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권 ‘인권유린’ 잊고 후퇴하는 국정원 개혁
지난 정권 ‘인권유린’ 잊고 후퇴하는 국정원 개혁
대공수사권 일부 이관에 3년 유예 논의도… 대통령 공약 배치에 민주당 “보수야당이 반대해서”

“국회가 국정원법 개정을 마무리해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에서 가진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권력기관 정상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면서 국정원 개혁 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공작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곧 국정원의 정치관여와 인권침해 근절을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 기조연설에선 “국정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면서 “간첩조작 등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국내 정보활동의 빌미가 돼왔던 국정원의 수사 기능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서도 “특별히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회가 국정원법 개정을 마무리해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SBS 생중계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회가 국정원법 개정을 마무리해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SBS 생중계 갈무리.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해 11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의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권고 후 국정원도 자체 개정안에서 기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으로 이관하겠다고 약속했다. 인권침해·직권남용 논란을 확실하게 해소하기 위해 대공수사가 아닌 국가 안보 침해 관련 정보 수집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이었다.

조국 민정수석도 올해 초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국정원은 국내 정치 및 대공수사에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에 전념하면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최고 수준의 전문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 수석은 “국정원은 국내·외 정보수집권에 대공수사권, 모든 정보기관을 아우를 수 있는 기획조정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악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인·지식인·종교인·연예인 등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감행하고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하는 등의 불법을 저질러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과 청와대, 국정원까지도 수차례 천명했던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등 개혁안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반대에 막히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국정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던 지난 31일 정보위 여야 간사가 원내대표들끼리 국정원법 개정을 3년 유예하는 쪽으로 이견을 조율했다고 밝히면서 문 대통령이나 조국 수석이 약속했던 국정원 개혁이 현 정부에서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월14일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KTV 생중계 갈무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1월14일 국정원과 검찰·경찰 등 3대 권력기관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KTV 생중계 갈무리.
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국정원법 개정과 관련해 “국정원법에 있어 두(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가장 중요한 게 대공수사권인데 일부는 경찰로 넘어가고 최종적인 건 국정원이 갖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번에 법이 통과돼도 3년 유예되니까 차라리 3년 후에 국정원법을 다시 논의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면서 “이번에 국정원법 개정은 어렵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민기 의원은 “국정원 개혁에서 대공수사권은 수사 단계에서 조사와 상황 관리를 모두 국정원이 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타 기관으로 이관을 추진 중”이라며 “지금 국정원법이 통과돼도 대공수사권 이관은 3년 유예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조정이 거의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선 많이 유예된 것”이라고 기존 개혁안에서 후퇴했음을 인정하며 “아직 협상이나 합의된 건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국정원법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과 정부의 약속대로 대공수사권 전부 이관을 하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 “국정원이 대공수사에 관한 노하우가 있어 그 노하우를 맘껏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경찰 안보수사처(가칭)로 대공수사 기능을 모두 넘기겠다는 조국 수석의 발표와도 배치된다.

국정원은 과거 대공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된 수사방식에 대한 반성과 함께 순수 정보기관으로 도약하겠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정권에서 간첩 조작과 인권 유린 등 각종 불법·부정을 저질렀던 국정원 대공수사의 ‘불씨’를 그대로 살려두겠다는 의미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전부도 아닌 일부 이관마저도 3년 유예 혹은 3년 후 개정 쪽으로 흐르고 있는 국회의 국정원법 논의에 가장 환영할 이들은 간첩 증거 조작과 정치개입에 가담했던 국정원 직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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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8-11-01 22:28:00
평화무드 조성이 이래서 중요하다.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선언한 마당에, 이런걸 꼭 유지하는 자한당의 치촐함에 헛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