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빠는 ‘인터넷 좀비’인가를 되묻다
문재인 빠는 ‘인터넷 좀비’인가를 되묻다
박구용 교수 문파(문빠) 정치적 현상으로 풀어쓴 책 펴내…문파 사회과학적 현상 분석한 대중서, 논의 확장 기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명 ‘문빠’를 정치적 현상으로 분석한 책이 나왔다.

한쪽에선 특정 인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맹목적 지지로, 다른 한쪽에선 새로운 민주주의의 산물이라는 극단적 평가를 받은 게 문빠 현상이다. 그만큼 규정하기 어려웠던 현상을 본격 분석하면서 논의의 확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저자 박구용 교수(전남대 철학과)는 각종 매체에 정치사회 현상을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글을 써왔다.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쉽게 정치 현상을 풀어써왔는데 이번엔 문빠 현상을 200쪽 분량이 넘는 책으로 엮었다.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이라는 제목에 붙은 ‘의회와 언론이 시민을 대변하지 않는 시대’라는 부제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박 교수는 우선 박근혜를 탄핵시킨 촛불혁명 이후 “의회와 언론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시민 스스로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매체와 정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 문파 혹은 문빠가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문빠와 문파의 개념을 분리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빠는 문재인만 주체 혹은 주인이며 탈주체화된 대상으로 전락한 개념인 반면, 문파는 문재인의 의사소통적 권력을 행정권력으로 변화시키는 변압기이거나 의회와 광장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와 같은 매개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정당과 의회를 점령하고 이는 정치인들은 감시하고 규율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언론 매체와 공론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기자들과 여론 주도자들은 신문하고 탄핵하는 위력을 보인다”며 “문파(문빠)는 실체 없이 작동하고 존재 없이 작용한다. 문파(문빠)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보통 정치 결사체의 정책 보다 특정 인물에 대한 지지가 도를 넘었을 때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오지만 단순한 팬덤이 아닌 정치적 현상으로써 문파를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빠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이라고 극단적으로 규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책은 문빠가 ‘인터넷 좀비’로 이해되고 지식인들이 ‘정신병 환자’로 진단하고 있다는 대목을 통해서도 오해가 낳은 잘못된 규정이라고 반박한다.

촛불 혁명 이후라는 특별한 시기 등장한 정치적 주체로서 ‘새로운 주권자’로 문파의 정치적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일례로 문파 등장 이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문파로 인해 비판적 지지를 내걸어 문재인 대통령을 전략적으로 흔들었던 여당 내부의 정치 세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내부 총질을 일삼던 의원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정치 공학적 거래 행위가 현격하게 줄었다. 문파(문빠)의 서슬 퍼런 감시가 없었다면 아마도 민주당을 뒤흔들고 나갔던 정치인들이 이미 더불어민주당으로 복귀했을 것이다. 그들의 복당을 통해 세력을 키우려는 유력 정치인과 계파가 갖가지 술수를 동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조차 문파(문빠)의 감시를 의식하기 때문에 정략적 거래는 쉽게 성사되기 어렵다”

문파들이 거친 언어를 통해 미디어를 비판하는 행위 역시 새로운 주권자로서의 면모로 봐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의견이다. 문파들이 문재인 비판을 키워드로 한 미디어의 보도에 대해 거친 반응을 보이며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잘못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의회의 정치인들, 광장의 활동가들, 또한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매체, 곧 미디어를 장악하고 이는 언론인들, 그리고 이들 모두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는 교육자들과 지식인들”을 교양 언어를 통해 성벽을 쌓아올린 귀족들이라고 은유하며 “새로운 매체(온라인)를 통해 무장한 담론 권력들이 곳곳에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매체와 연결된 시민들은 이제 보편성을 독점해온 교양 언어가 아니라. 삶 속에서 서로 통하는 일상 언어의 담지자로서 인정을 요구한다. 이들의 인정 투쟁은 정상과 비정상을 분리하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 제도로서의 교양 언어가 가진 권위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문파(문빠)가 성벽 안의 귀족들이 만들어놓은 정치 질서를 해체하고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파가 의회와 광장을 연결하는 미디어 권력의 교체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소통의 매개체가 되려는 문파들의 행위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파는 노빠와 안철수 현상과는 어떻게 다를까. 박 교수는 “문파를 노무현에 대한 부채 의식과 집단적 피해망상의 발현이라고 치부하는 시각이 많다. 문파가 노무현의 죽음으로부터 각성을 시작한 시민 집단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문파는 반항하는 인간들 개개인이 아니라 반항의 과정에서 형성된 집단의식이다. 그들은 노무현의 죽음으로부터 의식을 각성한 사람들의 의사소통적 연결망”이라고 썼다.

