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공직기강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퇴(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국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야권은 연일 조국 민정수석의 이름을 올려놓고 사퇴를 주장하고 여당은 조국 수석 지키기와 사퇴 주장 목소리가 혼재돼 나온다.

위기 관리 차원에서 보면 조국 민정수석이 책임을 지는 게 바람직하지만 조국 수석이 맡은 일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다. 정권의 딜레마다.

청와대는 공직 비위 내용에는 감찰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조국 수석의 사퇴 주장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선 기자들의 날선 질문이 쏟아졌다.

한 기자는 “조국(수석)이 아니면 적폐청산의 적임자가 없고, 조국을 사퇴시키는 것은 촛불 민심에 행동 조치에 반한다는 이런 논리가 나오는데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답변으로 청와대 반응을 떠보는 질문들이다. 김 대변인은 수초간 침묵하다 “그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른 기자는 “여당에서 일종의 대국민 사과가 나왔는데 일은 청와대가 저질러놓고 사과는 여당이 하는 게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무엇인가”고 물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야권의 조국 수석 사퇴 요구에 “제가 그 문제에 대해서 답변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 공직기강 문제는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단원 김아무개씨가 경찰을 찾아가 지인의 사건 수사 내용을 캐물었던 게 촉발돼 민정수석실 산하 다른 비서관실의 골프 회동 의혹, 또다른 감찰반원의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인 업체 소개 의혹 등으로 번졌다.

조국 민정수석이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단원의 전원 교체를 지시한 것이 김씨 사건 뿐 아니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감찰반원 전체가 연루된 비위 행위 등을 고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 나온다.

청와대의 고민은 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뉴질랜드 순방을 가기 위한 전용기 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인 침묵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국내 문제에는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고, 그럼에도 기자들이 국내 현안을 질문하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날 문 대통령의 국내 현안에 대한 입장은 청와대 안에서도 최대 관심사였다. 문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주면 조국 수석이 자진사퇴 하든 자리를 지키든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 뉴질랜드 순방길에 오른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뉴질랜드 순방길에 오른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의 ‘침묵’은 경고의 뜻일 수도 있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가면 ‘결단’을 내리겠다는 일종의 폭풍 전야와 같은 이유있는 침묵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어찌됐든 공직자 부패와 관련해 원칙적 대응을 주문할 것으로 보이지만 조국 수석의 책임론까지 수용해 경질할지는 불투명하다.

조국 수석의 사퇴는 혼자만의 사퇴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 수장으로 책임을 지면 청와대 조직 개편을 할 수밖에 없고 또 다른 인물까지 책임지는 등 도미노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조국 수석의 사퇴를 놓고 고도의 정무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조국 수석이 사퇴하면 사법개혁, 공수처 설치 등 산적한 현안이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위기도 엿보인다. 조국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다. 일부에선 조직 장악력이 상실돼 청와대 공직기강 문제가 터져 나왔다는 지적을 내놓지만 사법개혁에 이렇게 자신의 선명한 입장을 내놓은 수석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가 사퇴하면 개혁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결국 민심 약화를 막기 위해 조국 수석에 책임을 지울지 아니면 다른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수습에 들어갈지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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