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몸 길이 100∼150cm 정도 꼬리길이 31∼51cm, 몸무게 12∼40kg, 수컷은 크다. 흔히 음흉하거나 응큼한 사람에 비유한다. 개방된 초원에서 먹이를 재빨리 추적하는 데 적합한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주식은 고기로, 사냥 후 먹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먹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사냥에 성공하면 먹을 것을 배속에 가득 넣은 후 집으로 돌아와 새끼들과 자신의 동료들에게 토해준다.

기자: 몸길이 170∼180cm, 몸무게 60kg∼80kg 사이. 사회성이 강해 어떤 무리와도 잘 어울리지만 섣불리 믿었다간 배신을 당하기 쉽다. 자신의 영역을 중시해 다른 동물이나 종족이 침입했을 경우 상당히 사나와지는 경향이 있다. 종족애가 특히 돈독하다. 보통 한 지역에 오래 생활한 순서로 서열을 매기는 것이 특징이다. 한번 본 먹이감은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기자와 늑대, 너무 과격한 비유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인간의 삶이 모두 거기서 거기인데 유독 기자만 따로 떼어 비교하는 것도 무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읽어보시면 왜 늑대와 기자를 비교했는지 이해하게 될 겁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내 것'이 있습니다. 내 것에는 자신의 흔적을 남겨 침입자를 막고, 만일 누군가 자기 것을 넘보면 공격합니다. 개나 호랑이 등 대부분의 동물은 자신의 영역임을 과시하기 위해 분비물을 사용합니다. 인간도 방법만 다를 뿐 자신의 영역에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기자는 자기 영역에 대한 투쟁이 특히 강한 사람들입니다.
기자들은 모두 자기가 맡은 취재영역이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자, 혹은 여러 명의 기자를 경찰서, 정부부처 등 특정 출입처나 음악, 출판 등 특정 영역에 배치합니다. 그러면 한 기자는 자신이 맡은 출입처나 영역이 생기게 됩니다. 그 기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담당 영역에서 기사거리를 만들거나 찾아내야 합니다. 즉 '내것'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바로 이 영역을 일본어로 나와바리(繩張)라고 부릅니다. 줄 '승'자에 넓힐 '장', 한자로는 '승장'이라고 쓰죠. 줄을 던져 닿을 수 있는 거리 즉, 자기 영역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기자들은 이 나와바리에서 타사 기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한 기자실에는 적게는 30여명 많게는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출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 부처의 경우 크게는 20평 정도의 공간에 30여명의 기자들이 빼곡이 들어차 기사를 송고하거나 전화통화를 합니다.
기자들은 이렇게 한 나와바리에서 서로 살을 부딪히며 생활하지만 자기만의 특종이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기자실 밖에서 기사를 작성하기도 합니다. 타사 기자가 자기가 맡은 영역에서 특종을 하게 되면 기자로서 자존심이 구겨질 뿐만 아니라 편집국장이나 부장에게 심한 질책을 받습니다. 기자의 치욕인 셈입니다. 그래서 타사 기자들의 움직임이나 기사 내용을 몰래 훔쳐보거나 전화통화를 엿듣기도 합니다.

기자들은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암묵적인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큰 기사거리가 아니면 서로 정보를 주고받거나 아예 다 함께 기사를 쓰지 않기로 하는 거죠. 그래서 기자실 내에서 논의하는 내용이 기사의 방향을 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기자실 제도의 폐해도 많지만 과부 마음 홀아비가 알기에 만들어진 관습이기도 합니다.
같은 언론사 내부에서도 나와바리 개념이 철저합니다. 자기 담당지역이나 영역과 관련한 기사거리를 다른 기자를 통해 듣는 일도 기분 나쁘지만 데스크를 통해 들었을 경우 "너는 뭐했느냐"는 질책을 받게 마련입니다. 하물며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기사를 다른 기자가 썼을 경우에는 어떻겠습니다.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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