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www.siminsori.com)의 양해를 얻어 기사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

광주일보의 모기업인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천주교 광주대교구에 300억원을 기부한 것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일보는 지난달 20일자 1면과 3면을 통해 '300억원 사회환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등의 제목으로 허회장의 '성 미카엘 성당 기금 봉헌계획'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또 이번 허회장의 이번 사재 기부가 "기업이익의 사회적 환원에 대한 강한 의지의 실천"이라 평가한 데 이어 "가톨릭 신자가 아니면서도 외국 여행을 하는 도중 유명한 성당이 종교 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알고, 건축가로서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 이번에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밝혔다. 여타의 언론들도 허회장의 이같은 '사회적 환원'을 비중있게 다뤘다.

하지만 이들 언론이 '사회적 환원'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달리 정작 '환원'의 대상이 된 현지에서는 석연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환원'의 내용이 높이 7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종교시설이어서 지역사회의 기대와는 달랐던 것.

공공병원 짓나 했더니 성당이 덜컥

   
▲ 모기업 대주그룹의 허재호 회장이 천주교 광주대교구측에 300억을 기부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광주일보 2월21일자.ⓒ시민의소리
이른바 '성 미카엘 프로젝트'에는 허회장이 기부한 3백억원, 천주교 광주대교구가 1백억원, 목포시가 1백20억원 등 총 5백억원이 투입된다. 프로젝트의 중심건물인 성당 부지는 2002년 9월 목포 가톨릭병원 폐업 뒤 대체 의료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당시 병원측은 폐업 이후에도 300병상 규모로 재개원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이를 포기했고 매각을 추진했다. 2003년도 서울 한 개원의가 인수의사를 밝혀왔으나 계약금 6억원만 지급하고 잔금을 치르지 못해 무산됐다.

목포 시민사회단체들은 가톨릭병원 폐업 이후 정상화를 위해 '가톨릭병원 정상화대책위원회'와 '목포 공공의료시민연대'를 꾸려 노조와 함께 그동안 전남 서남권의 소외계층의 의료를 담당했던 가톨릭병원을 재개원하거나 대체 의료시설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당시 지역민들은 정부지원을 받는 목포 의료원의 신축이전이나 시나 국가가 이를 매입해 공공의료시설로 운영하기를 기대했다.

지역민들은 이로 인해 신도심 개발로 침체된 구도심의 의료환경과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소위 '성미카엘 프로젝트' 발표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목포공공의료시민연대 관계자는 "가톨릭병원의 폐업으로 구도심이 침체된 것은 물론, 구도심권의 의료환경이 열악해졌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줄 공공의료시설이 절실했다"면서 "병원이 들어올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당이라니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목포시, 성당 건립에 120억원 투입2003년 부지매입비 2배

   
▲ 흰 원안이 목포가톨릭병원 터. 이곳에 높이 25층 규모의 상징물과 성당이 들어선다. 종교 성지로서의 이미지는 그렇다손치더라도 도시경관상 “랜드마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목포시

한편 목포시도 이곳에 대형병원 유치나 부지 매입을 추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득 현 시장은 지난해 4.30 보궐선거 당시 대형병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정 시장은 당선 후 실제 전국 각 병원에 의견을 타진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한때 부지매입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천주교 광주대교구측과 매각 자금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미카엘 프로젝트'에 목포시가 투입하는 자금은 120억원 대로 교구측이 2003년 매각 추진당시 제시한 금액은 60억원 대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로 볼 때 목포시가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난과 목포시의 매입 제안을 천주교측이 거부한 속사정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목포시의 '성 미카엘 프로젝트' 지원책은 시민의 혈세를 특정 종교단체에 지원한다는 지적에 휩싸였다. 성당 인근에 건립하기로 한 노인복지회관은 인근 대성동에 비슷한 성격의 시설이 자리하고 있어 중복예산이라는 지적도 있다.

70미터에 달하는 조형물이 들어서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현행 건축법은 일조권이나 건축물의 높이 제한 등에 있어서 주민 공람과 설명회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비행안전구역과 관련한 국방부 등 유관부처와의 협의 절차 등도 남아 있어 그다지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성당 부지는 지목상 종교부지에서 일반 주거 또는 상업용 부지로 바꾸어야 하는데 이는 도시관리계획 등 토지이용계획 등의 변경도 뒤따라야 한다. 설사 현실화되더라도 타 종교나 개인 토지 소유자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어 적잖은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열악한 목포 구도심의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공공의료시설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뜬금없는 성당건축 소식에 아쉬움만 커지게 됐다. 

가칭 '성미카엘 프로젝트'란?

천주교광주대교구가 목포 구 가톨릭병원 부지(목포시 산정동 97번지 일대)에 짓게 될 초대형 성당은 가칭 '성 미카엘 성당'이다. 광주대교구측은 지난달 20일 오후 목포시 산정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010년초까지 부지 9300평에 1500백석 규모로 대형 성당과 피정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4층까지의 성당기능을 포함해 높이 70미터(일반건물 25층규모)의 상징탑 뿐만아니라 산책로, 전망대, 예식장 등도 갖춘다. 옥상에는 전망대도 갖춰 목포의 명물로 만들고 21세기 건축의 특징을 살린 초현대 양식을 적용하되 개보수없이 최소한 5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돌과 비철금속 등으로 견고하게 축조할 계획이라고 한다.

성당 건축에 필요한 예산은 대주그룹이 300억원, 천주교 광주대교구측이 100억원, 목포시가 120억원 가량 분담하기로 했다. 시공은 대주건설이 맡았다. 목포시는 구 성신간호전문대학 운동장 1900평에 주차장(100면), 노인복지회관(400평), 시민편의시설(360평)을 비롯해 목포여고에 이르는 폭 12미터, 길이 680미터 도로를 확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종교용지로 돼 있는 성당 부지를 제3종 주거지역으로 변경하기 위해 도시관리계획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고도제한등 관련 규정을 검토해 성당 건축에 행재정적 지원을 보태기로 했다.

목포시와 광주대교구측은 성당등 주변시설이 완비되면 목포시의 랜드마크 기능은 물론, 지역의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고 이달 중 일부 공사를 착공할 예정이다.

 시민의소리 / 안형수 기자 amedia@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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