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 등 국회 이탈로 국민이 피해를 본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조선일보가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정권이 선거제 개혁을 주요 야당인 한국당 동의없이 강제로 변경하는 있을 수 없는 짓을 저질러 장외집회를 낳았다면서 선거제 변경을 접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의 단식 농성으로 불을 지펴 합법적 절차에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을 왜 문재인 정권 탓을 하느냐’고 반박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계속 선거제 개혁을 극도로 혐오하면서 반대하는 이유가 의문이다.

조선일보는 15일자 사설 ‘文 대통령 野 협조 요청 앞서 선거제 강제 변경 폭거 접어야’에서 문 대통령이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당 장외집회를 두고 “대립을 부추기는 정치로는 미래로 나갈 수 없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으며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뿐”이라고 지적한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국당이 장외로 나선 것은 한국당을 뺀 4당이 선거제도를 강제로 바꾸려 한 때문”이라며 “적어도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선거제도를 주요 정당의 동의 없이 자신들 유리한 대로 강제로 바꾼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그런 폭거를 문재인 정권이 저질렀다”며 “이런 일을 당한 야당이 대통령 원하는 법안을 조용히 통과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나. 한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썼다.

더구나 조선일보는 이미 선거제 패스트트랙 이후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걸 “애초에 되지도 않을 무리수였다”며 “지금이라도 선거제 강제 변경 시도를 철회하고 대통령이 바란다는 공수처법은 별도로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선거제도 개혁안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가 되기도 전에 접으라는 요구다. 또 ‘강제변경’이라는 단어를 썼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과도 다르고 잘못된 프레임을 짜기 위한 단어를 썼다고 비판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강제변경이 아니라 합법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며 “몸싸움을 못하게 한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고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선거제도 필요성을 자유한국당만 빼고 다른 당은 다 인정하고 있다”며 “논의하는 동안 자신들이 제대로 된 안을 내지 않고 방향을 뒤집고 훼방놓기 위한 무성의한 안을 내놓다가 무시했다고 주장하다 여기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청와대
‘강제변경’이라는 단어에 홍 수석대변인은 “강제변경이 아니다. 그런 용어는 잘못된 프레임을 가져가려는 것”이라며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상당수 국민들이 찬성해 여론을 수렴한 제도”라고 했다.

특히 선거제 패스트트랙을 문재인 대통령이나 문재인 정권 책임으로 돌리며 철회하라는 조선일보 주장도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반박이다. 실제로 이 논의는 지난해 12월6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농성을 하면서 불을 질렀다. 바른미래당이 당내 반발이 나오지만 실제 논의의 결정적 역할은 손학규 대표의 정치개혁 의지였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손 대표 단식 때 지지방문을 하는 등 바른미래당이 당시엔 정치개혁을 다 할 것처럼 하더니 이제와서 제도가 유리하냐 불리하냐 따져서 저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을 주도했다는 것은 사실관계가 맞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통화에서 “선거법은 국회에서 논의한 사항”이라며 “우리는 국회에서 합의하면 존중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이 선거제도 패스트트랙에 넣으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이 같은 주장을 계속해서 하는 이유가 뭘까. 한국당의 의석 수가 줄어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선거제 개혁이 완성되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중심의 정치구도에 큰 변화가 생긴다. 한국당 뿐 아니라 민주당도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든다. 그래서 민주당 민평당 바미당 등 모두 내부엔 불만이 있다. 그래도 정의당을 비롯해 소수정당이 늘어난 비례의석을 차지하면 설령 민주당의 의석수가 줄어들어도 이들이 민주당과 사안별로 연대할 가능성이 더 높아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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