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여우각시별’ 정신장애인 차별 논란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 정신장애인 차별 논란
마인드포스트 “폭력적으로 묘사” 시청자게시판에도 비판 이어져…SBS 측 “당사자들 만나 어떻게 풀지 고민”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연출 신우철)에서 정신장애인을 차별·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현병 당사자가 잠시 약을 먹지 못했다고 공항직원을 폭행하거나 조현병 당사자를 미숙한 존재로 표현한 장면 등이 실제 조현병 당사자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지난 1일 첫 방송한 여우각시별에서 한 70대 여성이 공항 직원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31살인 아들이 조현병 당사자인데 약을 안 먹은지 여섯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공항 직원들은 무전기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니 2인1조로 움직이라’고 지시했고, ‘화장실까지 꼼꼼하게 체크하자’는 대화도 나눴다. 조현병 당사자는 노란 옷을 입고 있었고, 직원들은 ‘미아’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정신장애인 당사자 전문매체 마인드포스트는 지난 3일 해당 장면이 “조현병 당사자를 폭력적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직원들이 조현병 당사자를 찾아 라운지를 뛰어다닐 때 “배경음악이 무겁고 음산하고 급박하다”며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며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위험성 이데올로기가 고스란히 음악 등에서 드러난다”고 했다.

▲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 포스터
▲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 포스터

또한 화장실을 체크하는 장면은 지난 2016년 1월 인천공항 1층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가 신고돼 한동안 공항이 마비됐던 사실을 연상시킨다는 게 마인드포스트의 지적이다. 이 매체는 “그만큼 작가의 의식 안에는 조현병 환자가 위험하고 ‘폭탄’을 들고 다닐 수 있으며 화장실에 폭탄을 설치할 수 있을 가능성까지 연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현병 당사자가 공항 남성직원을 실제 폭행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마인드포스트는 “조현병 증세가 심해지면 사람들과 눈을 맞추지 못했고 일상적으로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것에도 괴로움을 느끼곤 했다”며 “조현병 당사자가 가방을 들고 ‘그만 괴롭히라’며 상관없는 대상을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작가의 왜곡된 시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약을 몇 시간 안 먹었다고 폭력을 행사한 것도 언급했다. 마인드포스트는 “약을 복용하지 않고 지내는 정신장애인들은 보통 3개월을 전후로 재발을 한다”며 “여섯 시간 동안 약을 안 먹었다고 공항에서 행패를 부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 역시 조현병 당사자다.

정신장애인을 열등한 존재로 표현한 것도 문제 삼았다. 마인드포스트는 “작가가 어떤 의도로 31살의 성인을 어린아이로 묘사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현병 환자는 지극히 위험하고 자기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그래서 후견인이 있어야만 하는 ‘불완전한 존재자’라는 편견이 있었다”며 굳이 노란색 옷을 입은 것에 대해 “정신장애인을 미성숙한 자로 어린아이에 준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 서울 목동에 위치한 SBS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비슷한 지적은 SBS 여우각시별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도 5건 가량 올라왔다. 조현병 환자부모라고 자신을 밝힌 시청자 A씨는 지난 2일 “조현병 환자에 대하여 정확하게 알아보시고 대본을 쓰세요”라는 글에서 “환자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조현병 환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해서 대본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자신을 정신건강사회복지사라고 밝힌 시청자 B씨는 지난 6일 “극의 전개 요소에 긴장감과 스릴을 불어넣어야 되는 장치가 있어야 된다는 설정을 제발 정신질환으로 엮지 말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시청자 C씨는 “조현병 환자도 사람으로 이 사회에서 제외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글 쓴 분 가족이 이 병에 걸렸다면 이렇게까지 표현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SBS 측은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제작 취지를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SBS 측은 “약을 제때 먹지 못하고 해외에 갔던 실제 사례가 있었는데 그 사람이 살인범이었다”며 “이 사례를 재창조하며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까봐 사례를 순화시키는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도 조현병 관련 단체를 만나 어떻게 그분들 마음을 풀어드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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