문파(문빠)를 말할 때 폭력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미 문파는 하나의 권력이 됐고 강력한 힘을 발휘하면서 때론 그 힘이 타자를 배제하는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문파는 비당파적 당파다. 하나의 이념을 가진 조직이나 기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실체적 권력을 향한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파가 ‘우리’ 안팎에 타자를 감금하고 베재한다면 스스로 분화되면서 해체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니 문파 스스로 폭력을 조장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실제적 위험성은 문파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 그들이 광장과 의회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문파를 인위적으로 조직하거나 조작할 때 문파의 의사소통적 권력은 폭력으로 둔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 (저자 박구용)
▲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 (저자 박구용)

이 책은 9개월 동안 문파로 일컬어지는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통해 실체에 접근하려는 노력도 포함돼 있다.

“내가 만난 문파들은 괴물도, 요물도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려는 시민 주권자들일 뿐이었다. 내가 만난 문파는 각자 자기 생각을 말하지만,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다양한 얼굴의 시민들이었다”

문빠 현상은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를 분석 대상으로 한 대중적 글쓰기는 많지 않았다. 특히 사회과학적 현상으로 부상했는데도 학계에서 이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지 않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일 수 있다. 구체적인 현실이 있는데도 아무도 선뜻 현미경을 들이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메타포로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도 “철학하는 사람으로서 정치적 현상을 직접 다루는 것은 나에게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한국의 철학자들은 오랫동안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고 썼다. 하지만 박 교수는 “나는 문파 현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불필요한 적대감과 출처 없는 분노를 줄이고자 한다”며 “철학적으로 해명된 문파 현상 속에서 나는 무엇보다 사이비 민주주의, 포스트 민주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시민 주권의 에너지를 찾아내고자 한다. 이 에너지를 건강하게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문파는 적과 동지의 이분법을 넘어서 새로운 시대를 예비하는 정치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재를 알고 있어도 함부로 꺼내지 못했던 그 이름, 문파.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박 교수의 책을 소개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ㅇㅇ 2018-11-11 23:53:17
'의회와 언론이 시민을 대변하지 않는 시대'..... 책의 소제목이 마음에 드네요.

정치인 우상화는 경계해야 2018-11-11 22:48:49
나는 대표적 문재인 팬사이트인 루리웹 정치유머 게시판을 몇 달 이용해보았다.
그들은 확고하게 논리적으로 모두를 비판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만 빼고. 모든 프레임이 문재인은 선, 나머지는 악으로 짜여 있다.
문 정부의 인사, 경제, 야당 무시 등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적폐, 일베 프레임으로 반대파들을 배척한다. 이미 문파는 일부 박사모가 되어 있다. 이들이 배제되지 않고 거리낌 없이 문재인 우상화를 계속해 나가면 진짜 문재인 정부에 독이 될 사람들이라 확신한다. 한편 요즘 바닥 여론의 우경화가 크게 보이는데, 문파가 이 우경화 흐름을 저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 우려 반이 있다.

구친노 2018-11-11 22:07:21
나 여기 있오! 한자리 하려고 부르는 용비어천가인가? 정말 기도 안차는 궤변 수준이다.
문빠가 이미 폭력화된 증거들이 즐비해서 당이 갈라지느니 마느니 우려섞인 시선마저 당 안팍에 일반화돼 있는데 대체 눈과 귀를 열고 있는 게 맞는지 의문스럽다.

참여정부 출신의 친노 정파는 정권 실패의 역사적 책임을 철저히 타자화하며 정권을 담당했던 스스로의 정무적 오류와 정책적 무능에 대해서는 한치도 반성할 줄 모르는 몰염치한 태도를 지속한 결과 필연적으로 노무현 신격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의 종교화를 획책하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극문이라는 지칭이 범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 그토록 빠르게 수용되었는지 겸허하게 성찰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