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지 연예부 기자들 사법처리 파문 그후] ‘딴따라’ ‘대중문화지킴이’ 정체성 갈등
[스포츠지 연예부 기자들 사법처리 파문 그후] ‘딴따라’ ‘대중문화지킴이’ 정체성 갈등
‘비리집단’매도 “연예부 떠나고싶다”
경쟁격화로 사생활 ‘파헤치기’ 증가
엄숙주의·호기심 이중시각도 부담


최근 금품수수 등으로 일부 영화기자들이 사법처리 되는 등 한때 홍역을 치렀던 스포츠지 연예부 기자들은 적잖은 고민을 갖고 있다.

연예부 기자들은 ‘딴따라를 좇는 기자’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다른 한편으론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사생활도 기사화하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이중적 시선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연예부 기자들이 정체성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영화기자들의 사법처리였다. 신문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일부 기자들은 더 이상 연예부에 있고 싶지 않다고 말할 정도였다.

A스포츠지의 중견 연예부 기자는 “당초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대중문화 담당기자가 존경을 받고 대중문화 자체에 대한 동경도 있었기 때문에 연예부 기자를 지원했다. 그러나 막상 우리 현실은 연예기자들을 속칭 ‘딴따라’ 기자로 보는 게 전부였다.

여기에 영화기자들의 촌지 추문까지 터져 연예부 기자 전체가 비리집단인 것처럼 매도돼 연예부 생활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연예부를 지원하는 기자들도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며 “나 역시 대중문화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털어놨다.

근본적인 문제는 스포츠지가 늘어나면서 1면 경쟁이 격화됐고, 선정적인 기사도 더 많아져 연예부 기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따라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약 등 연예인 관련 사건의 경우 과거엔 그냥 지나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연예부 기자 대부분이 달라붙어 ‘파헤치기’ 경쟁을 벌인다는 것.

지난해 말 ‘황수정 마약 파문’ 취재를 위해 수원지검을 자주 방문했던 한 연예부 기자는 “이렇게까지 연예인 사생활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듯 보도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거나 짜증이 나기도 했다”며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검사마저 연일 1면을 장식하는 보도에 곤혹스러워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연예인들에 대한 ‘홍보성’ 기사로 보이는 보도가 많은 것 또한 해당 기자들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B스포츠지 영화담당 기자는 “충분히 기사가치를 판단했다 해도 결과적으로 해당 연예인 홍보에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기사를 쓸 때는 가끔 나 자신이 연예인 홍보하러 여기 들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반면, 어차피 연예인의 영향력이 커졌고 이와 관련한 대중적 수요가 늘어난데다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스포츠지 방송담당 기자는 “연예인의 신변잡기는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연예기사의 큰 부분이 됐는데도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게 되고 회의를 느끼게 되는 것”이라며 “원하는 독자들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기자들이 자조만 할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바람직한 기사 형식를 찾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예부 기자들을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B스포츠지 영화담당 기자는 “기자들도 고칠 부분이 많지만 엄숙주의와 호기심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사회 일각의 이중적 시각도 교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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