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김용균 법(산안법)이 어제 국회를 통과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오늘 태안 서부발전소 산재로 사망하신 고 김용균님의 모친 등 유족을 만나 위로와 유감의 뜻을 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에 따라 대통령의 이런 뜻이 유족들에게 전달됐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유해 위험작업에 도급을 금지하고 중대 재해 때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27일 전격 통과됐지만 위험의 외주화 배경엔 공공부문 정규직화 문제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심각성을 전달하고자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직접 고 김용균씨 어머니를 만나 위로의 뜻을 전하는 자리를 만들어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 뜻이 전달된 상태이고 유족의 답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14일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김용균씨 빈소를 찾았지만 김용균씨가 살아 생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과 만납시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던 사진을 들어보이는 조합원의 항의를 받는 등 환영 받지 못했다.

▲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민주노총도 “조선소, 발전소, 건설현장 곳곳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 공공기관 효율화란 이름으로 자행한 인력감축, 외주화가 부른 참사다. 청년의 죽음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공공기관의 진짜 원청인 정부가 답해야 한다”며 공공부문 정규직화에 대통령의 답변을 요구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김용균씨 죽음을 언급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하청업체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일으킨 태안 화력발전소의 사고는 공기업 운영이 효율보다 공공성과 안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다시 우리에게 주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특히 위험, 안전 분야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이른바 김용균 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면 조국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나가라”고 지시하면서 여야 합의 통과 실마리를 제공했다.

야당이 김태우 수사관의 첩보 주장과 관련해 조국 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요구하면서 김용균법 처리가 지지부진하자 문 대통령은 “특감반 관련 수사가 이제 시작돼 피고발인 신분의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나, 제2의 김용균 제3의 김용균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라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연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조국 수석의 국회 출석을 지시했다. 여야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난제를 푸는 모양새가 됐다.

여야는 일제히 김용균법 통과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구의역 사고 이후 2년 7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국회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라는 약속을 겨우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님 덕분이다. 아들을 잃은 비통함 속에서도 국회에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김미숙님이 김용균법 통과에 가장 큰 역할을 하셨다”고 밝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1970년 전태일 열사의 희생이 노동의 가치를 일깨웠다고 한다면, 김용균 노동자 희생은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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