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11일 지주회사 체제 청산을 요구하며 서울 목동 SBS방송센터 로비 1층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이날 “사측과 대주주가 구성원과 노조 요구에 진정성 있게 답할 때까지 목동사옥 로비에서 무기한 철야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체제를 해체하고 SBS 중심으로 조직 기능과 자산을 통합해야 한다는 요구다.

노조는 SBS 지분 36.9%를 소유한 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체제에서 SBS가 수익 유출 통로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태영건설 등은 SBS미디어홀딩스 주식 61%를 갖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 입장에선 SBS가 아닌 또 다른 계열사인 SBS콘텐츠허브(지분율 65%), SBS플러스(91.6%) 등에 이익을 몰아주면 더 많은 배당을 챙기는 구조다. 이들 계열사는 SBS 콘텐츠 판매와 광고 수익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11일 지주회사 체제 청산을 요구하며 서울 목동 SBS방송센터 로비 1층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본부장 윤창현)가 11일 지주회사 체제 청산을 요구하며 서울 목동 SBS방송센터 로비 1층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를 테면 SBS 콘텐츠를 팔아 번 순이익이 100원이라고 하면, 지분에 따라 37원 정도 밖에 가져갈 수 없는 SBS에는 적은 이익을 남기고, 대신 지분이 높아 더 많은 배당을 받을 타 계열사에 많은 이익을 남기도록 홀딩스 계열사 간 ‘불공정 거래’가 지난 10년 동안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조는 지난 10여년 동안 SBS 사내 유보금은 1.4배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SBS콘텐츠허브는 4.3배, SBS미디어홀딩스 3.1배, SBS플러스는 2.2배 늘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SBS와 홀딩스 계열사 사이 불합리한 계약으로 SBS가 3788억원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또 다른 배경은 노사 및 대주주 간 합의다. 지난 2017년 10월 윤석민 SBS 미디어홀딩스 부회장과 박정훈 SBS 사장, 윤창현 본부장은 “SBS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해 SBS 콘텐츠허브의 SBS 콘텐츠 유통권을 2018년 중으로 회수한다. 아울러 SBS 플러스 합병 여부를 포함한 콘텐츠 판매, 제작 기능의 수직계열화 등의 방안을 2017년 말까지 노사가 협의해 정한다”는데 3자 합의했다. 이러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 위 사진은 현재 SBS 지배구조 도식도. 언론노조 SBS본부는 아래 도식처럼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자료집
▲ 위 사진은 현재 SBS 지배구조 도식도. 언론노조 SBS본부는 아래 도식처럼 SBS 중심의 수직계열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자료집
언론노조 SBS본부가 요구하는 것은 SBS가 미디어홀딩스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해체하는 작업이다. SBS 중심으로 ‘기획·제작·유통’ 기능을 모으는 수직 계열화로 조직 역량과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것.

윤 본부장은 11일 “껍데기만 남은 미디어홀딩스 체제를 해체하고 SBS 중심으로 자산과 기능을 집중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디어 격변의 파고를 넘을 미래 전략을 구현하자는 최종안을 사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SBS 미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사측과 대주주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농성 중단 여부는 전적으로 사측과 대주주 답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역할과 기능을 상실한 미디어홀딩스 체제 해체는 불가피하다”며 “홀딩스 체제를 해체하자는 우리 요구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그 수익이 온전히 SBS에 모여 다시 더 좋은 콘텐츠에 투자하는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노조 농성과 관련해 사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 노사가 이 문제를 논의하는 만큼 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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