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저녁 7시17분 무렵부터 강원도 고성 한 주유소 맞은편 도로변에서 산불이 나기 시작하면서 인근 야산과 속초 시내까지 불길이 번진 가운데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가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해 논란이다.

지상파 3사와 보도전문채널 2곳 중 가장 늦게 재난방송을 시작한 곳은 SBS였다.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연합뉴스TV는 가장 빨리 재난방송 특보체제로 전환했다. 종합편성채널 중에는 JTBC가 5일 새벽 24시5분에 재난방송을 시작했다.

▲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가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과 속초 산불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자시 정규 프로그램인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해 비판받고 있다. 사진=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갈무리.
▲ 재난주관 방송사인 KBS가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과 속초 산불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자시 정규 프로그램인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해 비판받고 있다. 사진=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화면 갈무리.

큰 산불에 정부는 전국 소방차 872대와 56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 상황이다. 강원 소방 소속 소방차 52대를 비롯해 서울과 인천, 대전, 세종, 경기, 충북, 충남, 경북은 가용차량의 2분의 1, 부산, 대구, 울산, 전북, 전남, 경남은 가용차량의 3분의 1이 지원 출동했다. 단일 화재 진화 작업으로선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난주관방송사인 KBS1TV는 밤 10시53분에 약 8분간 잠깐 강원도 고성 산불 소식을 알린 후 밤 11시5분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했다. KBS 관계자는 “오늘밤 김제동을 평소보다 20분 일찍 끝낸 후 밤 11시25분부터 바로 특보체제로 전환했고, 정규프로그램 방영 없이 오후 2시까지는 확실하게 특보체제로 갈 예정”이라고 해명했으나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시청자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누리꾼들은 “KBS 어제 불 심하게 나는 상황에서 ‘오늘밤 김제동’ 방영해놓고 오늘 아침 재난주관 방송사라고 뻔뻔하게 말했다” “밤 11시 넘도록 재난방송 안 하고 오늘밤 김제동 방송했냐. 폐지하라” “전국이 불바다 됐는데 오늘밤 김제동 틀어주는 KBS” 등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KBS는 춘천방송총국과 강릉방송국을 통해 재난 자막 스크롤로 산불 피해 상황을 보도했고, 뉴스9를 통해서도 세차례 전화 연결을 통해 산불 피해를 보도했다고 밝혔다.

KBS는 오늘밤 김제동 방영 논란과 관련해서는 “당초 23시부터 40분간 편성된 오늘밤 김제동은, 생방송이어서 중간에 보도본부를 연결해 속보와 특보를 이어갈 수 있어 방송을 개시했고, 오프닝 멘트부터 산불 소식을 전하면서 방송을 시작했다. 이후 연결 대비해 시스템과 스태프가 스탠바이했지만, 방송 중 현장 상황이 계속 악화됨에 따라 본격 특보로 이어갈 것을 결정하고 20분만에 급히 방송 중단하고 특보 재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상파 방송사 중 가장 늦게 재난방송을 시작한 SBS도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SBS는 ‘가로채널’ 방영 중 밤 11시52~58분까지 약 6분간 속보성 산불 소식을 전한 후 예능 프로그램을 재방영했다. SBS는 5일 새벽 12시46분부터 뉴스나이트를 통해 재난 소식을 전달했다.

▲ MBC 왕종명 앵커가 지난 4일 오후 강원도 산불 현장에 있는 앵커와 이원 생중계를 통해 질의응답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MBC 유튜브채널 방송화면 갈무리.
▲ MBC 왕종명 앵커가 지난 4일 오후 강원도 산불 현장에 있는 앵커와 이원 생중계를 통해 질의응답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MBC 유튜브채널 방송화면 갈무리.

밤 11시7분에 방송에 들어간 MBC는 현지에 있는 시민들과의 전화 연결을 통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질의 응답하는 형식으로 재난방송을 시작했다. 자사의 지역방송인 강원·영동MBC의 기자와 전화 연결을 하기도 했다. 산불로 인해 통신이 끊기면서 방송은 원활하지 않았고 다급한 상황을 방송했다.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연합뉴스TV는 각각 밤 10시와 10시40분에 재난방송을 시작했다. 연합뉴스TV는 기상전문기자가 스튜디오에 출연해 산불이 난 상황을 설명하면서 방송을 시작했다. YTN은 제일 빠르게 재난방송을 시작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산불 지역 장소명을 오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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