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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소셜미디어 인용 어디까지 허용돼야?
언론의 소셜미디어 인용 어디까지 허용돼야?
디지털 전문 미디어 블로터 동의 없이 게시물 인용해 논란…당사자 반발 속 공개 게시물 인용 의견 엇갈려

언론사의 SNS 게시물 인용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까. 사인(私人)이 자신의 SNS에 전체공개 게시물을 올렸는데 언론이 허락을 맡지 않고 이를 기사화하면 저널리즘 윤리 및 저작권 위반 사례가 될까.

한 인터넷 매체가 사인(私人)이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인용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SNS 계정 주인은 사건 공론화 때 신원 파악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자신의 게시물 내용을 기사에서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언론 매체는 공개된 게시글에 대한 인용은 편집권 재량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디지털 전문 미디어 블로터는 12일 “‘나 몰래 해외결제 승인’ 카카오뱅크 카드 부정사용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카드 부정사용 사례가 또다시 불거졌다. 구글 관련 해외 결제, 뉴욕 약국 결제 건 등 지난해 보도된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사용자 모르게 해외 거래 승인이 이뤄진 점이 문제가 됐다”면서 한 사례를 들었다.

블로터는 “카카오뱅크 카드 사용자는 지난 2월11일 오후 3시59분부터 자신도 모르게 LVISTP.COM이라는 곳에서 3.26달러, 13.79달러 등 결제됐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문제는 이 사용자가 해당 카드로 해외 거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알리면서다”라고 보도했다.

블로터는 카드 사용자가 “실시간 카카오뱅크 카드 해킹중. 저 카드는 비상용 카드로 우리집 약통에서 지난 2년간 딱 두 번(치킨사먹느라) 나온 적 있는 카드이자…카톡뱅크 첫 카드임”라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면서 카카오뱅크 카드 부정사용의 일례로 제시했다.

문제는 페이스북 게시글과 관련해 당사자 본인의 동의를 구하거나 당사자 취재를 하지 않고 인용하면서 불거졌다.

정치인 등 공인이 올린 SNS 게시글에 대해 여론 확산 목적이 포함돼 있고 영리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은 당사자 동의 없이도 인용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특정 사건에 대해 사인이 올린 SNS 게시물의 경우 당사자 동의를 얻고 사실을 검증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블로터는 이 같은 절차를 생략했고 이에 반발해 당사자가 삭제를 요청했는데도 이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SNS 게시물을 올린 A씨는 자신의 사례를 인용한 SNS 게시글 내용 삭제를 요청하자 블로터는 “기사에 삽입한 페이스북 이미지와 페이스북 게시글로 연결하는 링크는 삭제했다”면서도 “인터넷에 전체공개로 올라온 사안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건 편집권의 영역으로 판단된다. 기사 게재나 취소 관련 결정은 편집부에서 회의를 거쳐 판단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A씨 사례를 든 기사 문장 내용을 삭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A씨는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게 블로터 정책이냐. 사실관계 파악, 진행사항 파악, 인터뷰는 기본 아니냐”며 삭제를 재차 요청했지만 블로터는 “공개된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건 편집의 영역이다. 이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합당한 절차를 걸쳐 문제를 제기해주시길 바란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A씨는 자신도 모르게 카드가 사용된 정황을 SNS에 알리긴 했지만 사실관계 파악이 추가로 이뤄져야 하는데 섣불리 블로터가 당사자 확인 및 동의를 받지 않고 기사화하면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언론사의 횡포라는 입장이다.

블로터의 기사는 카카오뱅크의 부정사용을 기정사실화했지만 사실관계가 다른 것으로 나올 경우 A씨의 피해를 배제할 수 없다. A씨는 해당 게시글 내용이 사실확인이 필요하다며 비공개로 가렸다. A씨는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린 것도 아니고 제 이름과 얼굴을 걸고 적은 글인데 공개된 내용을 당사자 허락 없이 일방적으로 기사화하는 것은 누리꾼들의 공유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최소한의 사실확인과 본인에 기사화 여부를 확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페이스북 모바일 화면.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 페이스북 모바일 화면. 사진=페이스북 뉴스룸.

이번 논란은 SNS 게시글에 대한 언론의 인용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나라는 물음과도 연결된다. 미디어에서 공익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인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당사자의 저작권 권리와 충돌하게 된다. 블로터의 입장처럼 공개된 게시물에 대해 인용한 것을 편집권의 영역으로 봐야 하는지 A씨의 주장처럼 공익 목적과 반하게 당사자 허락 없는 저작권 침해 행위라고 봐야 하는지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두 입장과 별개로 블로터처럼 신원 파악이 바로 될 수 있는 캡처 사진은 올리는 것은 잘못됐고 추가적인 사실 확인 없이 보도를 하고 당사자의 삭제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것은 저널리즘 윤리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재엽 블로터 대표는 “공개된 소셜 미디어 온라인 게시물을 기사화했을 때 논란이 되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며 “저희 입장에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 공개 게시물은 공공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사전 취재도 진행했다. 메시지를 통해 물었는데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재엽 대표는 “그런 가운데 카카오 측에도 취재를 했는데 해당 게시물 내용에 대해 인지한 상태에서 조사가 들어간 걸 확인했다. 당사자의 동의 및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부정사용 논란 사안으로 카카오가 조사했다는 내용은 기사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실 확인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의를 구했으면 좋았겠지만 답변을 못 받았다. 기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공공에게 의사를 밝힌 상황이었고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해 보도의 목적이 인정딘 판례도 있다. 취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분이 지극히 사인이기 때문에 고통을 공감해서 기사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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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2-13 20:47:58
공인과 개인은 차이를 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