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KT노동자 “인적 드문 곳이었다면 나는 죽었다”
뇌출혈 KT노동자 “인적 드문 곳이었다면 나는 죽었다”
[인터뷰] 김신재 KT서비스 노조위원장 “직원 쓰러져도 회사는…전신주 작업 2인1조로 해야”

“아! 조금만 이따가 연락드릴게요”

김신재 KT서비스 노조위원장. 그는 KT의 설치·수리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 KT서비스(KTS) 노동자로 지난해 11월 노조를 만들었다. 몇 차례 취재차 전화를 걸 때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늘 숨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지난 4일 그가 쓰러졌다. 그는 서울 군자동 주택가 전봇대 위에서 작업하다가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뒤 지난달 29일 건국대병원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몸의 오른쪽이 모두 마비돼 화장실도 갈 수 없었다. 그는 “의사가 퇴원한 다음 재활병원 다니며 재활 열심히 하면 다시 사다리를 탈 수 있다고 했다”며 비교적 덤덤하게 말했다.

김신재 위원장은 “이렇게 있으면 과격한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병상에 함께 있던 홍성수 노조 사무국장은 “억울한 게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둘은 형 동생하는 사이로 지난해 함께 노조를 만들고 사측의 노조 선거개입, 불법파견 문제 등으로 사측과 분쟁을 겪고 있다.

▲ 병상에 있는 김신재 KT서비스 노조위원장. 몸의 절반이 마비된 탓에 그의 표정도 절반만 드러났다. 사진=금준경 기자.
▲ 병상에 있는 김신재 KT서비스 노조위원장. 몸의 절반이 마비된 탓에 그의 표정도 절반만 드러났다. 사진=금준경 기자.

김 위원장은 사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전주 작업 하다가 선을 던졌는데 꼬였다. 그걸 푸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다. 팀장에게 도와달라고 연락했는데 처음에는 장난치는줄 알았던 거 같다. 내려 와서 똑바로 서지 못하고 뒹구니까 지나가던 분이 신고했다. 30분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한다. 인적 드문 지방에서 일했다면 나는 죽었다.”

홍성수 사무국장은 “전봇대 작업은 2인1조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사고와 달리 부상은 일일이 집계가 안 되지만 전주 추락이 가장 많을 거다. 무리한 요구가 아닌데 비용 문제라며 안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노조는 전신주 등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2인1조 작업을 요구해왔다. 그러다 노조위원장까지 쓰러졌다. 

이들은 사고에 대한 회사 입장을 몰랐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실 요청에 KT측은 ‘산재 신청 절차에 행정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제출했다. 기자가 이 내용을 알려주자 사측의 입장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홍 사무국장에게 “국회의원이 요청하면 이렇게 답을 주네”라고 했다.

중환자실에 있을 때 직원들이 병원에 오긴 했지만 KT서비스 경영진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김신재 위원장은 “이 상태가 됐으면 임원이 와서 얼굴이라도 봐야 하는 거 아니냐. 내가 아무리 노조를 하고 있고, 내부고발을 했어도”라며 분을 삭혔다. 

홍 사무국장은 “심지어 이번 사고에 회사는 아무런 전파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른 지점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그가 쓰러진 일을 모를 것이란 설명이다. 그들에게 이런 일이 낯설지 않다. 이들은 2017년 충주에서 벌어진 KT서비스 수리기사 살인사건도 언론 보도로 접했다.

홍 사무국장은 “사고가 나면 전파를 해야 한다. 이런 사고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경각심을 줘야 하는데 회사는 상품을 더 팔라는 교육을 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사고가 날 때마다 똑같다. 23살 신입사원이 죽었을 때도 판매 교육을 했다. 내가 사고 났을 땐 안 그럴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이들은 설치수리 노동자이지만 동시에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 휴대폰도 팔고 결합상품 가입도 권유해야 한다. 심지어 이미 KT에 가입된 이용자라도 설치비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해지시키고 재가입하게 만드는 영업도 한다고 했다.

“100번(콜센터) 직원들이 영업한 걸 뺏으라고 한다. 이런 걸 꺾기라고 한다. 그걸 뺏으면 잘 했다고 포상도 한다. 기술직으로 입사했는데 왜 영업을 해야 하나. 회사는 영업 잘하면 연봉 6000만원까지 점프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100번이 일하는 환경 보면 마음 아파서 뺏지 못한다.” 김신재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노조위원장이 된 이후에도 하루 10건 이상씩 업무를 했다. 오전에는 AS, 오후에는 개통작업을 주로 한다. 그는 “노조를 하는데 왜 이렇게 바쁘냐고 많이들 묻더라. 노조 만든 이후에도 업무양이 똑같다. 그날도 그 작업을 할까 고민하다가 건수 갖고 시비거는 경우가 있어서 했다. 어차피 내가 안하면 후배들이 해야 한다”고 했다. 

홍 사무국장은 ”8시간 안에 10건 넘게 처리하려면 시간이 빡빡해서 서두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간이 부족해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T서비스의 고정 급여가 연봉 2600만원 가량에 불과하고 업무 양에 따른 포인트로 실적금을 지급해 스스로 일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유료방송 설치기사의 노동환경.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 유료방송 설치기사의 노동환경. (해당 사진은 이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제공.

김 위원장은 ”타사는 단자함을 건물 옆면에 붙이는 방식이 많다. 그러면 설치할 때 건물 옆에서 집까지 선을 끌어오면 돼서 일하기 편하다. 우리는 돈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고 전신주를 타야 한다“며 비용 문제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회사는 사실상 노조에 무대응 전략이다. 지난해 노조를 설립한 직후인 11월 사무실 제공, 회사 담당자 지정 등 요청 공문을 보냈고 이어 내용증명도 보냈는데 답신은 김 위원장이 쓰러진 후인 3월6일에 도착했다. 홍 사무국장은 “4개월 동안 무시하다가 사람 이 지경 되니까 보낸 거다. 회사지만 인성이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홍 사무국장은 “이 회사는 시끄러워지는 걸 매우 싫어한다. 시간이 지나면 묻히겠거니 생각한다. 그러면 안 된다. 직원도 사람이고 고객인데, 직원 대하기를 그런 식으로 하면 되나”라고 지적했다.

KT 불법채용 문제가 연일 뉴스에 나온다. 김 위원장은 “웃긴다. 누구는 이 회사 직원이라고 소송해서 이겨야 하는데, 누구는 높은 사람 말 한 마디면 꽂힌다. 노동청 가서도 이 이야기 그대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금씩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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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4-02 16:54:03
너무 안타깝다. KT가 민영화만 되지 않았어도,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수익, 오로지 수익. 국민 대부분도 수익을 원하지 않는가. 이렇게 수익만 원하면,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다친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 정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정치참여를 잘했다면, KT도 안전에 더 신경 썼을 것이다. 슬프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