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1년, 언론계 무엇이 달라졌나] ‘특권의식’ 무너졌으나 ‘갈길’ 멀어
[세무조사1년, 언론계 무엇이 달라졌나] ‘특권의식’ 무너졌으나 ‘갈길’ 멀어
느슨한 회계관행 개선·경영투명성 제고 계기
무자료 광고거래 줄어…“정기 세무조사 필요”


<편집자> 서울국세청이 지난해 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고발한 지 오는 29일로 1년이 된다. 언론사 세무조사는 그후 엄청난 파장과 함께 일부 언론사와 정부간의 첨예한 대립을 불러왔다. 세무조사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볼 때 언론계에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현주소를 점검했다. ­

언론사 관계자들은 세무조사 뒤 변한 것으로 무엇보다 ‘설마 언론을 건드리겠냐’는 특권의식이 무너진 점을 우선 꼽았다. 한 중앙일간지 재무담당 관계자는 “그동안 권력으로부터 언론사들이 타 업종과는 달리 특별대우를 받아왔다는 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세무조사를 거의 받지 않았고 ‘설마 정부에서 문제를 삼겠냐’는 생각으로 세무와 회계측면에 느슨했던 관행이 이어져왔다”며 “세무조사가 방법이나 강도면에선 문제가 있었지만 언론사들이 과거와 같은 특권의식으로부터 벗어나게 한 순기능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중앙일간지 경리팀장도 “그동안의 관례에 비춰볼 때 ‘언론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하겠느냐’는 생각으로 회계처리 등을 소홀히 해왔던 게 사실이나 지난해 세무조사를 기점으로 이런 생각은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리부서 관계자들 외에도 편집국 기자, 광고국 직원 등 언론사 관계자 대부분이 과거와는 달리 영수증 제출과 같은 증빙서류 요구에 전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는 것.

모회사와의 관계에 따라 함께 세무조사를 받은 한 스포츠지 총무국 간부는 “세무조사를 계기로 그동안 세무조사의 무풍지대였던 언론사와 간부, 기자 모두 세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났다”며 “과거 기자들의 경우 취재·출장비와 관련해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부탁할 때마다 경리부서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지만 세무조사 뒤엔 적극 협조하는 분위기로 바뀐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간부는 이어 “어차피 대기업도 받고 있는데다 5년 뒤 또 받을 수도 있는 일인만큼 적어도 수용할 수 있는 측면은 받아들이자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사들이 증빙자료가 없어 문제가 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법인카드 사용의 일상화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게 됐다는 것을 세무조사의 성과로 지적했다.

이밖에 지난해 세무조사는 회사 자금유출 등 의혹제기의 빌미를 줬던 부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특히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해왔던 ‘무자료거래’(광고)는 매출에도 잡지 않아 신문사가 비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던 게 사실이고, 세무조사 이후 이런 잘못된 관행이 많이 없어졌다”며 “심지어 지난해 세무조사 기간 동안 국세청 직원으로부터 ‘한 신문사의 경우 일부 거래내역은 아예 장부가 남아있지 않아 조사에 애를 먹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신문사의 경영이 엉망이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정례화해 언론사의 경영도 보다 투명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광고유치를 위해 광고주들에게 식사와 술, 골프접대에 들이는 광고영업비를 국세청에서 ‘접대비’로 규정하고 과세한 것을 대부분의 신문들은 받아들이지 않는 등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들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이같은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한 중앙일간지 재무담당 관계자는 “과거 광고주들이 광고효과보다는 개인적으로 접대받은 매체에 광고를 해오던 관행도 세무조사를 계기로 점차 광고주들 사이에서부터 광고효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차례 세무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체질개선까지 가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국에 지원금을 제공하지 않으면 지국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나 광고유치를 위해 광고영업비를 적잖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당장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국세청이 지난해 세무조사에서 추징금을 부과했던 기준을 모두 일률적으로 적용하면 물적인 기반이 취약해 기존 관행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작은 언론사들이 오히려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언론사 세무조사로 만족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언론의 특권의식을 깨는 데 상당히 공헌했고, 언론사 경영에 그나마의 투명성을 갖게 한 것이 성과로 꼽혔다. 이에 따라 당장은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언론사 경영의 체질개선을 이룬다는 측면에서 정기적인 세무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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