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일명 ‘박용진 3법’,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자유한국당의 노골적 반대에 부딪힌 가운데 바른미래당 역할이 부각됐다. 특히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 등에서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의 1표가 캐스팅 보트(결정권을 가진 투표)가 될 상황에 처하면서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바른미래당이 ‘유치원 3법’에 제대로 된 입장을 내라고 압박했다.

3일 오전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맞은편에 있는 바른미래당 중앙당사 건물에서 ‘유아교육 정상화, 이제 바른미래당이 결단하라’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우선 자유한국당과 협상을 할 수 없는 상태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유치원 비리 보장법’이라고 칭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사립유치원 회계를 국가지원회계와 일반회계로 나눠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국가지원회계는 국공립 유치원이나 사립초‧중‧고처럼 에듀파인을 적용하고, 학부모 부담금은 일반회계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 사립유치원 회계에 일반회계와 국가지원회계를 따로따로 하자는 자유한국당 표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서명한 의원들 명단.
▲ 사립유치원 회계에 일반회계와 국가지원회계를 따로따로 하자는 자유한국당 표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서명한 의원들 명단.
한국당 법안을 두고 ‘정치하는 엄마들’은 “한국당 법안대로 회계를 분리하면 지원금을 제외한 수입은 교육당국이 감사할 명분이 사라진다”며 “그렇다면 지금처럼 성인용품, 벤츠 리스, 명품 가방, 자녀 연기학원에 쓴 돈을 일반 회계에서 써도 감사받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도입은 현행 유아교육법 제19조 2제1항(교육부장관 및 교육감은 유치원 및 교육행정기관의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유아교육정보시스템을 구축, 운영할 수 있다)에 따라 시행령 개정만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다. 법안을 내도 시행령을 교육부에서 바꾸면 사립유치원은 에듀파인을 써야만 한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자유한국당은 실효도 없는 법을 발의하면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낸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며 “이들은 박용진 의원 법안에서 현재는 지원금 형태로 지급되는 교육비를 보조금으로 변경하면 지금까지 처벌을 안 받은 부분을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두려워하는 것. 한국당은 한유총의 든든한 뒷배”라고 비판했다.

▲ 3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3일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때문에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제 한국당과는 협상을 할 대상이 아니며, 바른미래당이 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3일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부터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의 1표가 캐스팅 보트가 된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8명으로 조승래, 박경미, 박용진, 박찬대 민주당 4명과 곽상도, 전희경, 김현아 한국당 3명과 임재훈 바른미래당 1명으로 구성돼있다. 곽상도, 전희경, 김현아 한국당 의원 모두 한국당이 낸 ‘유아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김한표 의원 대표발의)에 이름을 올렸기에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3법’에는 반대표를 던질 것이 예상된다. 여기서 임재훈 의원이 1표를 자유한국당 측에 주면 4:4로 소위원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다.

교육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위원회는 의원정수 16명으로 더불어민주당 7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이다. 그런데 바른미래당 2명중 1명은 이찬열 교육위 위원장으로 투표를 하지 않아 사실상 임재훈 의원 1표가 캐스팅 보트다. 이번에 자유한국당에 임재훈 의원이 표를 주면 7:7로 법안이 넘어가지 못한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법제사법위원회는 18명으로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1명이다. 비교섭단체 1명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다. 범여권인 박 의원이 민주당 편에 선다고 하더라도 바른미래당 2명이 자유한국당 편을 들면 9:9로 법안이 넘어가지 못한다. 이후 본회의도 바른미래당 30명 의원이 어떻게 투표를 할 거냐에 따라 법안의 운명이 달려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바른미래당이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느낌으로 할 수 있는데 해야 하는 일을 안 한 것은 비리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에는 30석이라는 어마어마한 정치권력이 있고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대충 여영부영, 뒷짐 지고 어쭙잖은 정치 하지마시고 새로운 보수 같은 말장난 하지 말고 유치원 3법에 어떤 입장을 내걸 건지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