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사람이 가야만’ 오더라”
“언론은 ‘사람이 가야만’ 오더라”
아현2구역 철거민 협상 타결에 고 박준경씨 장례 치렀지만…
“근본원인 도시정비법, 건드리는 언론은 많지 않아”

“박준경씨는 스스로 죽고 싶어진 게 아니잖아요. 사실상 세상이 죽게 만든 거죠. 밀리고 밀려서 세상 밖으로 밀려난 것 아닌가요.” 서울 마포구청 앞 고 박준경씨 분향소 겸 농성 천막을 지키던 전국철거민연합 회원이 말했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재건축구역 철거민인 그는 박씨 분향소 천막이 생기기 전부터 1000일 넘게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농성을 해왔다. 

앞서 아현2구역에 살던 세입자 박준경씨(당시 37세)는 재건축 공사로 11월30일 자신의 주거지가 강제로 철거되자 이틀 뒤 한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씨는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저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 박준경씨의 유서.
▲ 박준경씨의 유서.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열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에 살던 철거민 박씨의 영결식을 치렀다. 지난 4일 박씨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40여일 만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11일 박씨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와 마포구, 재건축조합과 철거민대책위원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박씨의 어머니와 마포2구역의 다른 미이주 세입자는 임대주택을 배정받게 됐다.

아현2구역 철거민 문제를 둘러싼 협상 타결은 언론의 영향이 컸다. 언론은 박씨가 한강에 투신하기까지 사연을 취재해 생생하게 보도했다.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용산참사 10주기가 다가오고 철거민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시기에, 언론이 이 문제를 정치 이슈로 부각하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지자체에)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철거민 유가족이 임대주택을 얻고, ‘아현2구역’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졌으니 상황은 일단락된 걸까? 마포구청 앞과 아현2구역에서 만난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과 재개발‧재건축 지역 철거민들은 ‘철거민 문제는 여전히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청 앞 아현2구역 철거민 고 박준경씨의 천막분향소.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열사 비상대책위원회’는 박씨의 영결식을 치른 12일 분향소를 철수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청 앞 아현2구역 철거민 고 박준경씨의 천막분향소.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열사 비상대책위원회’는 박씨의 영결식을 치른 12일 분향소를 철수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법개정 없으면 제2, 제3의 박준경 나올 것’

“보도가 많이 됐다면, 준경씨 죽음은 되돌릴 수 없지만 적어도 재건축 관련법을 개정할 수 있을 텐데.” 철거민들은 박씨가 죽음에 내몰린 근본 원인을 짚은 보도는 적다고 했다. “박준경씨가 갈곳을 잃고 죽음을 택한 건 도시정비법이 재건축 철거민대책을 보장 안 하는 현실 때문인데 재건축법 문제를 언론들은 잘 다루지 않더라고요.”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이 말했다. 

박씨 가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이 터전에서 밀려나게 된 건 아현2구역이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된 데서 비롯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은 재건축 사업 시 원주민의 주거 대책을 세울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기반시설이 정비 대상인지’ 여부에서 나뉜다. 단순히 건물을 다시 지을 땐 재건축을 하고, 하수구 등 기반시설이 양호하지 않은 구역은 이를 포함해 재개발을 한다. 보통 기반시설이 양호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대상이 된다. 재개발의 경우 기반시설 정비라는 공익사업 성격이 있어 도시정비법이 최소한의 철거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도시정비법 65조). 세입자가 보상을 받기 위한 자격기준이 턱없이 높아 문제지만, 재건축의 경우 이마저도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현2구역이 애초 재건축 구역이 돼선 안 됐다고 말한다.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단독주택 마을인 탓이다. 실제로 아현2구역은 아현뉴타운 8개 구역 가운데 유일한 재건축 구역이다. 2006년 ‘슬럼화 우려’를 이유로 뒤늦게 아현뉴타운에 편입돼 재건축이 확정됐다. 이강훈 변호사는 “2000년대 초 이명박 서울시장 때 무분별하게 재건축과 재개발을 허용했는데, 아현2구역이 여기에 속한다”고 말했다.

▲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던 아현2구역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던 아현2구역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지난 14일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집 앞. 이 위원장은 이곳에서 지내면서 이달 안으로 이주를 앞두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지난 14일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집 앞. 이 위원장은 이곳에서 지내면서 이달 안으로 이주를 앞두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광남 위원장은 “우리는 준경이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본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기본 대책이나 시와 구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면 없었을 죽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철거민의 죽음에 대해 사생활을 부각하는 보도는 많았지만 근본 예방책을 다루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시민들은 (기사를 보고) 측은지심을 가지는가 하면, 잘 모르는 분들은 ‘보상 더 받으려고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언론은 ‘사람이 가야만’ 오더라”

전철연 회원들은 다른 지역이 철거될 때에는 언론사들이 오지 않더라고 말했다. 10일 천막분향소에서 만난 마포구 신수동 재건축 구역 철거민은 “우리 지역에 강제철거가 들어올 때도 언론사들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 때 뉴스타파 한 곳 정도 왔나?” 옆에 있던 회원이 거들었다. 송파구 거여동에 살았던 철거민은 “한 명이 가고(죽고) 나면 그때 반짝 몰리고, 나중엔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광남 위원장은 “지난해 강제집행은 별게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미아·개포·자양 등 개발지역에서 곧 강제집행이 본격 시작된다. 서울은 그나마 강제집행을 규제하는 편이다. 시 조례로 동절기·일출 전과 일몰 후·악천후 등 시기를 금지한다. 그러나 다른 지역엔 그런 조례가 없다. 이광남 위원장은 “법이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박준경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는 상태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지난 12일 고 박준경씨 영결식에서 준경씨 어머니 박아무개씨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제공
▲ 지난 12일 고 박준경씨 영결식에서 준경씨 어머니 박아무개씨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1일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등과 면담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시 조례를 검토해 개정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미안하다 준경아. 부디 좋은데 가서 다음 생에는 꼭 부잣집에 태어나, 알았지? 그래서 하고 싶었던 꿈 다 이뤄.” 박준경씨의 어머니 박아무개씨가 지난 12일 아현2구역에서 치러진 아들의 영결식에서 오열했다. 이날은 곧 10주기를 맞는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들도 함께했다. 영정 속 박준경씨는 아무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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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2019-01-15 23:51:07
마찬가지로, 국민이 정치와 언론에 관심을 가져야, 언론도 국민 개개인에게 관심을 둔다. 빈부의 격차, 사회시스템이 문제이긴 하지만, 시간 있을 때 정치/사회 문제에 참여하고, 투표로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언론도 정치인도 국민 개개인의 무서움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