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덕제씨가 반민정씨의 명예를 훼손한 죄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조씨 본인이 자신의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반씨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2015년 4월16일 영화 촬영 도중 조씨는 반씨와 강제로 성관계를 하는 장면에서 반씨를 강제추행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가슴과 음모를 만졌다. 감독의 연기지시에 포함되어있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되지도 않은 행동이었다.

조씨는 강제추행혐의와 무고혐의로 기소됐다. 반씨는 조씨가 주장한 무고혐의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결정을 받았다. 이후 법원은 1심에서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선 조씨의 강제추행 및 무고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 배우 반민정씨. ⓒ반민정 제공
▲ 배우 반민정씨. ⓒ반민정 제공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이 사건은 영화 촬영 도중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국내 최초의 판례를 남겼다. 이번 민사소송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조씨의 강제추행혐의 유죄판결을 확정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앞서 조씨는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던 2015년 8월 반씨를 명예훼손과 무고혐의로 고소했고, 반씨의 허위 신고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먼저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이에 반씨도 민사소송을 통해 1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서울남부지법 1심 재판부는 지난 15일 판결을 통해 “피고를 강제추행하고 피고를 무고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피고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조씨가 반씨를 상대로 낸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조덕제씨가 강제추행행위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반민정씨가 자신을 무고했다며 반씨의 고통을 가중시킨 점 △이 사건에 대한 형사판결이 확정되기까지 기간동안 반씨가 여성이자 배우로서 명예와 신용이 실추된 점 △조씨가 연기과정에서 우발적으로 강제추행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이는 점을 종합해 위자료 액수를 300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민사소송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자신을 신고·고소한 피해자를 압박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된 전형적인 보복성 고소였다. 그러나 일부 매체는 ‘성추행 논란’이란 표현을 통해 여전히 의혹이 있는 사건처럼 보도하고 있다. 특히 헤럴드경제는 “[단독인터뷰] 조덕제, 반민정에 민사소송 패소 ‘죽기 전에 진실 밝힐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조씨의 주장을 담았다. 

▲ 헤럴드경제 기사.
▲ 헤럴드경제 기사.
반민정씨 측은 이 같은 보도를 두고 “법적 판단이 완료된 사건에 대해서, 그것도 자신의 사건에 이용하기 위해 이재포 기자를 동원, 가짜뉴스를 만들어 언론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성범죄자 조덕제의 인터뷰를 실어주는 매체들이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민정씨 측은 이어 “최근 남성언론인들로 구성된 카카오톡 단톡방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자들이 성폭력 사건을 대하고 전하는 수준이 너무 낮다. 최소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기본을 지키고, 완료된 사건의 가해자에게 자꾸 마이크를 넘겨 추가 가해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민정씨 측은 또한 “조덕제씨는 반민정씨가 언론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조덕제씨야말로 형사재판 1심 무죄를 끌어내기 위해 당시 이재포씨와 함께 가짜뉴스를 만들어 재판부에 제출하는 등 줄곧 언론을 이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재포씨는 반민정씨에게 악위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 감옥에 있다.

(관련기사=조덕제 강제추행·이재포 가짜뉴스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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