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문에 게재되는 법원 경매광고를 둘러싼 비리 수사를 마무리지으면서 오랫동안 뿌리깊게 유지돼온 신문사와 법원직원간의 뇌물수수 관행이 개선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박영관)는 지난 5월 대부분의 신문사들에게 법원경매 부동산 입찰매각공고를 제공하도록 각종 편의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2200만원 이상을 받은 법원 경매계 직원 9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지명수배한데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15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직원 23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99년 이전에 금품을 받은 407명을 법원에 비위통보함으로써 수사를 일단락지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사법처리와 법원 비위통보 대상자가 모두 400여명에 달하는 수사결과가 나왔고, 수사대상을 경인지역으로 한정했음에도 이 정도의 비위사실이 밝혀진 것을 감안할 때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법원 업무가 마비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97년 이후 신문사에 게재된 경매광고료 총액 700억원 중 최소 10%가 법원직원들에게 커미션으로 제공돼 이 부담은 사실상 경매당사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기 때문에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 직원들은 신문사들에게 △입찰매각공고가 많이 게재되도록 배정해주고 △추납금 등 공고료 수령시 편의를 제공했으며 △공고방식 등 기준에 어긋나더라도 이를 묵인해달라는 취지의 묵시적 청탁 대가로 10여 차례에 걸쳐 신문사 광고대행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

법원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광고대행업자들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대한매일, 경향신문, 국민일보, 문화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내외경제 등 대부분의 중앙일간지와 경제지의 광고대행업자들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에 대해서는 이번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준 점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사상 유례 없는 기록을 낳은 이번 수사결과가 광고를 둘러싼 언론사와 법원간의 금품수수 관행을 끊을 수 있을까. 이와 관련, 법원행정처는 지난 1일부터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그동안 3회 유찰까지 신문에 게재되던 경매공고를 1회로 줄이고 나머지는 법원 인터넷에 게시하기로 했다.

또 지금까지 신문사 광고대행업자에 대행을 맡겨온 경매광고를 언론재단으로 바꿀 것을 적극 검토중이다. 언론재단측은 지난 6월 ‘법원광고 대행을 위한 협약안’을 제출했고 이르면 9월부터 수도권 소재 법원 산하 12개 지원을 대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심의관실 관계자는 “검찰 수사결과 경매광고 집행에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고 개선해야 한다”며 “이후 개인적으로 각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내부징계와 감독도 강화될 것이며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개선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도 “법원측은 이번 수사 이후에 경매광고에 대한 집행을 투명하게 하려는 노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수사와 관련해 사건의 한 당사자라고도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이를 거의 보도하지 않은 것은 자사이기주의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 등 일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이 사안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며 “아마도 자사 광고대행사 관계자들이 연루된 이해관계 때문에 철저히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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