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광고시장] '침체일로'…기자 광고청탁 기승
[하반기 광고시장] '침체일로'…기자 광고청탁 기승

미·이라크 전, 사스, 화물연대 파업사태 등 최근 일련의 외부 요인에 따라 기업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올 들어 침체를 벗지 못하고 있는 언론사 광고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신문사들의 경우 광고유치를 위해 광고사원 뿐만 아니라 편집국 기자나 간부들까지 광고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선 기업체들은 올해 예산에 책정돼있지 않은 비공식적 광고집행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 홍보관계자들은 과거와 달리 최근 들어 언론사 기자나 간부들의 부탁에 따른 광고집행을 대폭 줄이고 있다.

△기자들의 광고부탁=A그룹 계열사 홍보관계자는 "편집국에서 광고 요청하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많아진 것은 맞다"며 "주로 신문사 데스크나 차장급 간부가 회사 홍보실 부장이나 임원급에게 광고게재 부탁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경기가 매우 위축돼 있다 보니 집행 예정된 광고 외에 기자들로부터 들어오는 요청은 상당수 들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 사정도 어려우니 양해해달라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B그룹 건설부문 계열사 홍보관계자는 "최근 분양이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한 시행사가 광고를 유력 일간지에만 게재하자 잘 아는 일부 신문사 편집국 관계자가 '중간에서 (우리가) 힘써달라'고 요청해온 일이 있다"며 "기자나 간부들로부터 노골적으로 '광고달라'는 요구를 받진 않아도 만나거나 전화 통화할 때 '어렵다'는 말은 많이 한다"고 전했다.

신문 본지 외의 별도 광고특집면을 게재하면서 출입기자를 통해 광고를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C그룹 계열사 홍보관계자는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특집면에 들어갈 업체에게 부탁을 하는데 최근 우리도 여러 차례 그런 요청을 받고 광고를 게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성 소개기사를 쓰고 광고를 받는 일종의 '딜'은 신문사가 광고특집을 게재하는 경우에 특히 많지만 그 외에 편집국 간부들이 요청하는 경우 해당 언론과의 관계를 고려해 뿌리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B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경제지 등에서 부동산 광고특집을 실을 때 기자들로부터 요청을 받으면 대개는 광고를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A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종합지나 경제지 모두 광고특집을 게재하면서 기자가 광고부탁을 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며 "경험상 기자들의 70∼80%는 특집면 만들 때 광고 요청을 한다"고 말했다.

△"기업도 어렵다" 거절=하지만 경기가 여전히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힘든 상황이어서 기자들이나 편집국 간부들의 볼멘소리에도 불구하고 광고요청을 거절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A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친한 출입기자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안 들어주기가 어려워 난감할 때도 많지만 최근에는 광고비용 부담 때문에 대부분 거절을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해 까지만 해도 여러 신문사 기자나 간부들로부터 월 평균 5∼6건 가량의 비공식적인 광고청탁이 들어왔고 대부분 집행을 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절반 이상 거절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신문사와 기업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의 관계지만 최근 기업의 상황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설령 기자들이 회사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쓴다고 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예전 같으면 쓰지 않을 수도 있는 기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신문사 관계자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니 오히려 광고주의 기세가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한다. 한 중앙일간지 광고국 관계자는 "최근 일부 기업의 경우 집행 예정된 광고도 광고국 관계자들이 찾아가서 아쉬운 소리를 해야 게재하는 일들이 많아졌다"며 "심지어 광고특집 등 홍보기사라도 써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드러내놓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그룹 계열사 홍보관계자는 "그렇게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광고효과에 비해 단가가 너무 높은 신문사도 많고 열독률 등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인맥에 의해 광고를 따내는 현재의 왜곡된 광고시장 구조도 문제"라며 "이런 불합리한 점들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광고시장 먹구름=올해 신문사의 광고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훨씬 가파른 하강곡선을 긋고 있다. 1월∼3월까지 1/4분기 신문광고실적은 전년대비 5∼10%의 감소세를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4월 들어서는 종합지, 경제지, 스포츠지 모두 최소 20% 이상 급감하고 있다. 한 유력 광고대행사에서 신문광고 실적을 조사한 결과 4월 실적의 경우 조중동 등 큰 신문사들은 전년대비 30% 안팎, 나머지 종합일간지는 20% 안팎이 하락했다. 

경제지는 30∼40%, 스포츠지는 20% 가량 떨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5월 실적에 대해서는 신문사 모두 전년대비 30% 이상의 광고매출 감소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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