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전문지들이 백가쟁명시대를 맞는다. <상상> <리뷰> <문화과학> <오늘예감> 등
기존 잡지에 이어 지난 4일 창간준비호를 펴낸 (삼성출판사)과 문학과 지성사가
젊은 세대들을 내세워 조심스럽게 추진하는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무크 혹은 반년간 형태의
잡지, 일상의 단면들을 꾸준히 탐색해온 현실문화연구팀에서 기획하는 전자잡지와 이를
토대로 한 장기적 구상으로서의 계간지 등이 오는 6월말쯤 선을 보이게 된다.

이들 신생지들 출발의 공통점은 지금―이곳이 확연한 대중문화의 시대다는 것이다. 곧
저급·고급의 구분이나 문학 위주의 협소한 틀거리로는 지금―이곳의 상황에 효과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인 셈이다.

따라서 이들은 대중문화 속에다 자신들의 진지를 기꺼이 구축한다. 그래서 문학, 영화,
음악은 물론 소외됐던 분야들인 과학, SF, 만화, 패션, 스포츠들에 과감한 조명을 쏟아 붓는다.
뉴미디어현상에 대한 문화적 접근도 빠트리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게 같은 것은 아니다. 걸음걸이는 각각이다. <이매진>은 월간지 형태를 앞세워
기존 계간지들과의 차별을 노린다.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풍부하고도 빠르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와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와 계약을 맺어 칼럼을 싣는다. 반면 문학과
지성사 쪽은 날 것으로서의 정보보다는 비평정신의 옹호를 내세운다. 대상과 주체 사이의
섬세한 소통이라는 비평 고유의 인문학적 토대를 결코 훼손시키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편집진에 문학인이 많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현실문화연구팀은 이런 접근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평가한다. 이들은 활자매체의 창간에
앞서 (가칭)라는 이름의 전자잡지를 기획하고 있다. 필진들도 지명도 있는
필자들보다는 PC통신상의 숨은 인재들을 등용할 방침이다. 활자매체는 이 전자잡지의
성과를 지켜보며 펴낼 계획이다.

한편 이들은 세대교체의 의도도 숨기지 않는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습득되고 이해된 감각보다는 체화돼 발산되는 감각이
새롭고, 그 새로움은 아무래도 젊은이에게 많은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중문화에서
무엇을 읽어내는 것일까? 가상공간(사이버 스페이스)과 성이 이들이 짚어내는 화두이다.

이 화두가 아무래도 미덥지 못하다면 당신은 이 전문지들에서 눈을 거둬들여도 될 것이다.
새로움은 분명 유혹이지만, 그 유혹이 늘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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