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집단폐업이 26일 자정 찬반투표를 거쳐 폐업을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폐업사태를 두고선 명백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집단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당위적인 지적이다.

대부분의 언론 역시 이 점을 지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각 언론은 이 사태를 사회부 경찰기자들을 총동원해 철저히 밀착 취재했다. 뿐만 아니라 종합면, 사회면, 사설까지 할애해 의사폐업 관련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신문사 편집국의 사회부만큼은 늘 텅 비어있을 정도로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지대했다. 어쩌면 이런 관심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언론이 의사폐업에 주목한 점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폐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1년 여 연기한 의약분업을 정부가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점과 함께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도 지적했다. 전적으로 양비론의 입장에서 사태를 접근했다는 얘기다.

의사폐업 사태를 둘러싼 의약분업에 대한 언론의 접근법 자체를 옳다그르다 판단하는 건 유보한다더라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과연 어떻게 이 사태를 봐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쉬 지울 수 없는 의문점이 든다. 정부가 의약분업을 연기했을 땐 1년 동안 충실히 법안을 정비하고 그에 따른 준비도 철저히 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의사와 약사 모두에게 불만의 여지를 남긴 채 시행직전까지 끌어온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


본질외면·냄비근성

어떻게 보면 이것은 이번 폐업사태의 본질적인 쟁점이다. 그러나 일주일동안 사태경과는 의사들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초점이 돼버렸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안의 본질이 바뀌어버린 셈이다. 이건 당연하다고 본다. 의사들의 입장과 국민의 생명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끝까지 양비론으로 일관하면서 정부의 정책미비에 대한 지적에만 열을 올려왔다. 심지어 폐업이 끝난 후 언론보도에선 의사들이 갑자기 천사로 뒤바뀌어버렸고 의사를 원망하던 국민들은 금새 의사를 고마워하고 있다고 표현되고 있다.

언론사의 한 간부는 "의사들의 본심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악한 것은 아니다"면서 전날까지 ´국민을 죽이는´ 의사를 용서할 수 없을 것처럼 보도했던 걸 까맣게 잊고 있다. 과연 이것도 언론의 냄비근성으로 봐야 할까?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만큼은 철저히 책임규명을 해야 한다고 끝까지 지적하지 못하는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사고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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