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와 기자가 만든 ‘몸’ 말하는 팟캐스트
PD와 기자가 만든 ‘몸’ 말하는 팟캐스트
[인터뷰] 록산게이의 '헝거'에 꽂힌 박선영 CBS PD, 유지영 오마이뉴스 기자의 ‘말하는 몸: 내가 쓰는 헝거’

“내가 아는 모든 여자는 평생 동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나는 내 몸을 편안하게 느끼지 않지만 그렇게 되고 싶고 그런 쪽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내 가치가 오직 내 몸에 달려 있다는 해로운 문화적 메시지를 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록산 게이의 책 ‘헝거’의 한 문장이다. 이 책은 록산 게이가 몸무게가 늘기 전과 늘어난 후, 강간을 당하기 전과 당한 후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이 책에는 88개의 챕터가 있는데, 매화마다 한 챕터의 한 문장을 읽으며 시작하는 팟캐스트가 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PD인 박선영 PD와 오마이뉴스 유지영 기자가 함께 만드는 팟캐스트 ‘말하는 몸: 내가 쓰는 헝거’다.

게스트들은 ‘헝거’를 읽고 책 속 한 구절을 읽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헝거’의 번역가 노지양, 배우 최희서와 감독 한가람, 유튜버 배리나, 타투이스트 황도 등이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미디어오늘은 박 PD와 유 기자를 만나 왜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했는지 들어봤다. 인터뷰는 17일 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말하는 몸' 팟캐스트 이미지.
▲ '말하는 몸' 팟캐스트 이미지.
유지영 기자가 한 취재원에게 이 책을 선물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유 기자가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포스트를 올리자 박선영 PD가 “책으로 오디오북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의논을 거치면서 저작권 문제가 걸려있는 오디오북이 아닌, 이 책의 챕터 수 만큼 여성들이 나와서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기획을 떠올렸다.

왜 이들은 몸에 대한 이야기에 꽂힌 걸까? 박 PD는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평등해야 한다’ 말은 쉽게 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게 몸”이었다고 한다.

“언제나 다이어트에 대해 생각하고, 매일 밥을 반공기만 먹었다. 깨작깨작 먹으면서 ‘사람들은 잘 먹는 걸 좋아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자괴감을 느꼈다.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것, 여성으로서 한계를 짓는 게 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이 팟캐스트의 특징은 보통의 팟캐스트처럼 진행자들이 나와 게스트와 함께 이야기하는 형식이 아니다. 게스트만 등장한다. 게스트가 한명일 경우에는 독백으로, 두명일 경우에는 게스트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눈다.

“해외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데, 한국처럼 방담형태 팟캐스트 외에 완결된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이 있었다. 하나의 팟캐스트가 완결성을 갖춘 팟캐스트를 만들고 싶었다. ‘헝거’ 자체가 자기 안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이라 게스트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에세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보통 녹음 당시에는 함께 이야기를 하지만, 독백처럼 편집한다. 처음부터 독백을 한 사람도 있다.”(박선영 PD)

▲ 게스트들은 록산게이의 '헝거'를 읽고 녹음에 참여한다. 매화 '헝거'의 한구절을 게스트가 읽으며 팟캐스트가 시작된다. 사진출처='말하는 몸' 팟캐스트 트위터.
▲ 게스트들은 록산게이의 '헝거'를 읽고 녹음에 참여한다. 매화 '헝거'의 한구절을 게스트가 읽으며 팟캐스트가 시작된다. 사진출처='말하는 몸' 팟캐스트 트위터.
두 사람 모두 PD와 기자로서 자신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왜 이들은 ‘추가 노동’을 하면서도 팟캐스트를 하기로 선택했을까.

“보통 인터뷰를 하면 현안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게된다. 예를들어 이용수 할머니를 위안부 생존자로 인터뷰 한다면 ‘평화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묻지 않겠나. 현안 인터뷰를 하다가 ‘자신의 몸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을 하기엔 어렵다. 이 팟캐스트를 통해 할머니가 어떤 몸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유지영 기자)

“팟캐스트를 하며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화장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일을 할 때 화장을 해야 하는가 안 해도 되는 가에 대해. 그런데 팟캐스트를 하면서 배리나씨나 민서영씨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배리나씨는 ‘탈코르셋’을 말하는 유튜버이고 민서영씨는 화려하게 꾸미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생각을 들으면서 ‘화장을 해야 한다’ 혹은 ‘하지 않아야 한다’가 아니라 내가 화장을 하고 싶은 때는 하고, 하기 싫을 때는 안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선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박선영 PD)

두 사람은 이 팟캐스트에서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바란다고 한다. 박PD는 “최근 젠더 이슈가 논쟁적으로 여겨지는데, 큰 단어들에 가려져 정작 개개인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개개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포용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영 기자는 “왠지 여기 나와서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나와서 가볍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한다”며 “지금까지 2030세대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는데 육아를 거친 몸, 완경기의 몸 등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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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1-27 21:17:03
나름대로 의미가 있네. 개인적으로, 정답은 없다고 본다. 화장을 나에 맞춰 선택한 다라. 매우 자존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