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정부에 공정위에 대한 감사원 특감을 요청하도록 인수위에 지시하는 한편 시민·언론단체들도 국민감사청구에 나서 언론사 과징금 취소 파문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인수위는 지난 8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언론사 과징금 부과 취소와 관련한 서류 등을 토대로 경위조사를 벌인 결과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노무현 당선자에게 이를 보고했다. 이날 노당선자는 보고를 받은 뒤 정부에 공정위에 대한 감사원 특감을 요청하도록 인수위에 지시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측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이 법원으로부터 효력정지, 집행정지처분을 받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과징금 납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이고 대법원 판결에서도 패소할 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면서 “하지만 법원 판결이 불리할 것 같다고 해서 원칙을 갖고 추진한 행정조치를 스스로 부정하면서 용두사미로 만든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개혁의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언론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7일 언론사 과징금 부과 취소를 결정한 지난달 30일 공정위 전원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와 함께 민언련, 언개연, 인권센터 등은 공정위의 이번 처분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국민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공동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언론인권센터 안상운 이사는 “국민감사가 진행되면 부당한 절차로 취소처분을 한 관련자 문책과 이같은 조치로 국고손실을 초래한 사람에게 변상처분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징금 부과처분 자체가 잘못됐다고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소가 된 것은 재량권 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오는 13일까지 국민감사청구에 참여할 단체를 모은 뒤 국민들을 대상으로 청구인단을 공개모집할 계획이다. 국민감사청구는 20세 이상 성인 300명 이상이 연서하면 가능하다. 이에 앞서 민언련, 참여연대, 경실련, 언론인권센터, 언론노조 등은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는 언론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민언련은 6일부터 처분 무효화를 요구하며 1인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다. 또 10일 언론노조, 언개연과 함께 공정위 사무처장에게 ‘과징금 취소 철회’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한겨레는 6일자 <언론사 과징금 일괄 취소…공정위 내부규정어겼다> 보도를 통해 공정위가 최근 3년간 경영이 어려울 경우 과징금을 깍아줄 수 있도록 돼 있는 내부규정을 어기고 최근 2∼3년간 흑자를 기록한 ‘조중동’과 방송3사에게도 부과된 과징금을 취소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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