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편집국 교열부의 아웃소싱 전환을 추진키로 한 뒤 교열부원들과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달 초 (교열부의) 파견직 사원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에 따라 교열부 전체를 아웃소싱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지난 4일 교열부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조선일보 교열부 기자들은 지난 달 중순부터 아웃소싱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장기적으로 교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실익이 없다는 취지의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교열부 기자들은 △전체 22명 중 파견직이 11명, 계약직이 4명이고 그나마 정규직 7명 중 3명은 정년이어서 실질적인 경비절감효과도 없고 △장기적으로 교열의 경쟁력이 떨어져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으며 △언어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신문으로서 교열·어문 정책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아웃소싱을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편집국에서 신분이 가장 불안한 상태인 교열부를 아웃소싱으로 돌리는 것은 생존권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동아일보는 교열부 16명 중 정규직이 3명이며 중앙일보는 14명 중 13명이 정규직원이다.

조선일보 노조는 10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해 교열부 문제를 너무 쉽게 해결하려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노조 관계자는 “사람 관리에서 인화보다 경쟁을 중시하면 장기적으로 신문의 질은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파견사원 위주의 파행적 운영을 회사측이 자초해놓고 이제 와서 아웃소싱이라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려 하는 것은 무책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임승수 한국교열기자협회장(대한매일)도 “과거 대한매일도 교열부를 없앴다가 오탈자에 대한 독자항의와 절독현상으로 한 달만에 부활시켰다”며 “우리말에 대한 신문의 교육 효과가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웃소싱에 의한 경쟁력 저하가 우리 말글에도 악영향을 끼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파견직 사원들은 2년 이상 고용할 수 없도록 돼 있어 당사자도 불안하고 업무도 안정적이지 못해 아예 아웃소싱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현재 정규직 사원들만 반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세부방침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방침은 조선일보 뿐 아니라 타사 교열기자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일보 안에서는 벌써부터 ‘다음 차례가 누구냐’며 불안과 우려로 뒤숭숭한 상태이고, 타사 기자들도 이 문제의 불똥이 자신들에게까지 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교열기자협회 임승수 회장은 조선일보가 아웃소싱을 실시하면 타사로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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