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 승용차 진출 문제가 한창 시끄러울 때다. 당시 경제부에서 사회부로 옮긴지 1년이 넘었던 MBC의 한 기자는 경제부 시절 알고 지내던 삼성 관계자로부터 5번이나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피하다가 ‘인간적인 인연’ 때문에 딱 한번 만났다고 한다. 삼성 승용차 진출에 대한 여론동향, 언론사내의 분위기가 화제였다. 그 후로도 잊을만하면 가끔 연락이 온다.

재벌그룹은 대개 홍보실내에 언론팀을 두고 있다. 이른바 재계 ‘빅4’로 불리는 삼성, 현대, 대우, LG는 전략홍보팀을 따로 두고 있기도 하다. 전략홍보팀은 언론사등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거나 루머, 역정보를 퍼뜨려 자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합병하고 싶은 기업이 있을 경우 부도 위기설을 유포시키거나 검찰 내사설을 흘려 흔들어놓는 일이 여기에 속한다.

삼성은 기조실, 현대는 문화실이 이런 역할을 한다. 전략홍보팀이든 언론팀이든 목적수행을 위한 주요통로는 언론이다. 한쪽은 드러나지 않고 한쪽은 공개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기자관리가 중요하다. 건수가 터져서 부탁하면 때는 늦다. 평소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언론팀은 이를 ‘평상관리’ 또는 ‘일상관리’라고 부른다. 밥먹고 술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골프치고 여행주선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기자 경조사는 빼놓지 않고 챙긴다.

최근에는 골프모임이 많아졌다. 한 언론팀 관계자는 “술자리보다 비용도 싸게 먹히고 효과도 꽤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옛날처럼 공개적이지는 않지만 촌지도 중요한 수단으로 쓰인다. 해외여행의 경우도 효과가 크다. 그래서 기업간에 유치경쟁이 심해 ‘기자붙잡기’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사거리로 유혹하기도 한다. 반드시 기사화가 될 만한 것을 골라 특정기자에게만 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사를 키우기 위한 기업 언론팀의 계산이 숨겨 있다. 그래도 어쨌든 기자는 고마워한다. 그리고 훗날 도와줄 일이 있을때 보답을 한다.

자사의 기사를 쓸 가능성이 있는 기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 이들의 ‘감시’영역에 놓여 있다. 출신학교, 성향, 교우관계등 ‘출신성분’에 대한 이른바 ‘X파일’은 기본이다. 아예 언론사 인사부 관계자들을 접촉, 정보를 빼낸 재벌그룹도 있다. 언론사와 연고가 있는 자사 직원들의 기록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 ‘X파일’을 따라다닌다.

사건이 터지면 이 파일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경제부 기자들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부, 정치부 심지어 편집부까지도 거미줄처럼 손길이 뻗어있다. 2~3년차 기자중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 기자는 ‘특별관리’한다.

평소 뻗뻗하게 구는 기자에게는 안면이 있는 여직원(예뻐야 한다)을 시켜 시집을 선물하기도 한다. 기자가 기분나빠하지 않을 정도에서 우리 회사를 도와달라는 편지가 따라 붙는 것은 물론이다. 명절때 스커프나 핸드백등 기자 부인을 위한 선물을 직접 배달한다. 기자는 물론 그 가족에게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 한번 써먹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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