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은 왜 정부에 분노했나
간호사들은 왜 정부에 분노했나
“간호사들, 날개가 없는 것뿐만 아니라 추락…십수년 대책 되풀이 말고 ‘목숨 내놔야 하는 환경’ 바꿔야”

불과 1년 사이 두 명의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박선욱 간호사는 지난해 2월 휴대전화 속에 업무 압박감과 의기소침, 불안 등을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떠났다. 지난 1월 숨진 고 서지윤 간호사는 ‘같은 병원 사람들 조문을 받지 말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들 죽음으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의 직장 내 괴롭힘 즉 ‘태움’ 문화가 사회적 화두로 올랐고, 이는 과중한 업무 부담이 낳은 구조적 악습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간호대 정원 확대, 유휴간호사 재취업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간호사들은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대응이라며 지적한다.

지난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 토론회에선 분노 섞인 간호사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남인순 의원,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주관했다.

현직 간호사 A씨는 격앙된 목소리로 “보건복지부에서 TF가 이제 막 꾸려졌기 때문에 시작단계라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굉장히 화가 많이 났다”며 “2008년 당시 보건복지부도 많은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그때 나왔던 대안도 간호대 정원 증가, 육아를 위해서 휴직에 들어간 간호사들의 복귀를 돕는 방안 들이었다. 굉장히 많이 들어본 일화다. 지금 십 수년 째 반복되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남인순, 윤소하 의원 주최와 고 박선욱,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대책위 등 주관으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남인순, 윤소하 의원 주최와 고 박선욱,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대책위 등 주관으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노지민 기자

복지부는 지난해 3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통해 △2018~2022년까지 신규간호사 10만명 추가 배출 △유휴간호사 재취업 규모 2022년 2000명까지 매년 200명 추가 증원 △야간근무 보상 강화와 근무환경 개선 △신규간호사 교육 관리 가이드라인 △복지부 내 간호업무 전담 태스크포스(TF) 설치 등을 내놨다.

A씨는 “향후 간호사 2020년까지 10만명 증가시킨다고 했는데, 나도 간호사지만 신규면허 취득한 간호사들은 4년 동안 간호학 책 좀 읽어본 일반인에 불과하다. 1000시간에 가까운 실습 시간 마치고 졸업하지만 눈으로 구경만 하다가 졸업한다. 그들을 데려다 몇 달 만에 병원에서 하는 무수히 많은 업무들을 가르쳐서 트레이닝 기간이 끝나면 선배 간호사와 동일한 환자 던져주고 동일한 업무를 시킨다. 당연히 못한다. 간호사 근속년수가 5년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많은 사실을 수십년간 현장 간호사들이 지적해왔고 결코 복지부가 모를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해마다 간호인력 관련한 토론회에 가면 늘 쏟아지는 답변은 간호인력 증원시키겠다. 유휴간호사 복직시키겠다는 거다. 병원에 불러오는 게 문제가 아니고, 병원에 남아있게 해야 한다”며 “간호 인력을 관리해야하는 보건복지부에서 왜 문제의 핵심인 간호사가 너무 많은 환자를 돌보는 이 포커스를 계속 배제한 채 다른 문제만 해결방안으로 접근하려고 하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고 말했다.

30년차 간호사 B씨는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들을 날개 없는 천사들이라고 얘기하면서 그 프레임 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B씨는 “주변에서 간호대학 지원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말린다. 여전히 간호사 업무에 소소하게 사명감을 가지고 일함에도,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자살충동에 의해 도저히 못하겠다며 그만두는 후배들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간호사들은 날개가 없는 것뿐만 아니라 추락하고 있는데, 정부나 병원이나 일반적인 사회적인 시각에서 안일하게 대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화가 난다”고 말했다. 

