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생리대 대신 신발 깔창을 사용했다는 중학생의 사연이 알려진지 3년이 흘렀다. 여성환경연대가 2017년 8월 일회용생리대에 들어있는 유해물질로 건강상 피해가 있다고 문제제기하자 정의당이 다음달인 9월 건강영향조사를 청원했다. 같은해 말 환경부·식약처·질병관리본부 등이 참여하는 민관공동협의회를 구성해 지난해 예비조사를 추진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모니터링 및 프탈레이트류 위해평가 결과’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 총 297개 제품 VOCs 검출량이 위해우려 수준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또한 식약처는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 5개사로 구성된 정례협의체가 자체 조사한 VOCs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는데 2017년 대비 최소 44%~최대 100% VOCs가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즉각 비판입장을 냈다. 이 대표는 “여성들이 호소해 온 피해증상을 외면한 것”이라며 “생리대에 의도적·비의도적으로 포함된 여러 가지 독성물질이 동시에 노출된다는 점과 생리대 내 유해물질 외에 다른 기타 노출원과 노출경로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한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시작하는 본 조사에서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정미 의원실을 포함해 정의당 여성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 환경보건 관련 5개 학술단체와 시민단체 등은 21일 국회에서 ‘생리대 유해성 논란 3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의 노력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일단 현재 밝힌 유의미한 내용을 발전시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종현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장은 “식약처와 5개 생리대 제조사와 VOCs 저감화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를 5개사 이외의 제품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사결과는) 유해물질에 대해 그 결과가 확인된 사례로 실질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모든 생리용품이 안전해서 편리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여전히 민관협의체에서 ‘그래서 안전한 생리대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진 못했다. 본 조사에서 밝힐 문제는 생리대 사용자 피해증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일이다.

▲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회원들이 2017년 9월28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출범식 갖고 생리대 유해성 규명이나 안전대책 마련 촉구하며 독성생리대를 가위로 자르고 있다.ⓒ민중의소리
▲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회원들이 2017년 9월28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출범식 갖고 생리대 유해성 규명이나 안전대책 마련 촉구하며 독성생리대를 가위로 자르고 있다.ⓒ민중의소리

조현희 가톨릭대 의대 교수(은평성모병원 산부인과)는 “연구결과 일회용 생리대와 연관성이 큰 증상이 주로 통증 관련 증상(생리통, 뾰루지, 외음부통증, 덩어리혈 등)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연구) 참여자들의 이상증상은 특정 생리대 뿐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사용후에도 나타났는데 여성용품을 동시에 여러 개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며 “본 조사에서 밝힐 문제”라고 말했다.

사후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현 소장은 “제품 출시 후 소비자들이 부작용 등을 신고하면 후속조치한 뒤 사후 모니터링 시스템이 미비하다”며 “시장출시 후에도 제품결함이나 건강피해 추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조물책임법 상 (시민의) 결함 입증책임이 완화된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가능한 추가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제조사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정부가 논란 이후에도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처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해결과제였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3개 부처가 전문지식을 나누겠지만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건 쉽지 않다”며 “자기가 맡은 부분만 수행하면 문제가 해결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 조사 예산은 1억원 대다. 국민 절반이 겪는 문제인데 관심이 적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 교수는 “여성위생용품에 든 화학물질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는 외국에서도 거의 없다”며 “외국 사례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더 앞장서서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생리대의 유해성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보자는 주장도 나왔다. 조 교수는 생리용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리컵을 사용하고 체육시간에 앞구르기를 해도 되는가”, “체육시간에 생리중인 청소년은 편하게 그 사실을 얘기할 수 있는가”, “급할 때 생리용품을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가” 등이었다.

자신을 다큐멘터리 연출자라고 밝힌 한 청중은 “교육부와도 협업이 필요하다”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걱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통계를 보면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유한킴벌리는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신제품과 리뉴얼제품을 출시하면서 102차례에 걸쳐 제품 가격을 평균 8.4%, 최대 77.9% 인상했다.

유해성 논란이 벌어지면 정부는 유해성을 명확하게 입증을 못한 상태에서 생리대 제조사들은 더 비싼 가격에 새 제품을 내놓는 꼴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10년 7월 대비 2017년 7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13.2% 올랐지만, 생리대값은 26.3% 상승했다. 생리대 가격이 전체 소비자물가 보다 두 배 오른 것이다.

▲ 정의당 여성위원회 등은 21일 국회에서 '생리대 유해성 논란 3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의 노력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 정의당 여성위원회 등이 21일 국회에서 '생리대 유해성 논란 3년,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의 노력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대형마트에 가봤는데 생리대가 개당 400~500원, 심지어 개당 870원까지 있었다”며 “이런 생리대를 하루 5~7개씩 누구나 쓸 수 있지 않다. 생리대가 안전하다 하더라도 소득정도에 따라 생리대를 사용해야 한다면 월경건강도 양극화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세롬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활동가는 “학교에 다니면서 월경 용품에 대한 설명, 아플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적극 나서야 할 또 다른 이유다.

환경문제로 고민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탐폰하나를 쓰는데 3~4시간이 걸리는데 플라스틱 어플리케이터가 썩는 시간은 100년”이라며 “어떻게 하면 여성의 몸이 불필요한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을지, 여성과 생태계가 동시에 안전한 방식으로 월경기간을 보낼 수 있을지 사회 전체가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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