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운영하는 웹툰 플랫폼 ‘케이툰’(KTOON)이 또 논란이다. 연재작가 10여명은 최근 연재 중단을 통보 받았다. 작가들은 합당한 근거나 기준 없이 사실상 해고를 당할 위기에 놓였으며 작품을 타 플랫폼에 전송할 권리도 부당하게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반면 KT와 작가 매니지먼트 업체인 ‘투니드 엔터테인먼트’(투니드)는 계약에 근거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장된 웹툰 산업계의 관행적 계약이 창작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이툰 연재 작가들은 지난 1월 투니드로부터 KT의 케이툰 운영 방침이 바뀌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2019년 4월부터 케이툰의 모든 작품을 공급하던 과거와 달리 케이툰 내 CP(Contents Proivder)사들 중 하나로 케이툰 운영 방침에 맞게 작품을 공급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투니드는 세부 연재 조건이나 운영방침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연재 중인 작품들 개별 사항은 담당 PD를 통해 연락하겠다고 밝혔다.

작가들은 이후 카카오톡, 이메일 등을 통해 ‘4월까지만 연재가 가능하다’고 통보 받았다. 현재까지 파악된 연재 종료 작가는 약 14명. ‘KT올레마켓’(케이툰의 과거 명칭) 시절인 2013년부터 7년 째 웹툰을 연재해 온 달고나 작가도 ‘카톡 통보’를 받았다. 달고나 작가는 “매출이 안 나는 작가이기 때문에 해고(연재 종료)하는 거라고 하더라”며 “내가 납득할 수 있게 얼마나 작품 매출이 떨어졌는지 트래픽 등 증거를 달라고 했더니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 KT 웹툰 플랫폼 '케이툰(KTOON)' 홈페이지 갈무리.
▲ KT 웹툰 플랫폼 '케이툰(KTOON)' 홈페이지 갈무리.

연재 종료를 통보받은 작가들이 지난 2월 투니드에 이메일을 보내 연재 종료의 구체적 사유와 보상 방안을 요구하자 “투니드의 역할은 플랫폼(케이툰) 변화와 움직임에 대해 빠르게 전달하고 대응하는 것”이며  “투니드 또한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 당사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투니드는 당시 작가들에게 “100여 작품 이상을 독점 공급했던 이전과 달리 현재 60여 작품으로 규모가 줄었고 4월 이후에는 20여 작품 미만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투니드는 모든 결정권이 KT에 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고, KT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작가들과 접촉이 차단됐다. 작가들 이익과 직결되는 결정에 정작 작가들 의사는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투니드 측은 일방적인 통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니드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어느 한쪽이 연재 종료를 원하면 의사를 밝힌 뒤 3개월 이내에 연재가 종료되도록 돼 있다. (종료 대상 작품은) 1월에 전부 공지를 했다”며 계약서상 절차를 모두 지켰다고 해명했다.

KT는 “모든 것은 투니드와 계약서에 의해서 체결되고 이행된다. 위법적으로 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투니드와 KT 간 체결한 계약이 오는 3월 말로 종료되므로 새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뿐이라는 것. KT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새 계약이 이뤄지면 일부(작품)는 제외될 수 있고 변동이 생기기도 할 것”이라며 “한 분 한 분 작가들과 계약한 게 아니라 작가분들에게 직접 계약 조건을 전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KT는 이미 한 차례 이른바 ‘웹툰 구조조정’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지난해 6월 KT가 케이툰 운영비용 축소 방침을 결정하면서 작가들에게 고정적으로 지급돼 온 고료를 없애는 방안이 추진됐다. 당시 작가들의 반발과 일부 언론 보도 이후 KT는 해당 방침을 철회했으나, 투니드와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지속적인 작품 수 축소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악화로 인한 ‘플랫폼 효율화’ 정책이라는 것이다.

달고나 작가는 “과연 KT가 매출을 내려고 노력했는지 그렇지 않았음에도 작가들에게 모든 정보를 차단한 채 ‘작가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례로 “매출이 안 나오는 작가라는 얘기를 듣고 유료 결제를 유도할 수 있는 시도들을 할 수 없겠느냐고 이런 저런 요청을 계속했지만 이뤄진 건 하나도 없었다. 실질적으로 프로모션 이벤트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수익 구조가 변화된 일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연재 중단 위기에 처한 작가들의 또 다른 우려는 ‘전송권’ 문제다. 웹툰을 플랫폼 등을 통해 게시해 대중에게 제공할 권리를 의미한다. KT와 투니드는 계약에 따라 연재 종료 시점으로부터 2년까지 작품 전송권이 KT에 있다고 밝혔다. 한 작가는 “연재를 멀쩡히 하다가 갑자기 중단 통보를 받으면 새로운 작품으로 다른 데서 연재를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준비 기간도 필요한데 돈이 없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작가와 계약을 맺은 대상은 투니드인데 전송권은 왜 KT에 있다는 것일까. 투니드는 작가와 체결한 세부약정서를 근거로 제시한다. 세부약정서는 ‘매니지먼트 권한 범위’로 연재분의 수익사업 및 제3자와의 계약 협의·체결 대리 권한을 담고 있다. 해당 약정서에 연재 플랫폼으로 ‘KT올레마켓웹툰’이 명시돼있다는 점을 들어 전송권이 투니드 뿐 아니라 KT에도 허여(許與)됐다고 보는 것이다. KT와 투니드는 전송권은 ‘합의가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김성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될 경우 계약서에 합의된 내용에 따라 플랫폼이 일정 기간 동안 작품 전송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계약을 잘 이행한 후 종료된 것이 아니라 해지 사유가 발생해 해지된 것이라면 해지 시점 이후부터는 전송권도 소멸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작가와 연재계약을 체결한 것은 투니드이기 때문에 연재 전송권, 수익배분 권리, 수익정산권리 등은 투니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결정을 KT가 하기 위해서는 투니드가 권리를 양도했다는 점에 대해 작가와 합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재 종료와 관련해 ‘상호 협의’만을 조건으로 담은 계약 자체의 불공정성 여부도 살펴볼 부분이다. 사실상 투니드가 원할 때 언제든 연재를 종료할 수 있고, 작가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연재 종료를 통보 받더라도 현실적으로 승복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3조 1항 4호는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한다.

김희경 전국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 지회장은 “KT라는 대기업이 작가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에이전시와 알아서 해결하라며 손 놓고 있는 행태는 전형적인 원청 갑질의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김 지회장은 “심지어 사측은 연재중단 당한 작가에게 연중작품의 전송권을 회수하려면 지금까지 받은 고료를 다 반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상식 밖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플랫폼의 방만한 경영과 에이전시의 무능으로 인한 피해가 작가에 전부 전가되는 상황”이라며 “몇 번이고 반복되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케이툰은 일방적으로 연재 중단을 당한 작가들의 전송권을 반환하고 작가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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