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임세원법’은 반(反)임세원법?
민주당의 ‘임세원법’은 반(反)임세원법?
고 임세원 교수 ‘안전한 진료환경·편견없애기’ 취지에 반해
윤일규 등 여당의원 14명, 정신장애인 혐오 부추겨 논란

고 임세원 교수는 ‘안전한 진료환경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환자에게 살해당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정신장애인)의 열악한 진료환경과 사회적 편견을 걱정해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에게 감동을 줬다. 유족은 고인의 유지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대한정신건강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다.

여당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제안으로 당내 정신건강특별위원회에서 임 교수의 이름을 딴 법안을 발의했다. 일명 ‘임세원법(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윤 의원은 “손쉽게 입원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며 “환자 인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다소 느슨한 점이 있다”고 법 개정 이유를 말했다.

▲ 동료의사가 고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며 그린 그림.
▲ 동료의사가 고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며 그린 그림.

법안 내용이 알려지면서 ‘반(反)임세원법’이란 비판이 나왔다. 개정안에 정신장애인 진료환경 개선내용은 없고 오히려 편결과 차별을 강화했다는 이유다. 특히 해당 법의 대상자이자 정신보건서비스 이용자인 정신장애인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강제입원(비자의입원)을 강화한 부분이 문제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임세원 법안(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공청회에는 환자와 가족 100여명이 몰려 법 개정 움직임에 항의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6년 국회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신보건법을 전면개정하며 강제입원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서로 다른 병원 소속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명(1명은 국공립병원 소속)의 진단이 있어야 입원할 수 있고, 입원 한 달 내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열어 입원이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절차를 추가했다. 또한 현행법상 강제입원하려면 자·타해 위험과 치료필요성을 둘 다 충족해야 한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국립병원 5곳에서 의사 뿐 아니라 정신장애당사자·가족·법조인·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개정안에선 전문의 2명이 다른 의료기관 아니어도 된다며 진단 절차를 간소화했다. 정신장애인당사자 단체인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사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원했던 건 ‘가고 싶은 병원’을 만드는 것인데 사실 현행 정신보건법 개정 때도 이런 내용은 반영되지 않고 입원절차만 조금 까다로워졌던 것”이라며 “(개정안이) 임세원 교수님 유지를 왜곡하며 정신장애인 혐오와 낙인정서를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 등 14인의 여당의원들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정신장애 혐오정서를 드러냈다. 제안이유에는 “‘강서구 PC방사건’ 피의자가 정신질환 병력으로 감형을 받는 것에 대한 국민들 반대의견으로 사상최대 청와대 국민청원 수를 기록했다”는 등 정신장애인의 살인사건을 크게 부각했다. 하지만 정작 피의자(김성수, 구속기소) 측은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지 않았다.

열악한 정신의료시스템을 개선하고 ‘위험한 환자vs이를 치료하는 의사’의 대립구도로 보지 않아야 하는 게 언론에 보도된 고인의 뜻이다. 하지만 개정안을 보면 환자가 의사를 죽였으니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다룬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이 더 낮고 보통 우리가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데 오히려 살인범으로 몰아 격리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 강제입원제도를 다룬 영화 '날, 보러와요' 한 장면
▲ 강제입원제도를 다룬 영화 '날, 보러와요' 한 장면

또한 개정안에는 현행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없애고 대신 사법입원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사법입원이란 강제입원 여부를 가정법원에서 판단하는 제도다. 강제입원은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사법입원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국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현성 미 애리조나주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정신장애인 전문 미디어 ‘마인드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환자 수만 8만 명인데 비자의입원·행정입원 등을 다 가정법원이 한다고 생각해 보라”며 “이 제도는 법조인들에게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버리는데 그 거대한 매출의 납부자인 환자와 가족, 정부는 엄청난 부담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아직 한국은 강제입원건수가 굉장히 많은데 가정법원에서 판단하면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며 “지역사회에 정신보건인프라가 있는 상황이라면 사법입원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한국에선 국가의 부담이 늘어나고 당사자들의 인신구속 상태만 지속되는 또 다른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 책임은 줄이고 강제입원은 늘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파도손’ 등 정신장애인당사자단체들은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의견서를 보내는 등 개정안 폐기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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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2-12 19:30:40
조금 지나친데. 혐오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들이 사회적 강자는 아니지 않은가. 국회의원이 잘못 판단하고 있을 때는 간단하다. 법안 발의에 동의한 사람은 다시는 안 뽑아준다고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