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업계 노동시간이 주당 최대 68시간으로 줄었지만,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뷰티인사이드’ 스태프들은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총 21시간30분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10일 공개한 ‘10월 방영드라마 촬영일지’에 따르면 JTBC ‘뷰티인사이드’는 일주일 동안 진행된 4일의 촬영 중 3일을 20시간이 넘도록 몰아서 촬영해 주 78시간을 초과했다. KBS ‘오늘의 탐정’은 일주일간 총 촬영 시간이 73시간으로 일 평균 18시간에 달했다.

이날 추 의원이 공개한 드라마 스태프 설문조사 결과 주당 촬영 일수는 줄었지만, 노동시간 감소는 미미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일이었던 7월1일 이후 주당 6일 일하는 드라마 스태프는 39.5%에서 15.8%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일 평균 노동시간은 17.7시간에 달했고, 이 가운데 60%는 일 평균 18시간 이상 일해 근로기준법 개정 이전(19.4시간)에 비해 감소 폭이 미미했다. 추혜선 의원은 이를 두고 ‘몰아찍기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 10월 방영 드라마 촬영일지. 사진=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 10월 방영 드라마 촬영일지. 사진=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 게티이미지.
▲ 게티이미지.
한편 추혜선 의원은 방송제작사와 스태프들 간의 턴키계약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드라마 스태프의 90%는 최근 참여한 드라마 제작에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계약형태가 용역도급 턴키계약 체결(39.9%)로 나타났다. 드라마를 만들 때 조명·녹음 등 장비팀의 경우 감독급과 통째로 도급계약을 맺는데 감독급에게만 제작비를 지급하고, 감독이 나머지 스태프들을 관리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을 ‘턴키’라고 한다. 턴키 방식은 근로시간과 개인당 인건비를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고 방송사, 제작사의 책임을 외주 감독급에게 떠넘겨 비판받아왔다.

드라마 스태프들의 89.7%는 제작사와 개별 근로계약서를 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식이라고 응답했다.

추혜선 의원은 “주 68시간 시행의 결과가 오히려 방송 스태프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어 언제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전제작 환경 마련, 쪽대본 폐지 등 실질적인 개선 방안 논의를 위해 현장 스태프를 포함, 제작사와 방송사, 정부 관계부처까지 함께하는 노사정 협의체가 빠른 시일 내에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업체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촬영·연출·동시녹음·그립·미술팀 등의 직군에 속한 드라마 스태프 29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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