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미투 운동’이 일어난 지 1년, 광장을 찾은 활동가와 시민들은 이날 행사가 여느 때보다도 “크고 젊어지고 다양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공식 행사 1시간 전인 오후 5시, 광화문 광장은 여성·시민·노동단체들이 준비한 부스와 깃발로 즐비했다. 30개 부스가 두 줄으로 늘어서 페미니즘 뱃지와 스티커, 책자를 나누고 서명을 받았다. 여성이 이끄는 기업과 사회적경제기업, 여성단체 산하 굿즈팀 등은 먹거리, 월경컵과 콘돔, 책, 셔츠 등을 펼쳐놨다. 행사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했다.

활동가들은 ‘올해 이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고 했다. 이재정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는 “지난해와 달리 전국이 아니라 서울에서만 행사를 실시했다. 또 최초로 주말 아닌 여성의 날 당일 저녁에 행사를 열어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규모가 작년과 비슷하거나 더 크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이날 기념식 시작할 때쯤 전 2000여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행사 주제도 다양해졌다. 올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준비한 구호는 △낙태죄 위헌 △정치권 여성대표성 확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전시성폭력 근절 △미투 역고소 규탄 △미투법안 처리촉구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을 향한 구호도 있다. 이들은 이날 “폭력 통념 확산하는 미투보도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활동가들은 “매년 여성의 날에 단체들은 ‘올해의 핵심 메시지’를 뽑는다. 작년에는 미투가 당연히 주요 메시지였다. 이번엔 페미니즘 이슈가 워낙 다양해져 이를 포괄하기 위해 핵심메시지도 많아졌다”고 했다. 트랜스젠더권리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 운영위원 먼지씨는 “지난해 페미니즘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참여단체도 많아졌다. 우리 단체도 이번에 처음 깃발을 들고 참여한다”고 했다.

지난 6년 간 5차례 행사에 참가했다는 행복중심생협 권두현 홍보팀장은 “지지난해까진 여성운동을 이끌어온 상임활동가들이 주로 눈에 띄었다. 연령은 30대 이상이었다. ‘남잔 나뿐이냐’고 너스레 떨 정도로 남성 참여자도 찾기 힘들었다. 올핸 이젠 일반 시민들이 더 많다. 남성들도 많이 눈에 띄고 연령대도 젊다”고 했다.

▲ 한국여성의전화 나눔 활동가가 8일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참여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한국여성의전화 나눔 활동가가 8일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참여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가 8일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가 8일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6시부터는 여성의 날 기념식과 문화제가 열렸다.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 고 김복동씨가 여성운동상을, 지난해 1월 검찰 내 성폭력과 조직적 은폐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다. 

서지현 검사는 “내가 원하는 것은 미투가 번져나가는 세상이 아니다. 미투가 필요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 검사는 “나의 꿈은 우리 후손들이 ‘미투가 필요한 세상이 있었대, 페미니즘을 무뇌아라 하는 세상이 있었대’라며 전설처럼 얘기하는 세상이다. 그 세상이 올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서지현 검사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서지현 검사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성평등 디딤돌상은 대학 내 총여학생회 폐지 반대와 재건을 위해 힘쓰는 단체들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받았다. 올해는 미투 특별상 부문도 새로 생겼다. △김지은씨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문과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생존자들 △김수희 외 이윤택 사건 공동 고소인단 △배우 송원씨 △배우 반민정씨 △시인 최영미씨 △용화여자고등학교 학생들 △김은희 테니스 코치 △이경희 리듬체조 코치 △임희경 경위 △양예원씨 등 11팀이 수상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구호를 외치며 안국동 사거리와 인사동길을 행진했다. 페미니스트 래퍼 슬릭이 이후 축하 공연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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