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ENM 자회사로 드라마를 기획·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이 팀 단위로 묶어 감독급과 턴키계약하던 방식에서 방송스태프들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ENM과 이런 내용을 포함해 1일 노동시간 14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주 68시간 제작 가이드를 마련해 제작사에게 전달했다. 또한 스태프협의체를 만들어 스태프들 동의를 얻어 현장 상황에 맞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소장 탁종렬, 이하 한빛센터)는 ‘플레이어’, ‘나인룸’ 등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만드는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 이뤄진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스튜디오드래곤과 협상을 시작했다.

제보를 보면 주 2~3일 촬영하고 2~3일 쉬는 방식으로 일하는 바람에 일급제 계약 스태프는 오히려 임금이 줄었다. 촬영일수를 줄여 주 68시간을 지키는 대신 일급제 스태프는 급여가 줄고 1일 노동시간이 길어 여전히 스태프들이 피로에 시달린다. 이에 스튜디오드래곤과 CJENM은 한빛센터에 “16시간 촬영 8시간 휴식을 이유로 임금 삭감은 없었고, 단지 스태프 급여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임금조정이 있었다”고 답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지난 7일 마련한 주 68시간 제작가이드라인을 보면 스태프와 개별계약을 원칙으로 할 예정이다. 보통 드라마제작현장에선 제작사가 조명·장비 등 각 촬영직군을 팀 단위로 묶어 감독급과 도급계약을 맺는다. 이 경우 제작사는 사업자 성격을 가지는 감독급에게 턴키로 제작비를 지급하고 감독이 스태프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스태프들 노동조건에 문제가 발생해도 제작사가 직접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탁종렬 소장은 미디어오늘에 “정부도 스태프들 노동자성은 명확하지만 사용자를 제작사로 볼지 감독으로 볼지 특정하기 어려워 한다”며 “CJ가 스태프와 개별계약을 맺으면 일급제가 없어지고 스태프들 노동자성 문제도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 CJ ENM 자회사로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
▲ CJ ENM 자회사로 드라마를 기획, 제작하는 스튜디오드래곤

또한 스튜디오드래곤은 최대 1일 노동시간을 14시간(식사시간을 포함하면 16시간)으로 했고 경기도 내에선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에서 제외(출퇴근 시간으로 계산)하고 다른 지방은 이동시간도 노동시간으로 인정키로 했다. 불가피하게 14시간 이상 근무하면 다음날 촬영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차를 줘 스태프들 휴식시간을 보장키로 했다.

한빛센터는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으로 포함할지 여부, 현장 상황에 따른 추가 노동 등은 스태프협의회를 구성해 제작사가 스태프들의 동의를 받아 진행해야 할 문제”라고 건의했고 스튜디오드래곤과 CJENM은 “프로젝트별 스태프협의체를 구성하고 상시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지상파4사 간 산별협약 내용에도 방송사와 제작사가 스태프들과 촬영·휴식시간을 협의한다는 대목이 담겼다. 

지상파와 CJENM 계열에서 스태프협의체 운영계획을 밝힌 만큼 실무를 담당할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의 역할이 주목된다. 김두영 지부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빛센터와 공동 대응하기로 협의했다”며 “구체적으로 논의해 현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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