B씨는 “정부는 간호대 인력을 늘리고 유휴간호사를 활용한다고 하는데 지금 조건에서는 본인의 목숨을 내놓고 근무하는 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상 간호사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환자 1인당 담당 환자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남인순, 윤소하 의원 주최와 고 박선욱,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대책위 등 주관으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남인순, 윤소하 의원 주최와 고 박선욱,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대책위 등 주관으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공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TF 팀장은 “현장 간호사 10만명을 양성 하겠다는게 아니라 10만명의 면허자를 만들어서 실제 활동 비율을 높일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들은 앞으로 더 보완하겠다는 말이었다”고 했다. 홍 팀장은 “교육부가 간호대 교육인증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수업과정에 대한 부분도 교육부에서 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협의를 해서 강화할 예정이다. 실습이 어려운 대학에 제공할 수 있는 간호대 실습 장비라던지 인프라가 부족한 부분은 내실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는 올 하반기 서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의료기관 100개소 기획감독을 진행하겠는 계획이다. 지난해 간호사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측정 도구를 개발해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를 두고 일반 제조업체 등에 대한 근로감독처럼 접근해선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을 할 수 없다며,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서울대병원 3년차 간호사인 김소현 의료연대본부 조직부장은 “근로감독을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라는데 안하는 것 보다 하는게 맞지만 정말 실효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서울대병원에서도 특별근로감독을 했는데 연장근로, 휴게시간, 관리자 당일에 나오지 말라고 하면 갑작스럽게 출근하지 않아야 하는 문제 등 여러 가지를 지적했는데, 병원에서 한 것이라고는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 문제라면 전산접속을 제한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업주에 대한 실질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3교대로 일하고 있다는 간호사 C씨는 “간호사들이 3교대가 너무 힘드니까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공무원, 심평원, 보험회사, 기타 다른 곳으로 빠지려고 한다. 경력 쌓아서 대학원가서 교수하던지, 나도 언제 3교대 벗어날까 고민만 했던 거 같다”며 “현재 우리 병원은 일반병동은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1:12다. 10년 전 간 절제환자는 중환자실에서 1일 머물렀는데 현재는 회복실에 30분 있다가 병동으로 간다. 그럼 병동 간호사가 느끼는 중압감은 나머지 환자들을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에게 “1:2, 1:8이 어려운가. 국민건강권 생각하면 어려운 수치인가, 사업주를 압박할 수는 없는 건가”라고 거듭 물었다.

고병곤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사무관은 “서울의료원이나 아산병원 같이 인재가 발생한 사업장들은 특별감독에 준해 많은 인력을 넣어 자세히 구체적으로 보겠다”며 “이번에 특히 직무스트레스 예방, 직장 내 괴롭힘 위주로 직무스트레스를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지, 개선했는지, 조사했는지 주로 볼 것이다. 그것만 보게 되면 연장근로나 휴게시간 보장 등은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과와 협의해 병행감독해서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병원만이 아니라 소, 중, 종합병원 등 규모별로 전국적으로 필요한 곳들을 (근로감독 대상으로) 선정하겠다”며 “기획감독 자체가 중요하지만 그 사업장을 통해서 다른 사업장까지 전파되고 발굴되어서 다른사업장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 공대위의 권동희 노무사는 “고용노동부는 사실 간호사의 실태를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정책국이라던지 산업보건과에서는 간호사 노동환경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 간호사에 대한 사건이 크게 두 가지인데 자살과 유방암이다. 간호사 유방암이 굉장히 유병률이 높은데 산재로 인정된 케이스는 없다”며 “노동부에서 간호사의 노동환경과 직업병에 대해서 구체적인 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남인순, 윤소하 의원 주최와 고 박선욱,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대책위 등 주관으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공
▲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남인순, 윤소하 의원 주최와 고 박선욱,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관련 대책위 등 주관으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공

