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방송’ 심의 말 바꾸는 방통심의위 못 믿겠다
‘유사방송’ 심의 말 바꾸는 방통심의위 못 믿겠다
[기자수첩] “법정제재 못 한다”더니 12건 발견 “인터넷 다시보기만 법정제재” 번복한 의견도 사실과 달라

혼란의 연속이다. 인터넷 방송을 방송으로 간주하고 심의하는 과정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처가 입장을 계속 번복해 심의위원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최근 EBS 인터넷 강의에서 한 강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써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은 통신 콘텐츠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유사방송정보 조항을 적용한 방송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통신심의는 콘텐츠 유통 사업자에 유통 중단을 요구하는 반면 방송심의는 콘텐츠를 만든 방송사업자에 책임을 묻는다. 통신심의는 콘텐츠가 삭제되면 진행할 수 없지만 방송심의는 이와 무관하다.

[관련기사: EBS 인강 방송심의가 불러올 ‘나비효과’]

▲ 논란이 된 ‘2019 수능 파이널 체크포인트’ 강의.
▲ 논란이 된 ‘2019 수능 파이널 체크포인트’ 강의.

유사방송정보는 7년 만에 심의가 이뤄지는 조항이고 적용 범위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첫 회의 때 사무처는 유사방송정보 개념을 모르는 심의위원들에게 두가지 정보를 전달했다.

우선, 유사방송정보는 실제 방송과 달리 ‘시정권고’만 가능하다고 했다. 통상 방송심의는 경징계 행정지도와 법적 강제력을 가진 법정제재로 나뉘지만 유사방송정보는 강제력 없는 ‘시정권고’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관련 심의 사례가 두 건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두 번째 회의 때 앞서 언급한 입장이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돌연 사무처는 “법정제재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전광삼 상임위원은 “지난번에는 인터넷 방송은 (강제성 없는) 시정요구만 할 수 있다고 했다”며 반발했다. 이날 밝힌 법정제재 전례는 12건에 달했다.

29일 회의 때 나온 사무처의 공식 해명은 이렇다. 유사방송정보에는 TV에 나온 프로그램 ‘다시보기’와 온라인 전용 콘텐츠 두 가지가 있는데 전자는 TV 프로그램에 법정제재가 내려진 경우 다시보기 서비스에도 같은 수준으로 제재한다. EBS 인터넷 강의는 온라인에만 나오는 콘텐츠이기에 법정제재가 가능하지 않아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유사방송정보로 심의한 전체 내역”을 요구했고 방통심의위는 법정제재 사례가 없다고 답변했다. 이를 지적하자 29일 방통심의위 사무처 관계자는 “실은 뒤늦게 법정제재가 가능하다는 걸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 회의록에 남는 회의 때는 자신들의 잘못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다시보기’ 서비스를 언급하며 핑계를 댄 것이다.

놀라운 반전은 이 해명조차도 사실과 달랐다는 점이다. 29일 회의 직후 방통심의위에 유사방송정보 심의 전체 내역을 다시 요구했고 이날 밤 수정된 내역을 받았다. 그런데 방통심의위가 새롭게 제출한 2011년 OCN 온라인 콘텐츠 심의는 온라인 전용 콘텐츠임에도 법정제재를 논의해 방통심의위의 정정한 입장과도 배치됐다. 30일 이를 지적하니 방통심의위는 미디어오늘 요구 이후 자료를 다시 취합하다보니 기존에 몰랐던 사례가 또 나왔고, 그 사례가 자신들의 보고 내용과 달랐다는 점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사무처 관계자들은 사과하며 “착오” “실수”라는 입장이다. 해당 조항 심의 자체가 오래 전 일이고, 방송사 성격별로 팀이 나눠지다보니 특정 조항과 관련한 데이터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점이 원인이라고 한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 금준경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 금준경 기자

실수라는 말을 믿더라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심의기구에서 사무처의 역할은 중요하다. 임기제인 위원들은 사무처가 제시하는 ‘전례’를 바탕으로 심의하고, 사무처가 허위보고를 하면 속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잇따른 번복으로 위원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더구나 유사방송정보는 법 조항 자체가 부실하고 시행령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어 7년 전 적용 때도 숱한 논란이 이어진 사안이다. 최근 정부여당 주도의 인터넷 표현물 규제 대응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심의가 나오다보니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어 전례를 신중히 살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유사방송정보의 기준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심의부터 추진하는 행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

방통심의위는 정권 교체 후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구로 거듭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적폐보호? 2018-12-03 13:17:51
적폐청산하라고 앉혀논 장관들이나 위원장 대법원장 등 수장들이 오히려 적폐청산을 막고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촛불혁명 때는 87년처럼 용두사미가 되지말자고 그렇게 힘을 모아 외쳤건만 적폐를 보호하는 각기관 수장들로 인하여 용두사미가 보이니 참으로 답답시럽고 안타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