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운수노련(ITF) 소속 13개국 33개 공항 노동자들이 ‘공항노동자 세계 행동의 날’을 기념하며 공동 행동에 나선 가운데, 한국 공항노동자들도 연대 집회를 열고 “공정 임금과 노조할 권리”를 요구했다.

공항·항공노동자 1만800여명이 소속된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후 7시 인천국제공항 4번 터미널 앞에서 ‘세계 항공노동자의 힘을 하나로 세계 행동의 날’ 공동집회를 열었다.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태국‧인도네시아가, 유럽에선 독일‧네덜란드‧프랑스가 공동행동에 참가했고 미국‧캐나다 등 북미 국가와 브라질‧파나마‧페루‧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 15개 공항 노동자들도 동참했다.

▲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후 7시 인천국제공항 4번 터미널 앞에서 ‘세계 항공노동자의 힘을 하나로 세계 행동의 날’ 공동집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후 7시 인천국제공항 4번 터미널 앞에서 ‘세계 항공노동자의 힘을 하나로 세계 행동의 날’ 공동집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2018년 10월2일 세계공항노동자 항공의 날 전미서비스노동조합(SEIU) 제작 영상 캡쳐.
▲ 2018년 10월2일 세계공항노동자 항공의 날 전미서비스노동조합(SEIU) 제작 영상 캡쳐.

이들은 “출신 국가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며 △공정임금 △노조할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함께 요구했다.

이들은 “공항 일자리는 과거에 좋은 일자리였다. 그러나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항공사들은 이 좋은 일자리를 파괴했고 임금과 근로조건을 바닥까지 하락시킨 저비용 하도급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제운수노련에 따르면 일부 태국 공항노동자 임금은 하루 10달러에 불과해 아시아최저임금연합이 정하는 생활임금의 절반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엔 ‘시급 1.5달러’ 공항 일자리가 있다. 미국의 한 공항노동자는 연대 영상에서 “투잡하는 동료도 있고 집을 렌트할 수 없어 자동차에서 자는 사람도 있다. 나도 풀타임 12시간 교대근무를 한 후 파트타임 4시간을 더 뛰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네덜란드 공항노동자들도 임금 수준을 향상시키는 산업별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프랑스 공항노동자들은 공항업무 외주화 및 민영화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후 7시 인천국제공항 4번 터미널 앞에서 ‘세계 항공노동자의 힘을 하나로 세계 행동의 날’ 공동집회를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여객서비스지부
▲ 전국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후 7시 인천국제공항 4번 터미널 앞에서 ‘세계 항공노동자의 힘을 하나로 세계 행동의 날’ 공동집회를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여객서비스지부

이날 한국 공항노동자들의 요구는 노조할 권리로 집중됐다. 김지원 아시아나 지상여객서비스지부 부지부장은 “항공업계는 겉모습과 달리 열악한 조건에 퇴직과 이직률이 높아만 간다. 청년들의 피와 땀이 꿈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꿈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이 가슴이 아프다. 이를 바꿔보고자 우리는 지난 5월 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항공사 지상직은 수면 부족과 장시간 불규칙 노동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저임금 일자리다.

인천공항 환경미화 노동자 오순옥씨도 “노조를 만들고 나서야 10억원이 넘는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며 “노조를 하고 나서야 건강도 챙길 수 있었다. 예전엔 아픈 사실을 숨기면서 일했지만 이젠 당당히 병가내고 산재 처리한다. 2013년 파업을 통해 전직원 종합건강검진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LA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 오스카 안토니오씨는 무대에 올라 “우리도 노조를 통해 생활임금을 쟁취했고 건강보험과 생명보험도 보장받게 됐다. 미국 LA공항의 노조는 항공사들에게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걸 보여주고 있고, 이 이유때문에 이곳에도 연대하러 왔다”고 밝혔다.

국제운수노련 노조가 속한 33개 공항엔 매일 400만 명의 탑승객이 공항을 이용한다. 이들은 “우리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세계 항공산업은 2018년 384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경영전략은 우리에게 불리하기에 더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더 오랜 시간 일해야만 한다”며 “우리는 편히 살 곳, 충분한 음식, 유급휴가와 건강보험이 보장되는 등 좋은 삶을 가능케 할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연대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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