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출자한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사전에 사업자를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KT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의혹은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박 의원은 국감장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에 사전 예비인가 평가점수가 적혀 있다는 사실을 공개됐다.

KT 새노조는 21일 논평을 내어 “언론에서는 안 수석이 심사평가 이전에 미리 점수를 짜맞추고, 대통령에게 결과를 미리 보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KT 새노조는 “황창규 회장 이후 KT는 최순실 측근 기용 및 최순실 소유 회사에 광고 몰아주기 등 국정농단 연루에 이어, 국회 불법정치자금 유포 사건 등으로 정치권과의 유착 비리 의혹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며 “거기에 이번 사건이 더해지면서 KT는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정치권 유착 비리 덩어리‘ 라는 따가운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KT 내부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는 일련의 정치적 비리 연루 사태로 실추된 기업의 이미지가 경쟁력 훼손으로 연결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박영선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관련하여 사업자를 사전에 내정 후 평가 결과를 짜맞추기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2015년 10월 1일 KT, 카카오, 인터파크는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외부평가위원들을 2박 3일동안 합숙시키면서 심사 평가를 했고, 11월 29일 예비인가 사업자를 발표했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 발표 9일전인 11월20일 이미 안종범 수석의 수첩에는 11월 29일 평가 결과 점수가 적혀 있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수첩 내용을 보면, 2015년 11월 20일 안종범 수첩에는 “카카오 86, KT 우리 83, 인터파크 SKT 64” 등이 적혀 있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그해 11월29일 발표한 예비인가 점수는 카카오 860.8, K뱅크 831.2, 인터파크(아이뱅크) 642.6였다. 앞의 두 자리수가 정확히 일치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것을 보고, 처음에 부들부들 떨리더라. 어떻게 9일 전에 안종범 수첩에 그대로 써있느냐. 완전히 짜고치는 고스톱”이라고 비판했다.

▲ 심성훈 K(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 4월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1주년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심성훈 K(케이)뱅크 은행장이 지난 4월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1주년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영선 의원은 황창규 KT 회장을 상대로 “솔직히 얘기하라. 컨소시엄에 참여할 때 누가 하라고 했느냐” “안종법 수첩에 왜 써있느냐”고 추궁했다. 황 회장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 안종범 수첩에 청탁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 의원은 “위증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검찰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재부는 감사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동안 K뱅크가 최순실 것이다 뭐다, 해서우리가 안종범 수첩을 다 찾아봤다. 실제로 수첩에는 KT 관련 이동수(전 전무), 신혜성(전 상무), 다 쓰여있다. 대통령 지시 채용한 사람들 다 써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혁신성장의 아이콘으로 인터넷뱅크라고 했는데, 최순실 뱅크일지도 모른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도 되느냐”고 따졌다.

박 의원은 2015년 당시 한국관광공사도 한국관광공사는 기재부와 사전협의 지침을 어기고 K뱅크에 80억원을 출자했다고 지적했다.

▲ 지난 10월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황창규(왼쪽) KT 회장. ⓒ 연합뉴스
▲ 지난 10월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황창규(왼쪽) KT 회장. ⓒ 연합뉴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