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KBS, 비판 언론 아냐”

‘공영방송으로 정권 홍보 말라더니… 文대통령, 오늘 취임 2주년 KBS와 대담’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취임 2년 만에 공영방송 KBS과 첫 인터뷰를 하는 것과 관련해 이날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국내 언론과 인터뷰 대상으로 KBS를 선택한 것을 KBS 내 보수 성향의 소수노조 입을 빌려 “정권 홍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밝혔듯이 문 대통령과 대담자는 KBS 현직 기자(송현정)다. 청와대 측은 “현직 기자이기 때문에 곤란한 질문이 많이 제기될 것”이라며 “기자회견 대신 대담을 하는 것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공식 기자회견이나 비판 언론과의 인터뷰 대신, 정권 입맛에 맞는 매체를 선정한 것은 결국 일방적 정권 홍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엔 KBS에 대한 조선일보의 두 가지 편향적 시각이 깔려 있다. 지금의 KBS가 ‘비판 언론’이 아니라는 것과,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처럼 ‘정권 입맛에 맞는 매체’라는 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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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코멘트를 해줄 KBS 구성원은 KBS 내부에서 고연차 직원들 중심으로 이뤄진 제3노조인 공영노조뿐이다. 공영노조는 “문 대통령은 뭐가 그리 두려운지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공영방송 KBS를 통해 일방적인 ‘홍보’를 하려는 것인가.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질문을 받고 설명하라. 사전에 준비된 각본이 아닌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대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여권은 야당 시절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이 KBS 등 친여(親與) 매체를 정권 홍보의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을 비판해 왔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KBS 라디오 연설을 이번 인터뷰 형식의 대담과 동일한 ‘홍보 방송’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일방 추진한 라디오 주례연설은 KBS 다수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 전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KBS를 비롯해 MBC 등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 실무진과 사전에 아무런 제안이나 협의도 없이 박형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의 방송 방침 이후 방송사 윗선에서 알아서 편성을 결정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 20년 만에 부활한 대통령 주례 연설은 KBS PD들의 거센 반발에도 강행됐고, 2008년 10월13일부터 2013년 2월18일까지 109회나 방송됐다.

[관련기사 : MB의 KBS 라디오연설 “청와대가 배후”]

KBS진실과미래위원회(위원장 정필모·이하 진미위)가 지난 4월2일 채택·의결한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에 대한 정부개입 문건 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KBS 라디오 책임자들은 “10월13일 방송분만 1회성으로 편성키로 했으며 오전 7~8시 사이 방송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청와대 문건에는 이미 라디오 연설이 정례화로 결정된 상태였다.

KBS진실과미래위는 “노사 합의된 대통령 라디오 주례 연설 방송에 대한 반론권 보장 무산, 심의의 실질적 미이행, 선거 기간 중 방송 강행, 국정원 개입 의혹 등을 종합해 보면 대통령 라디오 주례 연설은 최초 편성부터 종료까지 KBS의 자율적이고 독립적 의사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며 “2008년 청와대 문건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단초”라고 설명했다.

▲ 2008년 10월1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대통령 라디오 연설 관련 반응’ 문건. 자료=KBS진실과미래위원회
▲ 2008년 10월1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대통령 라디오 연설 관련 반응’ 문건. 자료=KBS진실과미래위원회
한편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8일 취임 후 진실과미래위(진미위)를 만든 양승동 KBS 사장의 진미위 운영규정 제정 과정상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양 사장은 지난해 진미위 운영규정을 제정하면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며 “진미위는 양 사장이 취임하면서 과거 정부 때 불공정 방송과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며 출범한 기구”라고 설명했다.

KBS 공영노조는 지난해 9월 “KBS가 진미위 운영규정에 직원들에게 불리한 징계 규정을 포함하고 과거 보도를 조사해 보복성으로 징계했다”고 주장하며 서울남부지법에 진미위 활동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진미위에 징계권고권이 없다는 공영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진미위의 징계 요구 권한 효력을 정지 처분했지만, 진미위 출범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라는 KBS 공영노조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공영노조는 11월에 양 사장을 단체협약 위반 등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장을 냈다.

검찰 송치 소식에 KBS는 “진미위 운영규정 제정 과정에서 사내게시판 등 공개적인 논의와 이사회 의결 등을 통해 사내외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적법했다고 소명했지만 노동청은 다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고법에서 진미위 운영규정이 취업 규칙인지와, 진미위 운영규정 제정 과정에서 적법하게 의견을 수렴했는지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2008년 10월1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대통령 라디오 연설 관련 반응’ 문건. 자료=KBS진실과미래위원회

장자연 사건 조선일보 외압 의혹 재판 보도 한겨레만

2009년 고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정은영) 심리로 열린 민사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선일보 외압 사실을 재차 폭로했다.

“이동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제 집무실로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조선일보 사회부장으로서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조선일보를 대표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했습니다.”

조 전 청장의 진술은 지난해 7월 MBC ‘PD수첩’에 방송된 인터뷰 내용과 일치했다. 전국단위 아침종합 일간지 중 이 소식을 유일하게 지면에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뿐이었다.

이날 재판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10월 장자연 사건 보도와 관련해 PD수첩 쪽에 6억원, 미디어오늘 쪽에 4억원, 조 전 청장에게 3억원 등 모두 13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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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조 전 청장은 장자연 사건을 수사했던 2009년 3∼4월께 이동한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수원에 있는 경기지방경찰청으로 직접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고 진술했다”며 “조 전 청장은 10년 전 일과 관련해 이 전 부장이 찾아온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당시 느꼈던 감정은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조 전 청장은 “(당시 이동한 부장이)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대통령(이명박)하고 전혀 관련도 없는 사건을 가지고 경기지방경찰청에서 사건 처리를 잘못해서 정권 퇴출 퇴진 운운하는 식의 부담을 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부장 본인은 날 협박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결과적으로 이 전 부장의 말대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이 경찰서에서 조사를 안 받고 경기경찰청이 서울까지 진출해 직접 조선일보를 찾아가서 조사한 것 같다. 그건 굉장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사를 경찰서에서 받지 않은) 결과를 봤을 때 보는 시각에 따라 충분히 협박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 2009년 4월23일 경찰의 방상훈 사장 방문조사에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을 담당하는 조선일보 기자 2명이 배석해 ‘황제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부장도 직접 나와 “길에서 나를 만나면 알아보겠느냐”며 조 전 청장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조 전 청장은 장자연 사건에 대한 취재 경쟁에 심했던 2009년 당시 수사 대상인 신문사의 사회부장이 조 전 청장의 집무실에 찾아간다는 게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조선일보 쪽 질문에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찾아온 것이 노출되면 곤혹스러울 수 있으니까 당시 보안 유지를 극도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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