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과열경쟁으로 스포츠신문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을 악화시켜온 오전 초쇄문제와 관련, 지난 8일 언론노조과 신문노협 그리고 스포츠3사 편집국장 및 노조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여 초쇄시간을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늦출 것을 잠정 합의했다.

안타깝게도 스포츠투데이 편집국장이나 대표자가 불참해 ´결정´되진 않았지만, 지난 3월부터 스포츠3사 지부와 언론노조에서 줄기차게 제기해온 문제에 대해 신문제작의 최고책임자들이 모여 공식적으로 연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각각 가능한 시간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이 자리엔 초쇄시간 문제 말고도 스포츠신문사 기자들이 겪는 여러 애로점도 논의됐다. 특히 오전초쇄와 아울러 ´박세리´ ´박찬호´ 등 스포츠신문의 뉴스메이커들이 국내와 시간대가 전혀 다른 외국에서 경기를 벌일 때마다 담당부서 기자들은 새벽 4∼5시에 출근해야 하는 이른바 ´조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기자들은 조출문제에 대해 오전 초쇄보다도 근무여건을 더 악화시키고 있는 ´주범´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출이 있는 날이면 거의 종일 근무해야 할 정도로 혹사된다는 것.

이날 열린 회의에서 김재동 일간스포츠 지부 위원장은 "새벽 경기가 있을 때마다 기자들을 혹사시키는 조출문제도 초쇄시간과 아울러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것 역시 예외조항을 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서울 이보상 편집국장도 "초쇄경쟁 자제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면 조출도 예외로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문제해결의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또 한가지, 사후감시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언급됐다. 이는 전체 스포츠신문사가 초쇄시간 연장을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만에 하나 이를 지키지 않거나 부득이하게 지키지 못하는 신문사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제재할 순 없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나온 지적이다.

이 자리에서 스포츠조선 신상돈 편집국장은 "합의안이 마련되면 자율에 맡겨야지 족쇄나 제재가 있어선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다수의 참석자들은 ´자율로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강성남 신문노협 의장은 "굳이 강제조항을 넣지 않고 자율로 하더라도 합의사항을 지키겠다는 일종의 ´신사협정´은 남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제재가 아닌 도덕적인 비난은 면치 못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스포츠신문 제작관행 개선에 대한 업계 공동의 첫 작품이 될 수도 있는 초쇄시간 연기문제가 공론화를 넘어 책임자들의 의견접근이 이뤄진 가운데, 여기서 단순히 ´선언´으로만 끝낼 게 아니라 종사자들의 실질적인 근무여건 개선과 함께 신문의 질적 저하를 초래해온 과열경쟁도 줄어드는 계기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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