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기자들이 회사 안에 대자보를 붙였다.

경향신문이 경비용역업체 소속 직원 9명 중 만 65세 정년이 지난 4명의 경비원을 대상으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하자, 경향신문 기자들이 지난 29일 사내에 “간접고용의 눈물을 외면하는 회사 측 행태를 비판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이고 열흘 전 일어난 ‘토이키노 사건’ 때문에 경비원들이 해고당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경향신문 측은 경비용역업체가 9명 전원을 상대로 계약해지를 하겠다고 했으나 회사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전달해 4명을 해고하겠다는 답을 받았고 법률상 용역업체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경향신문 사옥. 사진= 이치열 기자
▲ 경향신문 사옥. 사진= 이치열 기자

앞서 지난 22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앞에서 1인 시위하던 A씨(78)가 숨졌다. A씨는 과거 경향신문과 공동사업 했던 토이키노 대표의 어머니로 지난 8일 경향신문사 건물 외부 난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에 이송돼 2주 뒤 숨졌다. 경향신문은 인도적 차원에서 입원비와 장례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경향신문과 토이키노는 2014년 말부터 문화 관련 공동사업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다. 토이키노는 경향신문이 영업을 방해했다는 이유 등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경향신문은 토이키노에 철거비용 등 채권이 있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17년 11월 토이키노가 경향신문에 일정 비용을 지급하도록 조정했다.

이듬해인 2018년 초부터 1년 동안 A씨는 경향신문사 앞에서 1인 시위하며 경영진과 대화를 요구했다. 요구내용은 민사조정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이 더 있으니 대화로 보상금을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조정이 끝난 사안에 임의로 보상 문제를 결정할 수 없다고 했고 A씨는 지난해 11월 이후 경향신문 사옥에서 극단적 행동을 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이번 경비용역업체 직원 4명 해고가 ‘토이키노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경비용역업체는 정년이 65세임에도 연장 고용을 해 오던 상황에서 이번 기회에 정상적으로 계약해지를 요구했다고 회사에 설명했다. 그러나 경향신문에서 74세까지 근무했던 분이 있다. 정년이 계약해지의 원인이라고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자들은 “토이키노 관계자가 세 차례 무단으로 출입하고 불행한 사건까지 있었지만, 경비 노동자들만의 과오라고 볼 수 없다. 근본적으로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토이키노 사태가 끝날 때까지 단기간 경비 인력을 늘리고 보조 장비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은 경향신문이 ‘대학교 비정규직 경비원과 청소노동자 해고’ 기사를 다룰 때마다 비판의 날을 세웠던 점을 강조했다. 

기자들은 “실질적 고용주이면서도 용역업체에 책임을 미루고 모른 체하는 대학들을 비판해 왔다. 장기적으로는 경비 노동자를 직고용을 제시해왔다. 정작 경향신문에서 수년간 일해오신 분들의 집단 계약해지에 대해 ‘도급업체 소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한다. 편집국 기자들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썼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경비용역업체 측에 4명 동시 해고는 안 된다고 회사가 말했다. 74세 경비원 1명을 먼저 계약해지를 한 후, 2명은 6개월 뒤, 1명은 1년 뒤에 차례로 해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자보에는 경향신문 편집국 기자 총 84명이 참여했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회사 안에서 방을 붙인 이래로 대자보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가장 많이 밝혔다.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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