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품 공연되는지도 몰라” 공연업계 저작권 침해 심각
“제 작품 공연되는지도 몰라” 공연업계 저작권 침해 심각
공연업계 원작자 상의 없이 무대 올리는 관행 버젓이

극작가 박새봄씨가 자신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지도 몰랐다며 공연계의 저작권 침해 실태를 비판했다.

극작가 박새봄씨는 지난 8일 본인의 SNS를 통해 “원작자인 나는 지난 몇 년간 공연되고 있는 줄도 몰랐던, 문제의 그 작품이 이번에 서울 ○○ 축제에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된 모양이다. 그 사실도 친구들이 보내준 카톡을 통해서 알았다”라는 글을 남겼다.

박새봄 작가가 SNS를 통해 언급한 작품은 인형극 ‘깔깔 나무’다. 2015년 7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전당기획과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인형극은 중앙아시아 설화(원작: ‘제즈테크나르, 페리, 그리고 마마이’)에서 모티브를 빌려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주제를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과 음악을 접목하여 제작한 멀티미디어 인형극”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깔깔 나무’의 원작자인 박 작가는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인형극 ‘깔깔 나무’는 중앙아시아설화와 관련 없이 독자적으로 창작한 대본이며,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로부터 대본 의뢰를 받아 통상적인 극본 계약을 진행한 후 대본을 완성했다는 것이 박 작가의 주장이다.

▲ 박새봄 작가 트위터
▲ 박새봄 작가 트위터
박 작가는 “초고 완성 이후 한예종 측이 작가의 창작 의도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대본 수정을 요구해 결국 제3자를 통해 대본을 각색하도록 허락했다. 이후 깔깔 나무 공연과 관련하여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었기에 공연제작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짐작했으나, 5년이 지나서야 그 작품이 수년간 활발히 공연되고 있었다는 것과 공연제작의 주체가 한예종이 아닌 아시아문화의전당(이하 아문당)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 작가의 주장에 따르면 아문당은 ‘중앙아시아설화를 기초로 한 공연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예종 측에 공연제작 대행을 의뢰했고 그 사업의 결과물로 ‘깔깔 나무‘ 공연과 관련한 저작권 일체를 납품받아 소유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아문당의 공연제작 의뢰를 받은 한예종 측이 박 작가와 대본사용료를 지불하고 5년간 독점적으로 ’깔깔 나무‘의 공연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한예종 측은 박 작가와 대본사용료를 지불해 5년간 독점적으로 공연권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으로 극본 계약을 했으나 동시에 아시아문화전당과 작가의 저작권을 아문당에 귀속시키겠다는 내용으로도 계약을 맺은 것이다. 박 작가는 한예종과 아문당의 계약 내용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이 사실을 인지한 지난해 9월경 한예종과 아문당 측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두 곳 모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깔깔 나무‘ 공연에서 박 작가의 이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9일부터 진행 중인 ’15회 ○○ 축제‘의 작품 소개란에는 박새봄 작가가 극작가로 표기돼있다. 공연 관리를 담당하는 한예종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작가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계약서 내용 상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게 생각한다. 보상을 원한다면 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원작자의 동의 없이 진행된 공연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87학번 동문회가 30주년을 맞아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연극으로 올렸다. 이 역시 원작자인 주 작가의 동의 없이 진행된 공연이었다.

주 작가는 이 공연 이후 개인 SNS에 “서울예대에서 제게 아무런 언질도 없이 신과 함께를 연극으로 만들어서 공연을 했다고 하는데 경위를 아시는 분은 연락을 부탁드린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서울예대 87학번 동문회는 공개 사과문을 통해 주 작가에게 사과를 전했고 향후 원작자 동의 없이 ‘신과 함께’와 관련된 어떠한 작업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주 작가 측에 전달했다.

연극, 뮤지컬과 같은 공연 대본은 저작권법 4조 1항 1호에 의하여 보호되는 어문 저작물에 해당하고 저작권은 해당 대본을 작성한 자에게 있다. 또한, 웹툰은 저작권법 4조 1항 4호에 의하여 보호되는 미술 저작물에 해당하므로 이 역시 저작권은 해당 작가에게 있다.

따라서 원작자의 동의 없이 공연이 진행된다면 이는 공연권·2차적저작물작성권 등 저작권 침해이며 이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발생한다. 즉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이루어지는 저작물의 이용은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출처를 명시할지라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박새봄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공연계에서는 사실상 계약서의 의미가 없다.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면 이것이 법적인 문제로 이어져야 하는데 공연의 규모가 작고 금액이 적을수록 법적 문제로 이어지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법 위반의 문제는 업계에서 악의가 없다는 이유로 흔히 벌어지는 일이며 돈보다는 저작권자에 대한 존중과 예우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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