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눈 먼 조선일보의 ‘헛방’
‘탈원전’에 눈 먼 조선일보의 ‘헛방’
[비평] 박근혜정부서 논의된 동북아 전력망연결사업 “탈원전 전력수급 불안 막고자 추진” 왜곡

조선일보가 11일 “한국전력이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1면에 실은 ‘탈원전에 급기야…중국·러시아서 전기 수입 추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전이 10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에게 제출한 ‘동북아 계통연계(전력망 연결) 추진을 위한 최적 방안 도출 및 전략 수립 프로젝트’ 보고서를 근거로 위와 같이 보도했다. 그러나 왜곡이었다.

조선일보는 이 사업을 가리켜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처음 주장한 이후, ‘동북아 수퍼그리드’로 불리고 있는 계획”이라고 소개한 뒤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러시아·북한 등이 전기를 끊거나 망이 붕괴되면 에너지 안보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를 수입하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가격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러시아에서 전기를 수입한다는 것은 곧 에너지 속국이 된다는 의미”라며 “수십 년 동안 원전을 통해 이룩해온 에너지 자립이 정부의 무책임한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국가 안보를 담보로 한 무책임한 탈원전 정책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는 정유섭 한국당 의원의 코멘트로 마무리됐다.

▲ 조선일보 12월11일자 1면.
▲ 조선일보 12월11일자 1면.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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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일까.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입장을 내고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정책 때문에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추진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는 과거 정부에서부터 추진해왔던 사업”이라고 반박했다. 한전 또한 같은 날 입장을 내고 동북아 수퍼그리드 사업은 탈원전 정책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전은 “해당 보도에서 언급한 보고서는 한전이 작성한 보고서가 아닌 용역사의 초안으로서 한전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동북아 수퍼그리드 프로젝트는 청정에너지가 많은 러시아·몽골에서 전기를 생산해 한국-중국-일본으로 공급하는 국제전력망 구축을 뜻한다. 수퍼그리드는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서로 전력망을 연결하여 전력 생산과 공급을 관리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해외 사례도 존재한다. 2009년부터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북유럽 슈퍼그리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북해 연안의 풍력 및 수력 자원을 활용해 생산한 전력을 공유하는 게 골자다. 남유럽 슈퍼그리드, 북아프리카 슈퍼그리드 사업도 진행 중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자고 모든 지도자들에게 제안했다. 이 같은 구상은 △몽골과 중국의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를 한-중-일 전력망 연계를 통해 활용하는 것과 △러시아 극동지역의 수력 및 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 프로젝트를 두고 서울경제는 올해 1월 “국가 간 전력 동맹을 통해 에너지 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기원이 될 뿐 아니라 경제·안보 동맹 효과까지 기대되고 있다”고 전한 뒤 “본격 추진되면 한국 기업들에게도 큰 기회가 열릴 것”이라 전망했다. 조선일보 역시 서울경제와 비슷한 논조였으나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며 논조가 달라졌다.

▲ 2016년 6월26일자 조선일보 기사.
▲ 2016년 6월26일자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 6월26일자 ‘통일한국은 에너지 대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통일이 이뤄질 경우 “대륙 규모의 광역전력망을 뜻하는 수퍼그리드도 현실로 다가온다. 한국전력은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구현될 경우 발전소 신규 증설의 대체효과는 물론, 국가 간 전력요금 차이를 이용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같은날 실린 ‘북한 전력난 인접국 유휴 전력 공유하는 수퍼그리드로 해결해야’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긍정적 소개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2014년 1월8일자 ‘통일땐 중·러 연결 한반도 에너지망 완성’ 기사에서도 수퍼그리드를 가리켜 “여러 나라의 에너지망을 연결하면 전략 수급 과정에서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 각국의 전력 공급 비용이 모두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 6월27일자에서는 문승일 서울대 공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과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국이 모두 전력망을 연결하는 동북아 수퍼그리드(전력 연계망)가 현실화하면 동북아 평화 공존에 기여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어떻게든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자 박근혜정부 때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수퍼그리드 사업마저 전력수급 불안과 연계해 친원전 인사들의 입을 빌려 ‘소설’을 쓴 셈이다. ‘기승전-탈원전’을 향한 조선일보의 ‘헛방’이 지면에서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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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닌 2018-12-12 11:46:00
좃선을 비롯해서 중동 등의 언론은
그냥 사보, 지라시 레벨!!!!

스카이로켓 2018-12-12 10:46:55
기사 잘 봤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조.중.동의 뉴스를 움직이는 데스크 취재 좀 해주세요

나중에 기자님 찾아서 한턱 내겠습니다!

윤영섭 2018-12-12 09:08:50
아래 댓글보니 대부분이 조선일보니까 거기에 대한 반박은 없고 무조건 욕설부터 하네요.그래서 댓글실명제가 필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