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예정됐던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발표가 돌연 취소됐다.

진성철 방송통신위원회 대변인은 8일 오후 12시10분께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 취소를 알리며 “국무회의 자리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차후 자료 보강을 통해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방통위·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경찰청 등 정부부처들은 오전 국무회의가 끝나는 대로 범정부 합동브리핑을 열 계획이었으나 돌연 연기됐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이날 발표가 예정됐던 대책은 △해외 인터넷 사업자 자율규제 참여 유도 등 사회적 책무 강화 △허위조작정보 관련 온라인 모니터링 담당관제 도입 △특별 모니터링 강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관련 대국민 홍보 강화 △수사당국의 허위조작정보 유포자 처벌 등이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대책 합동 브리핑을 취소하고 돌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대책 합동 브리핑을 취소하고 돌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대책이 허위정보를 근절하기에 한계가 있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범정부 종합대책 발표가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11시30분으로 예고된 브리핑이 낮 12시를 넘기면서까지 연기된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시간동안 논의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와 여당은 허위조작정보 문제에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유튜브, SNS 등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책을 주문했다. 하루 뒤인 3일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유통 방지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그동안 ‘표현물 규제’는 역효과가 클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말 출범 업무과제 때 발표하지 않은 ‘가짜뉴스 대책’을 지난 1월 신년 업무보고에 급작스럽게 추가했으나 이효성 위원장이 이를 ‘번복’한 일도 있었다.

당시 방통위는 ‘팩트체크 민간기구 지원’ 등의 대책을 제시했는데, 지난 3월14일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효성 위원장은 한국여기자협회 조찬간담회에서 “민간 전문기구를 (방통위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국가가 언론에 개입하는 것이 될 수 있어 그런 지원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게 진실이다 아니다’ 여부를 우리가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위원장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효성 위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허위조작정보를 적극 규제해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는 1995년 중앙일보 기고글에서 “정치가 민주적인 과정 속에서 공개적으로 행해지고, 사정당국의 비리수사와 법집행이 엄정하고, 언론자유가 충분히 주어지면 정치적인 유언비어는 잘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곧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의 논문 ‘유언비어와 정치’ 역시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학계에서도 △가짜뉴스의 기준을 정하기 모호하고 △사업자에 콘텐츠의 진위를 판단하게 할 경우 오남용 소지가 크고 △해외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법제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이 언급되며 여당이 검토하는 플랫폼 사업자 대상 표현물 규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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