민주당 청년을지로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대학병원 1년차 간호사는 “최근 간호사 처우개선 관련 활동을 하면서 병원에서 무언의 압박도 받고 부서이동이 된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시 부서이동을 하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수간호사로부터 폭언을 받기도 했다. 불과 작년만해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정도로 힘들었고 초과근무도 평균 4~5시간씩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심정을 느낄 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데 간호사 개인이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한다던지 그런 것이 어렵다.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 때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어디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간호사 고충상담을 위한 대한간호협회 콜센터 ‘널스 톡’(Nurse Talk)의 경우 간호사 면허 번호를 요구하는 등 익명보장이 안 된다는 지적 등이 제기돼왔다. 홍승령 팀장은 “널스톡이 실질적으로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예산확보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다만 이번 보건의료인력법에 인권침해로 인한 상담하는 기관에 대한 비용이 들어가 있고 간호대 실습교육 지원과 관련된 법적근거를 마련했다”며 “이런 법적 근거들을 토대로 복지부차원에서 보건의료인력과 관련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고병곤 사무관은 “간호사 부당노동행위 등 무언의 압박, 노조활동에 대한 개입이 있다면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해 분리신청이 가능하다. 연장근로나 수당을 못 받는 것은 감독과에 신고를 해야하는데 재직중인 근로자는 내부고발이라 쉽지 않다. 그런 부분은 익명으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신문고나 익명 팩스나 전화로 가능하니 문의를 해주면 조사하고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들으면 들을수록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서울아산병원에 대해서는 20개 단체가 특별근로감독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해주지 않아서 얼마전 노동부장관에게 공개질의를 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 이번에 특별근로감독은 아니지만 기획근로감독을 하겠다고 했는데 실효성이 있으려면 현장의 노동자들과 함께해야 한다”며 “특별근로감독 조장풍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적어도 왔다 갔는데 안 온 거랑 다름없으면 안 되지 않나. 근로감독 전에 저희 단체와 노조와 구체적 논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를 향해서는 “사실 호미로 막을 것을 앞으로 가래로도 못막을수 있다는 말을 감히 드리고 싶다. 그간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간호사들 표현으로 정말 ‘뻘 짓’을 많이 했다. 방향도 내용도 우선순위도 실효성이 거꾸로였다”고 비판했다.

정부 대책이 대학병원에만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간호사 D씨는 “간호정책TF에서 내놓는 정책은 대학병원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 대학병원이 아닌 곳에서도 제2, 제3의 박선욱 간호사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2019년 졸업생들은 현재도 죽고 싶다며 사직하고 있는 신규간호사들이 굉장히 많다. 정책에서는 말로만 떠들고 있고 실제로 현장에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내주셨으면 좋겠고 실제 현실에서도 실행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언론이 간호사들의 노동 환경을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도 나왔다. 간호사 출신의 한 PD는 “저는 36만원 받으면서 일했고 2주 만에 사직한 적도 있고 제 친구들은 아직도 일하고 있다. 이런 힘든 부조리들을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PD가 됐는데 2년차라는 어린 연차이기 때문에 발제를 못했다”며 “여기 오신 언론인들이 ‘이슈가 안 돼서’ 얘기 안 하는 게 아니라 의제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가주면 좋겠다. 언론인 선배들에게 정말 부탁드립니다. 간호사선생님들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현정희 본부장은 “간호사는 사선을 넘나들며 일하고 빠져나가기 위해 아이러니하게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도 그럴까봐 내가 무서워서 살아서 잘못된 세상이라고 알리고 행동하자는 말을 하루에 몇 번씩 한다고 한다”며 “돌아가신 분의 억울함을 풀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PD분 말을 새겼으면 좋겠다. 전국민이 안전한 병원, 간호사가 건강하게 활동할수 있는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드는 데 동참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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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반복 2019-05-20 12:51:46
간호사들의 자업자득인 부분도 매우 크다.

왜 간호사들은 간호 수가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인가?
왜 간호사협회장은 보사부 장관되는 데에는 눈이 뻘개서 덤비는데, 간호수가에는 묵묵부답인가?
왜 간호사들은 의사들의 의료수가로 버는 돈으로 간호사 월급 받는 현실은 외면하는가?

간호수가만으로도 간호사들 월급 이상을 벌어야 한다.
일반적인 기업들에서는 자기 월급의 최소 3~5배를 벌어야 자기 밥값을 한다고 하는거다.

어라라 2019-05-20 11:34:29
대통령만 바뀌었지 공무원들은 바뀐적 없으니까

평화 2019-05-20 09:44:27
간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수익 극대화로 몰리고 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를 탓하기보다는 국회에서 법을 입법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 정확하고 꼼꼼한 대책을 내놓은 정당을 지지하고 투표하라. 그것만큼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