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EBS가 청와대 지시로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와 정부정책 홍보영상을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

EBS가 2015~2016년 당시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영상 36편을 제작했고 청와대가 이 영상 끝에 박근혜씨 사진을 넣도록 지시한 정황도 나왔다. 청와대가 영상 주제, 촬영 일정까지 주도해 당시 EBS가 ‘관영방송’ 노릇을 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EBS와 정부부처 협업으로 ‘희망나눔 드림인(희망나눔 캠페인)’이란 이름으로 정책홍보 영상제작을 EBS에 지시했다. EBS가 제작한 별도 홈페이지, 기존 다시보기 홈페이지, 유튜브, 블로그 등 EBS 플랫폼을 활용했지만 실제론 청와대 뜻대로 영상을 만들었다는 게 실무를 담당한 독립(외주)제작사 대표 A씨 설명이다.

그는 “청와대가 대통령 사진을 넣어달라고 한 걸 제작사가 반대했지만 EBS는 청와대 뜻을 따르자고 했다”며 “공영방송이 국민의 재산을 이용해 관영방송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 희망나눔드림인 영상 갈무리, 화면 오른쪽 위에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은 청와대 행정관이 EBS의 독립(외주)제작사에게 보낸 사진이다.
▲ 희망나눔드림인 영상 갈무리, 화면 오른쪽 위에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 사진은 청와대 행정관이 EBS의 독립(외주)제작사에게 보낸 사진이다.
▲ 2015년 8월24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당시 대통령 사진을 제작사 대표에게 보낸 메일
▲ 2015년 8월24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당시 대통령 사진을 제작사 대표에게 보낸 메일
▲ 희망나눔드림인 뒷부분 영상 갈무리. 화면 오른쪽 위에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대통령 사진이 있다.
▲ 희망나눔드림인 뒷부분 영상 갈무리. 화면 오른쪽 위에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대통령 사진이 있다.
▲ 2015년 8월10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제작사에 보낸 메일에 당시 대통령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실제 희망나눔드림인 영상에 사용됐다.
▲ 2015년 8월10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제작사에 보낸 메일에 당시 대통령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실제 희망나눔드림인 영상에 사용됐다.

미디어오늘 확인 결과 행정관들이 EBS 외주제작사 대표 A씨에게 보낸 박근혜씨 사진은 ‘희망나눔 드림인’ 영상 맨 뒤에 들어갔다. 사진은 대부분 대통령이 민생 현장을 살피고 시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이었다. 현재는 유튜브에 남은 일부 영상을 제외하곤 홈페이지, 다시보기 등을 모두 삭제했다.

A씨는 “홍보수석실 행정관에게 촬영 일정·주제·구체적 내용까지 컨펌을 받았다”며 “EBS는 모든 제작과정을 행정관과 내게 맡겼다”고 말했다. 외주제작사가 2015년 9월 EBS 측에 보낸 메일을 보면 청와대가 복지사례 주제를 어떻게 변경했는지도 드러난다. 2016년 5월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주요정책 수혜사례 영상제작 추진계획(안)”을 보면 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 일자리 영상은 4월, 보건복지부·국방부의 원격의료 영상은 6월 등 EBS 방송 스케줄까지 청와대가 개입했던 정황을 알 수 있다.

▲ '주요정책 수혜사례 영상제작 추진계획(안)'을 보면 청와대가 구체적인 방송 일정, 영상에 들어갈 사례, 담당 공무원 연락처 등까지 신경쓴 정황을 알수 있다.
▲ '주요정책 수혜사례 영상제작 추진계획(안)'을 보면 청와대가 구체적인 방송 일정, 영상에 들어갈 사례, 담당 공무원 연락처 등까지 신경쓴 정황을 알수 있다.

▲ 2016년 6월 독립(외주)제작사 PD가 EBS의 한 PD에게 보낸 메일. 청와대에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 2016년 6월 독립(외주)제작사 PD가 EBS의 한 PD에게 보낸 메일. 청와대에 허락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청와대는 주제와 일정 뿐 아니라 영상내용까지 점검했다. 2016년 6월 외주제작사 소속 PD가 EBS의 한 PD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드림인 1편 현재 문체부, BH(청와대) 컨펌 모두 완료 되었습니다. EBS 컨펌은 어느쪽으로 보내드리면 될까요”라고 적었다. 2015년 12월 외주제작사에서 EBS의 다른 PD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11편 자유학기제 청와대측 수정사항 반영하여 다시 보내드립니다. 오늘 최종 컨펌이 나왔다”고 했다.

청와대는 용어나 자막·영상의 꽤 구체적인 부분까지 의견을 줬다. 청와대 행정관이 A씨에게 보낸 자료를 보면 영상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학교명이나 개인 이름을 가려야 한다거나 자막 문구표현까지 수정하도록 요청했다. A씨는 “청와대에서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회의도 했다”며 “영상의 최종 편집권은 청와대에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지시가 어느 선에서 내려왔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당시 홍보수석은 김성우 전 수석으로 2015년 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이 자리에 있어 영상을 제작한 시기와 겹친다. 김 전 수석은 재임시 수차례 언론사 편집국장 등을 접촉해 청와대에 유리한 기사를 부탁하거나 불리한 기사에 항의했다. 다만 김 전 수석이 이 일에 개입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 ebs 로고
▲ ebs 로고

당시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B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 전 수석이) 보고를 받았는지는 잘 모르고 이 일은 담당부처와 진행했다”며 어느 선에서 지시가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영상을 만든 A씨도 “홍보수석실 행정관들만 만났을 뿐 김 전 수석을 비롯해 그 외 다른 사람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미디어오늘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다.

대통령 박씨 사진을 넣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B씨는 “어쨌든 영상이 나가는 입장에서 이왕이면”이라고 말했다. B씨는 홍보영상 제작의 성격을 “부처에서 캠페인으로 정책 내용을 홍보했고 이를 (홍보수석실에서) 종합한 것”이라 했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방송과 관련해 EBS측에 지난달 20일과 지난 4일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2015년에는 편당 약 750만원으로 20편, 2016년에는 약간 오른 제작비로 16편을 만들어 정부 여러부처와 EBS예산 약 3억원이 들어간 프로젝트다. 제작사 대표 A씨는 10여년 전부터 EBS의 ‘을’의 입장으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EBS에서 또 다른 업무를 하다 ‘갑질’ 피해를 당했고 운영하던 제작사가 문을 닫게 됐다. 올 초 청와대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이 건에 대해 제대로 조사한 기관은 없었다고 A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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