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오리엔트 특급으로 아시아를 누비자
KS 오리엔트 특급으로 아시아를 누비자
[기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영화로 만든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은 꽤나 유명하다. 스토리 반전도 흥미롭지만, 열차여행의 재미를 보여줘 인상깊다. 일류 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각자의 방안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은 무척 낭만적이어서 호기심을 자극했다. 오리엔트 특급은 유럽 13개 나라를 넘나드는 가장 국제적인 열차이자 동서를 꿰뚫는 대륙횡단 열차의 대표로 한 세기가 넘게 명성을 이어왔다.

영국에서 기차가 등장한 후 영국과 프랑스를 페리로 연결하는 노선이 개발되고, 유럽 각국이 앞다투어 레일을 깔면서 넓기만 했던 대륙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벨기에 출신의 엔지니어 조르주 니켈마커스는 기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선 ‘여행의 목적’으로 만들어낸다. 1883년 최고급의 설비와 시설을 갖춘 오리엔트 특급이 파리를 출발하면서 첫발을 내딛게 된 특급의 최초 여정은 다뉴브 강과 흑해를 배로 건너야 했으나, 1889년에는 베오그라드를 거쳐 이스탄불까지 레일 위로만 가는 직행노선이 가능해졌다. 이 노선이 소설의 배경이 됐다.

▲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 영화포스터
▲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 영화포스터
20세기 초반의 오리엔트 특급은 그야말로 그 시대 최고의 장식 예술이 최첨단의 기술과 만나는 공간이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하나하나 세련된 품위가 넘쳐났다. 사흘간의 여행 기간 동안 최고의 요리가 펼쳐지는 식당차에서는 유럽은 물론 미국과 전세계에서 온 인사들이 술과 연회로 여행의 기쁨을 만끽했다. 소설속의 기차 안은 국적과 인종과 계급과 직업의 전시장이라도 되는 양 다채로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인 사업가, 스웨덴인 간호사, 프랑스계의 오스트리아 공작부인, 헝가리 백작 부부, 영국인 대령 등 이들은 서로 출발한 곳도 다르고 목적지도 다르다.

하지만 비행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불과 4시간 만에 이스탄불에 가자 오리엔트 특급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이어 가지 못했다.

미국의 사업가인 제임스 셔우드는 오리엔트 특급의 공식적인 운행이 끝난 해인 1977년 10월 소더비 경매에서 1920년대에 제작된 침대 차량 두 대를 사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오리엔트 특급의 복원에 모든 힘을 기울였고, 1982년 런던~밀라노~베니스 구간의 ‘베니스-심플론 오리엔트 특급(Simplon Orient Express)’의 운행을 시작했다. 1998년에는 이스탄불까지 노선을 연장해 전성기의 구간을 복구했다.

이 특급은 20세기 초반의 자태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2량의 식당차와 1량의 주류차(Bar Car)에서 매일 저녁 그랜드 피아노 연주와 만찬을 펼친다. 런던~베니스 구간만 250만원을 호가하는 이 기차는 ‘현대의 오리엔트 특급’임에 분명하지만, ‘기차판 럭셔리 크루즈 여행’이라는 편이 더 어울린다.

▲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 영화의 한 장면
▲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 영화의 한 장면

오리엔트 특급열차가 부활해 성공하자 1993년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간 1,943km를 운행하는 이스턴 오리엔탈 특급열차(Eastern & Oriental Express)가 탄생했다. 19개 차량으로 이어진 이 열차는 야외 전망차량 1량, 주류전용차량과 식당차량이 각 2량씩 있고, 나머지 차량에는 개인 욕실과 샤워시설이 갖추어진 객실이 있다. 3일간 아시아의 민속춤과 음악 등 다양한 행사가 공연된다. 연간 약 1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이스턴 오리엔탈 특급열차는 동양문화를 접하는 색다른 체험 때문에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스턴 오리엔탈 특급열차는 이제 우리나라도 연결될 수 있다. 남북연합시대의 도래로 이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스턴 오리엔탈 특급열차는 예전에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합의했던 아시아 횡단철도망(TAR : Trans Asia Railway ASEM Route)과 연결될 수 있다.

남북한 철도망만 연결하면 중국, 홍콩,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로 연결된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달리 동북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를 동시에 여행할 것이라는 있으리라는 기대는, 필자와 같이 철도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척 매력적이다.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본질을 음미해보면, 갇혀있던 세상을 틔우고 교통시켜 사람이 서로 소통케 하고, 그럼으로써 통합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상징물이다. 벌써 19세기에 이런 정신이 구현됐다. 이젠 온고이지신, 역사는 미래가 된다.

이름부터 붙였다. 케이에스 오리엔탈특급열차(KS Oriental Express)라고. 이 열차를 타고 부산에서 싱가포르까지 드넓은 아시아를 횡단하는 장면을 그려 본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달리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요즘과 같은 한류붐이라면 이 열차를 타고 올 관광수요도 상상할 만하다.

부산을 기점으로 하는 주요 경유도시는 부산-서울-평양-신의주-단동-뻬이징-샹하이-홍콩-하노이-비엔티엔-방콕-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이 된다. 쉬지 않고 달리면 닷새쯤 걸릴까? 한꺼번에 타기보다 토막내서 타는 게 좋아 보인다. 이 도시들 주변의 관광지는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케이에스 오리엔탈특급열차(KS Oriental Express)
▲ 케이에스 오리엔탈특급열차(KS Oriental Express)

부산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하루에 1대씩 출발한다면, 중간 어느 도시에서 내려서 관광을 위한 체류를 해도 24시간 혹은 48시간 후에 그 방향으로 다시 탈 수 있다. 야간에 자면서 이동하고, 눈 뜨면 새 도시에 도착하는 것. 육지의 크루즈여행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KS레일패스 티켓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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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8-11-29 18:47:24
생각만해도 멋지네.

국민 2018-11-29 17:41:11
이원영이란 자도 참말로 이상주의자-몽상가네~~ 영화 많이 봤네.. 구체적인 자본-기술에 관한 내용은 없고.. 없네.. 이런 자가 대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