근 ‘월간조선’의 일련의 논쟁적인 기사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반응들이다. 어쨌든 화제가 되는 ‘건수’를 올린다는 점에서, 언론계에 상호공방을 야기시킬 정도로 ‘논쟁적’이라는 점에서 이슈메이커란 별칭이 따라 붙는다.

그 부정적인 평가는 곧바로 ‘문제아’라는 힐난으로 이어진다. 최근 ‘월간 조선’이 야기한 대표적인 논쟁거리는 △’북·미’냐 ‘미·북’이냐 △’광주민주화운동’이냐, ‘광주사태’냐 하는 것이다. 지난 2월 성혜림 자매 망명보도를 둘러싸고 조선일보및 월간조선과 다른 언론사는 보도 윤리문제를 두고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특히 ‘광주’와 ‘호칭’ 문제는 우리 사회의 예민한 정치적 쟁점들이자 이념문제를 다룬 것이라는 점에서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및 학계의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것이기도 했다.

이들 문제에 대한 월간조선의 입장은 단호하다. ‘광주’ 문제만 하더라도 기사에서는 물론 제목에서도 ‘광주사태’라고 뽑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호칭문제에서는 ‘호전적’이기조차 하다.

이들 논쟁적인 기사를 도맡아 쓴 월간조선 이동욱 기자는 “아직도 사실을 확인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광주사태’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북·미로 표기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며 “무책임한 언어사용은 우리 언론의 책임방기”라고 힐책했다.

월간조선 조갑제부장도 “그동안 한국사회가 주요한 역사적 쟁점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가치중심’의 논쟁을 벌여왔다. ‘가치’와 ‘이념’에 앞서 사실파악이 우선돼야 하고 그러한 관점에서 ‘사실중심’의 논쟁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월간조선의 이러한 도발적 문제제기에 대한 언론계 안팎의 반응은 몇갈래로 갈라진다. 우리사회에 여전히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남북 대치상황을 상업적으로 극대화해 활용하는 전형적인 ‘안보상업주의’라는 신랄한 비판에서부터 “보수적 시각이긴 하지만 일관성있고 용기있는 문제제기”라는 평에 이르기 까지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영향력있는 매체의 힘을 빌어 오도된 이념공세를 퍼붓는 ‘이데올로기 괴물’이라는 혹평도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월간조선의 역사의식은 명쾌하다. 문제는 대다수의 언론들이 월간조선과 같은 ‘자기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5·18은 역사에 맡기자”는 대통령의 ‘말씀’에 아무 대꾸 못하다가 태도를 돌변한 권력의 의중에 맞춰 ‘역사바로세우기’에 앞장서는 ‘줏대없는 흔들림’이 월간조선의 줏가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성혜림 자매 망명보도를 둘러싼 공방은 우리 언론의 논쟁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확인된 ‘사실’은 없고 상대를 겨냥해 ‘목소리’만 높이는 꼴이다.

한 기자는 “정확하게 확인된 사실 없이 정부 소식통이나 관계자의 말한마디를 듣고 대문짝만하게 쓰는 모습을 볼 때 꼭 북한관련 보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한다. 냉전구조에 편승한 이데올로기의 상품화에는 뛰어난 ‘노하우’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사실확인’에는 취약하기 그지없는 한국 언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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