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매출 부진이 방송사의 프로그램 개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MBC는 제작비 경감 기조 속에서 오는 11월 17일 자 가을개편에서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대와 방송시간 등을 대폭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평일 저녁 시간대 장수 프로그램인 '생방송 화제집중'(월∼금, 오후 5시 35분)을 폐지하고 동시간에 '재방송'을 편성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 MBC <생방송 화제집중> ⓒMBC  
 
MBC 관계자는 "가을개편안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최근 임원회의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MBC는 제작비 긴축 차원에서 드라마<내 여자>를 끝으로 주말특별기획드라마를 폐지하는 대신, 주말 예능프로그램 <명랑히어로>의 방영 시간을 저녁 10시 30분대로 앞당기고 방송시간 역시 10분 연장하기로 했다. 대표적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도 방송시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가을개편의 방향은 최근 경영 위기와 관련해 연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제작비 긴축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 프로그램 개편과 관련해 지나치게 수익 효율성만 따진 무리한 편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생방송 화제집중> 폐지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부터 비판이 일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온 프로그램의 폐지가 사전 충분한 논의나 협의 없이 결정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나 무엇보다 '폐지' 대신 동 시간대에 '재방송'을 편성하기로 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시사교양국 한 PD는 "저녁 정규 방송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시간대에 '재방송'은 유례가 없다"며 "케이블 방송도 '재방'을 하지 않는 시간에 지상파 방송으로서 '재방'을 내보내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안이한 편성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영진이 '적자 경영'에 대한 지나친 불안감으로 프로그램별 수익률을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한 PD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백분 이해한다고 해도 프로그램 '폐지'로 얻게 될 단기적 이익과 '재방'으로 바꿔 잃게 될 손실을 과연 비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공헌이익'(제작비와 광고수익의 차액)이 플러스인 방송은 전체의 20% 정도이다. 교양프로그램 대부분은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며 "국실별로 희생을 감수하자고 한 맥락은 이해하나 지나치게 기계적인 적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엄기영 사장은 지난 29일 '사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광고 매출 상황이 IMF 외환위기 때보다 2배 이상 심각하다"며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했다.

엄 사장은 이 글에서 "전 사원들이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며 "제작비 투입에는 경제성 원칙을 유념해야 하고 공영성 프로그램도 '보는 프로그램', '효율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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