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스태프노조 2년간 방송뉴스에 딱 한번 등장
방송스태프노조 2년간 방송뉴스에 딱 한번 등장
7개 방송사 방송스태프 비정규직 조명 전무, YTN만 노조 주장 전달… “방송사 자기 치부 드러내야”

지난해 방송스태프 노조가 설립되는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 움직임이 급물살을 탔지만 방송사는 침묵했다. 노조가 설립됐고 고용노동부가 “스태프도 노동자”라 처음 밝혔고, ‘하루 20시간’ 장시간 노동을 시킨 드라마 제작 현장이 꾸준히 고발됐으나 방송사들은 리포트를 만들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방송스태프 노동조건 및 사건·사고 방송 보도(1분 이상 분량 리포트)를 6개 이슈 별로 조사한 결과 KBS·SBS 및 종합편성채널 4사는 보도를 1건도 내지 않았다. YTN은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MBC는 2건으로 다음을 이었다.

6개 이슈는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피디 사망사건(2016년 10월) △tvN 드라마 ‘화유기’ 스태프 추락 등 산재사고(2017년 12월부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발족(2018년 1월)과 활동 △방송스태프 노조 출범(2018년 7월) △고용노동부 드라마 현장 특별근로감독 및 결과 발표(2018년 9월) △근로기준법 위반 드라마 현장 연속 고발 등이다. 지상파 3사, 종편 4사, 보도전문채널 YTN 등 8개 사가 조사 대상이다.

▲ 2017년부터 지금까지 방송스태프 노동조건 및 사건·사고 방송 보도(1분 이상 분량 리포트)를 6개 이슈 별로 조사한 그래프. 그래픽=이우림 기자.
▲ 2017년부터 지금까지 방송스태프 노동조건 및 사건·사고 방송 보도(1분 이상 분량 리포트)를 6개 이슈 별로 조사한 그래프. 그래픽=이우림 기자.

고 이한빛 피디 사건은 신문과 인터넷매체만 보도했다. 8개사 모두 방송 리포트를 만들지 않았다. MBC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과로 자살' 잇따라”(2017년 5월4일) 보도를 냈으나 과로 자살 사례의 하나로 인용됐다. 이 사건은 2016년 11월 인터넷매체 보도로 이미 알려졌고 유족과 시민단체는 2017년 4월부터 대책위를 꾸려 공론화 작업에 힘썼다. YTN은 사건 1주기를 앞둔 10월24일 “故 이한빛 PD 1주기 추모문화제 개최” 소식을 20초 동안 전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검색하면 방송 리포트는 단 2건이 확인된다. 모두 YTN 보도다. 지난해 8월 보도된 “주 52시간 근무'...방송계 변화는 시작됐지만” 리포트와 지난 1월 진행된 “한빛미디어인권센터 1년...방송계 노동 환경 달라지고 있나?” 인터뷰 꼭지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방송사는 YTN 밖에 없다. 이마저 설립된 지 1년 후다. 한빛센터는 고 이한빛 피디 사망을 계기로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방송스태프 및 방송작가 노조 등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방송스태프 노조 설립 소식도 방송 전파를 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 발언이나 주장도 인용된 적 없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 발언은 지난해 8월1일 YTN 보도에 한 차례 실렸다. 인터뷰가 아니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발언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으나 방송사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방송스태프 대부분은 형식상 프리랜서로 도급 계약을 맺거나 계약 조차 하지 않았으나 근무 시간과 장소 등이 철저히 제작사 지휘를 따르는 실질적 노동자였기에 노동계는 이들 노조 설립을 주목했다. 방송스태프들은 노동부 확인으로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할 추진력을 얻었다.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김두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장이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KBS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요구서를 들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 KBS 2TV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 촬영 A팀 시간표. 자료=방송스태프지부
▲ KBS 2TV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 촬영 A팀 시간표. 자료=방송스태프지부

방송스태프 노조·한빛센터의 각종 고발 사건도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들은 지난해 10월30일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방송사 CJ ENM 등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12월엔 “하루 20시간 이상 일을 시켰다”며 드라마 ‘황후의 품격’ 제작사와 SBS를 고발했고 같은 이유로 ‘왜그래 풍상씨’ 등 KBS 드라마 5개 현장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시크릿 마더’, ‘아는 와이프’ 등 드라마 현장의 노동시간 위반 사실도 폭로됐다.

YTN, MBN, SBS 등은 온라인으로만 고발 사건을 보도했다. 바이라인은 각각 YTN Star, MBN 스타 혹은 스타투데이, SBS funE 등이다. 연예·문화 담당 부서이거나 자회사다.

보도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슈는 산재사고다. 2017년 12월 화유기 세트장에서 한 스태프가 추락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관련 보도는 YTN에서 4건 나왔고, JTBC는 2번에 걸쳐 앵커멘트로 전했다. 2018년 8월엔 SBS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스태프가 돌연사했다. YTN이 리포트 1건을 냈고 JTBC는 2일과 3일 한번씩 앵커멘트로 사건을 알렸다. 나머지 6개 사는 온라인으로 보도하거나 하지 않았다.

방송사는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부당해고 사건도 외면한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계약이 일방 종료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었고 서울지노위·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MBC는 이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넣었고 아나운서들도 해고무효확인 소송에 더해 근로자지위보전 신청을 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3일 이들 근로지지위를 인정했다. 방송 리포트는 지난 3월 YTN 보도 2건 밖에 없다.

방송스태프 비정규직 노동 현장에선 답답함이 크다. 진재연 한빛센터 사무국장은 “정권이 바뀐 후 방송사들은 자신들 내부 문제엔 입 다물고 있는데 적폐청산을 이전 정권만의 문제나 방송사 사장 교체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냐”며 “공정방송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보답하려면 제작 현장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부터 시작해야 하고, 내부를 성찰하는 보도를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팀장은 이와 관련 “사회적 약자 문제를 잘 보도하는 방송사도 자사 비정규직 문제는 외면한 것으로 자신의 치부는 보도하지 않는 자기 보호 본능에 빠졌단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며 “이 문제는 기술적으로 취재가 어렵지도 않다. 자신의 문제를 더 밝혀줬을 때 다른 분야의 부조리를 고발해도 더 신뢰를 얻을 것”이라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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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5-15 14:10:00
언론이 잠잠하다면, 우리가 스스로 참여해서 알려야 한다. 정당한 노동자의 지위는 참여로 이루어진다. 단, 불법점거와 폭력은 중도시민을 노동자 이슈와 정치에서 등 돌리게 만들 수 있다. 전략적으로 평화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하게 가야 한다. 그래야 모든 시민이 관심을 두고 더 지지하고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