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항 소방대 37% 해고 위기
전국 공항 소방대 37% 해고 위기
첫 아이 출산 앞둔 가장부터 30년 비정규직까지 무더기 위기… “구제방안 마련” 주장

공항 소방대원 A씨(34)는 새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다. 한국공항공사 정규직화 대상인 그는 소방대원 공개채용 인성검사에서 떨어졌다. A씨 공항만 열에 넷이 탈락했다. 20~30년차 베테랑 대원도 서넛은 됐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심정”이었다. A씨는 공사가 재직자 우선 전환 원칙을 반영할거라 믿었다.

전국 8개 지역으로 나뉜 이들은 노조도 없어 정규직화 진행 상황을 모른 채 근무만 섰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날벼락”처럼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인성검사, 체력검사, 면접 등 공개채용을 보라는 공지를 받았다. 12월, 대원 250명 중 89명이 탈락하거나 퇴사했다. 곧 첫 아이가 태어날 A씨 기대감은 불안감이 됐다. 오는 2월 결혼하는 5년차, 한국공항관리공단 시절 정규직으로 입사한 30년차, 지난해 사내 우수사원이었던 동료들도 해고위기에 처했다.

전국 8개 지역 공항 소방대원의 37%가 해고 위기에 처하면서 소방대원들 간 “억울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원성이 쏟아진다. 채용 과정을 정하는데 제대로 된 의견수렴도 없었고 ‘재직자 우선 전환’ 원칙도 지켜지지 않은 점에서다.

▲ 자료사진.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 자료사진.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

이들은 정규직화가 추진된 2017년 7월부터 “누가 소방대원 의견을 물은 적도, 소방대원들이 논의에 참여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정한 ‘공개채용 정규직화’가 일방적이었단 지적이다. 채용방식도 지난해 11월14일 공개된 채용공고를 보고서야 알았다.

김포공항 소방대 소장급 직원이 정규직화 논의기구인 노·사·전문가협의체에 참여했으나 의견수렴 절차는 없었다. 김포공항엔 대원 56명이 속해있고 나머지 194명은 김해·제주·울산·여수·무안·양양·울진 공항에서 일한다. 한 지역공항 소방대원은 “소방대원 대표가 어떻게 뽑혔는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2차 필기전형 결과 응시대원 235명 중 74명(약 37.8%)이 탈락했다. 울산공항은 17명 중 14명(82%)이 탈락했고 제주는 43명 중 21명(49%), 여수는 26명 중 13명(50%)이 탈락했다. 15명은 아예 응시를 포기하고 퇴직준비를 했다. 탈락한 대원들은 인사팀으로부터 ‘변별력없는 NCS보다 인성평가에서 갈렸다’고 들었다.

재직자에 주어진 준비기간은 한 달. 이들은 주간 근무가 저녁 6시에 끝나면 도서관에서 밤 11시까지 NCS 책을 봤다. 야간 근무일 땐 일찍 일어나거나 근무 시간을 쪼개가며 인·적성 서적을 읽었다. 필기시험 경험이 없는 40~50대 대원도 많았다.

탈락한 대원 중 약 20명이 새 일자리를 찾기 위해 퇴사했다. 한 소방대원 B씨는 “생업으로 삼고 5년, 10년 일해 온 사람이 대부분인데 다들 허탈함에 빠졌다”며 “채용 자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다. 재직자 경력·업무에 대한 배려, 재직자 우선 전환에 대한 고려가 전무한 게 문제”라 했다.

이들은 한국공항공사가 정규직화 취지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해고자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 가이드라인은 “현 근로자 전환을 원칙으로 하되, 결격요인 등 최소한 평가절차를 거쳐 전환한다”고 채용방식을 정한다.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고려한 지침이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는 3급 이상 관리자만 경쟁채용하고 이하 대원은 고용승계한다고 비정규직 노조와 합의했다. 경쟁 탈락자도 자회사 고용으로 다시 승계될 수 있게 구제책을 마련했다.

▲ 2019년 1월7일 여수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 2019년 1월7일 여수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한국공항공사 노·사·전협의 기록을 보면 공사는 ‘청년선호일자리’라거나 ‘사회적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개채용 방식을 정했다. 이와 관련 소방대원 C씨는 “십수년 소방대원을 비정규직으로 쓴 세월, 재직자들이 열악한 처우를 감내한 세월은 논의하지 않느냐”며 “비정규직을 토사구팽하는 공항공사”라 비판했다.

공항소방대는 정부가 직접고용 대상으로 정한 대표 직군이다.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가이드라인에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고 명시됐을 정도로 고용안정이 강조된 분야다. 공항소방대는 공항구역 특수성에 따라 고용된 ‘민간 119’다. 복장·장비부터 방재·응급구조 등 업무내용까지 소방공무원과 같지만 외주화됐다.

한국공항공사는 8일 "정부 가이드라인은 채용 절차를 둘러싸고 야기될 형평성 논란 등에 대해 고용 안정과 공정한 채용 원칙 간의 조화를 강조했다"며 "공정채용이 보다 요구되는 업무는 ‘자격있는 모든 지원자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공개 경쟁시험 채용 방식을 택하면서 기존 종사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논의 과정에 대해 "지역별 소위원회(36명)를 운영해 노·사·전문가 주요 협의안건에 대해 현장근로자들과 공유하도록 조치해 왔다. 특히 종사원 현장설명회, 4200여부 브로셔 발행 및 현장배포(노·사·전문가 합의 이전)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고, 노·사·전문가 합의 시점(2018년6월19일)에도 근로자 대표 설명회를 통해 현장에 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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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웨이 2019-01-10 17:58:51
고용승계 안 지키는 한국공항 공사 노동법을 무시 해도 되는건가요

평화 2019-01-09 13:10:21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합의도 그렇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줘야 한다. 그리고 매번 말하지 않는가. 급하게 처리한 것은 부작용이 그만큼 크다고. 왜 맨날 다 가지려 하는가. 욕심을 좀 버려라. 구제책은 개인적으로 마련했으면 좋겠다. 제발, 모든 정책을 번갯불에 콩 볶듯이 요구하지 말고, 천천히 피해자가 없게 서로 타협하면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