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호 기자가 자신이 고발해온 기업 임원에게서 구찌 핸드백을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고백'한 술자리는 강성주 MBC 보도국장과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의 진행자 신강균 차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강 국장이 7일 보직사퇴 의사를 밝히고 신 차장도 <사실은> 진행자에서 물러나기로 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 MBC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홈페이지
   
▲ MBC는 7일 밤 예정된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 방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송요훈 MBC 기자회장은 7일 "지난해 12월24일 이상호 기자가 태영 변모 부회장을 만났던 자리는 강성주 보도국장과 신강균 차장이 주선했다"며 "이날 이들 세 명은 쇼핑백을 하나씩 건네받았는데 귀가한 뒤 구찌 핸드백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신 차장은 직접 부회장을 만나 자신과 강 국장이 받은 핸드백 두 개를 돌려줬으며, 이 기자는 그 다음날 우편을 통해 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태영의 변모 부회장은 강 국장의 중학교 선배로 평소 친분관계를 유지해왔고, 신 차장과는 고교 선후배 관계다. 한편 강 국장은 <사실은> 프로그램 신설 당시 보도제작국장에 재직하면서 이상호 기자와도 가까운 관계를 가져왔고, 평소에도 강 국장이 자신의 선후배와의 모임에 이 기자를 불러 자리를 함께 해온 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일과 관련해 강 국장은 7일 보직사퇴 의사를 밝히고 휴가를 냈으며, 신 차장 역시 <사실은>의 진행자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신 차장은 이날 본지 기자와 만나 "이미 (태영 고발) 보도가 나간 뒤였고, 연말을 맞아 불편한 관계를 털어보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가졌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강 국장은 '경솔하게 후배 기자를 연루시키게 된 점에 대해 면목이 없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여러 차례 강 국장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송 회장은 "보도 이후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보도 내용 자체와 직결된 만남은 아니었지만 관련 보도 당사자와 자리를 가진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본인들의 자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회사 인사위원회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세차례에 걸쳐 SBS의 <물은 생명이다> 캠페인과  SBS의 모기업인 (주)태영의 하수처리장 수주 사이의 연관 의혹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한편 MBC는 애초 7일 밤 11시25분 방영할 예정이던 <사실은>을 내보내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 <초대형 해일의 공포>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키로 했다. 또한 <뉴스데스크>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과방송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MBC 일각에서는 '<사실은> 폐지론'에 힘을 싣기도 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기자 개인의 문제와 프로그램의 존재가치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이에 맞서고 있다.  

현재 이상호 기자는 미국 출장 중에 있으며 오는 9일 귀국할 예정이다. 본지는 이상호 기자에게도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이 기자와 통화했던 MBC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이상호 기자 본인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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