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1일 밤 SBS 스폐셜은 논문 표절 이후 송유근의 근황을 전했다. 방송은 <천재소년의 자화상 스무 살, 송유근>이라는 제목처럼 청년이 된 송유근의 삶을 온전히 봐달라는 취지였다.

기사가 쏟아졌다. 송유근은 자신의 논문 표절에 입장을 밝혔는데 언론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8월 경향신문이 송유근을 인터뷰하고 논문표절 공방이 한차례 일긴 했다. 송유근의 논문 표절에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언론의 송유근 논문 검증도 필요하다. 하지만 SBS 방송 이후 언론보도는 지극히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졌다. 특히 논문 표절에 송유근이 “어디 두고 보자”라고 한 발언을 부각시킨 언론보도는 방송 내용과 맥락이 전혀 다르다.

송유근은 만 6살에 미적분 방정식을 풀고 만 8살 대학에 입학했다. 미디어는 송유근을 ‘신동’으로 소비했다. 미디어는 철저히 ‘신동’ 송유근의 다음 행보에만 관심을 가졌다. 지난 2015년 11월 송유근이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둔 상황에서 언론은 “국내 최연소 박사는 정확한 공식 기록은 없으나 지금까지 미국 뉴욕의 RPI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정진혁 씨(23년 11개월), 엔씨소프트문화재단 윤송이 이사장(24년 2개월) 등으로 알려졌다”(중앙일보)며 속도 경쟁을 부추겼다.

하지만 논문 표절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박사학위가 취소되면서 미디어가 쌓아올린 신동의 신화가 무너졌다. 대다수 언론이 ‘신동’ 송유근을 관심거리로 삼을 때 SBS 스폐셜은 ‘청년’ 송유근을 조명했다. 신동으로서 화자가 아니라 청년으로서 화자인 송유근이 등장했고, 속 깊은 얘기를 꺼내놨다.

송유근은 지난 2015년 논문 표절 논란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것에 “어디 두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난 세상에 인정을 받고 싶어서 이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주가 좋고 밤하늘이 좋고 천체물리학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나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유근은 “가슴 아프지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내 나라에서는 내가 어떤 것을 하더라도 안티가 생길 것”이라는 말도 했다. 학위가 취소되고 난 뒤 그는 학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도교수’가 없는 상황에서 혼자 세미나를 신청하고 자신과 말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천문학회에서 자신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에 관심을 가졌던 학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가 일본 생활을 택한 배경이다. 송유근이 일본에서 함께 연구 중인 오카모토 명예교수와 산행을 하고 쉬는 시간에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에 대해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는 대목은 송유근의 속 마음이 드러나 있다.

SBS 스폐셜은 송유근에게 가혹한 질문도 던졌다. 제작진은 “어디에도 낄 수 없어서 외로운 사람인 것 같은데?”라고 물었다. 또래 친구들도 어울릴 기회가 없었고 대학에 일찍 입학하고 난 뒤 자퇴하는 등 ‘신동’으로서 어려움이 없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송유근은 “아니요, 저는 어디에든 다 끼었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 때도 5살 차이나는 형 누나들과 잘 놀았고 대학에서도 열 살 차이나는 사람들과 놀았고 전 어디에서도 나이 차이가 3년이건 30년이건 60년이건 저는 잘 어울리고 문제없이 지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 21일 밤 방영된 SBS 스폐셜 <천재소년의 자화상 스무 살, 송유근></div></div>
                                <figcaption>▲ 21일 밤 방영된 SBS 스폐셜 <천재소년의 자화상 스무 살, 송유근></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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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p></p><p>제작진은 “유근 군은 (정규 과정을) 다 생략한 채 지나 왔잖아요. 그럴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라고도 물었다. 송유근은 “글쎄요. 밤하늘의 별을 보는데 있어서 초중고 12년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 길지 않은 인간의 생에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제가 원하는 공부와 연구를 하기 위해 이런 길을 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만들어진’ 신동으로만 소비했던 미디어를 향한 송유근의 답변으로 봐도 무방하다. </p><p> </p><p>하지만 미디어의 성찰은 보이지 않았다. 방송 이후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 송유근을 키워드로 쏟아낸 기사만 150여건이다. 서울경제 <‘SBS 스페셜’ 송유근 “일본行 택한 이유?..한국서 안티에 시달려”>, 스타뉴스 <송유근, 논문표절 논란 심경 “어디 두고보자는 생각”>, 데일리한국 <송유근, 유년 시절 겪었던 안타까운 사연 “따돌림 때문에…” 울컥>, MBN <송유근 심경 “표절 의혹? 어디 두고 보자는 생각”>, 아주경제 <송유근 논란에…정재승 일침 재조명 “만들어진 신동, 아이에게 해로워”>, 브릿제경제 <송유근, 실검 장악한 그는 누구?> 등이다. </p><p>언론은 ‘어디 두고보자’라는 발언 하나를 따서 기사 제목으로 보도했다. 방송에 출연하지도 않았던 송유근의 아버지도 소환시켰다. 과거 송유근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홈스쿨링을 시킨 이유에 대해 털어놨는데 기사 제목은 “따돌림”이었다. 또 다른 언론은 한 대학교수가 지적한 신동교육의 문제점을 엮어 송유근의 방송 내용을 소개했다. </p><p>송유근의 어머니는 왜 어린시절부터 미디어에 아이를 노출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p><p>“유근이는 항상 길을 열면서 갔기 때문에 누구한테 진짜 어디에라도 (방법을) 물어볼 곳이 있었으면 얼마든지 쫓아가서 물어봤을 텐데 그럴 곳이 없으니까 굉장히 답답했고 사실 미디어에 노출이 되면 시간도 많이 뺏기고 아이가 힘든 것도 있고 하지만 사람들이 얘를 보는 시각을(다르게 해서) ‘이런 애도 있구나’하고 보게 되잖아요. (그러면) 유근이가 가는 길을 조금 더 편하게 갈 수 있게 되겠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이의 길을 열기 위해서 노출을 많이 하게 됐던 것도 있죠”</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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